엔픽셀이 수집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그랑사가’를 13일 공개하고 사전예약에 들어간다. 이 게임은 일반 MMORPG와 달리, 캐릭터 하나가 아니라 ‘기사단’을 육성하는 재미를 담았다.

엔픽셀은 모바일게임 ‘세븐나이츠’를 만든 개발자들이 뭉쳐 세운 회사다. 150여명의 직원들이 3년 넘게 개발한 작품이 그랑사가다.

정현호 엔픽셀 대표는 벌써부터 차기작을 언급하는 등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그랑사가는 엔픽셀의 첫 작품인 만큼 모든 역량을 집중해 만들었다. 최근 진행한 비공개 테스트(CBT)에서 이용자는 물론 해외 파트너사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며 "향후 그랑사가 외에도 차기작 등 새 정보를 빠르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로봇 모양 그랑웨폰을 소환해 탑승해서 전투하는 모습 / 엔픽셀
로봇 모양 그랑웨폰을 소환해 탑승해서 전투하는 모습 / 엔픽셀
다양한 캐릭터 모아 성장시키고, 기사단 꾸리는 콘텐츠 담아

그랑사가라는 게임 이름의 뜻은 ‘위대한 전설’이다. 기사단 ‘그랑나이츠’가 여신이 내린 ‘그랑웨폰’의 힘을 활용해서 세계를 지배하는 흑룡을 물리친 이후 뿔뿔이 흩어졌다. 이후 소년 라스가 이끄는 기사단이 의문의 기사에게 쫓기는 소녀를 만나 겪는 모험 이야기를 담았다.

이용자는 ▲그랑나이츠를 동경하는 주인공 라스 ▲기억, 감정을 거의 잃어버린 세리아드 ▲귀여운 천재 마법사 큐이 등 캐릭터를 모아 기사단을 꾸리고 성장시킬 수 있다. 제작진은 출시 이후에도 캐릭터를 꾸준히 출시할 예정이다.

이두형 엔픽셀 PD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 접할 수 있는 사건이나 기사단원의 과거, 인물 관계 등 모든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엮이도록 구성해 이용자 몰입도를 높였다"며 "이용자가 기사단원 캐릭터의 설정에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기사단 소속 캐릭터 다수를 교체(태그)하며 진행한다. 전투 중에도 태그할 수 있다. 제작진은 캐릭터별 속성도 마련했다. 이용자는 상대의 속성을 파악하고, 알맞은 캐릭터를 활용해 전투하는 것이 유리하다. 9월 출시한 미호요의 ‘원신’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

큐이 캐릭터의 모습 / 엔픽셀
큐이 캐릭터의 모습 / 엔픽셀
전투의 핵심은 ‘그랑웨폰’…적 속박, 빙의, 소환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세계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랑웨폰은 실제 게임플레이에도 핵심 콘텐츠로 구현했다. 한 캐릭터가 여러 종류의 그랑웨폰을 사용해 전투를 진행한다. 각 그랑웨폰은 별도의 성장 요소와 개성을 보유했다. 무기를 다수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무기 선택폭을 늘릴 수 있다. 이는 게임에 전략성을 부여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를테면 이용자는 그랑웨폰을 활용해 적을 속박하거나, 그랑웨폰을 전장에 직접 소환해 싸우거나, 캐릭터 자신에게 웨폰을 빙의시키는 방식으로 전투력을 강화해 전투할 수 있다.

제작진은 출시 시점 전투 콘텐츠를 6개 선보인다. 전투 콘텐츠마다 전투 방식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것이 토벌전이다. 토벌전은 캐릭터를 태그하는 대신 기사단 3명을 동시에 출전시켜 보스와 겨루는 모드다. 다른 기사단과 실력을 겨루는 결투장 콘텐츠도 있다. 이 모드는 특히 전략성을 강조했다. 이용자는 캐릭터를 전·중·후열에 편성하고, 민첩 수치를 기반으로 한 턴 방식 전투로 전투를 진행한다.

그랑웨폰을 캐릭터에 빙의시켜 전투하는 모습 / 엔픽셀
그랑웨폰을 캐릭터에 빙의시켜 전투하는 모습 / 엔픽셀
길드 등 다른 이용자와 상호작용 요소는 물론, 그래픽·사운드도 세심하게 설계

다른 이용자와의 상호작용 요소도 마련했다. 이두형 PD는 "MMORPG의 백미는 많은 이용자와 교류하며 나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용자는 커스터마이징, 감정표현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대도시 ‘라그나데아’에서 다른 이용자와 만나 파티나 길드를 결성하는 등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픽셀은 그래픽이나 사운드 등 부가적 요소에도 세심하게 공을 들였다. 언리얼 엔진4 활용한 것에 더해 모바일 셰이더(그래픽에서 렌더링 효과를 계산하는 시스템)를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모바일 화면에서도 애니메이션 풍 그래픽을 수준 높게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사운드 면에서는 시영준, 서유리 등 성우 60명을 기용해 음성을 녹음했다. 파이널판타지15 등 음악을 만든 시모무라 요코, 가수 태연이 OST 작업에 참여했다. 또한 사운드 스탭 300명, 체코·도쿄 필하모닉 연주단원이 게임 음악 작업에 참여했다.

이하는 이두형 PD와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 중 일부다.

이두형 엔픽셀 PD(왼쪽), 정현호 대표의 모습 / 엔픽셀
이두형 엔픽셀 PD(왼쪽), 정현호 대표의 모습 / 엔픽셀
― 밸런스 차이 탓에 특정 그랑웨폰만 주목받는 일이 생길 것 같다. 그랑웨폰별 쓰임새와 밸런스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궁금하다.

캐릭터의 속성과 특징에 따라 개성이 달라진다. 이를테면 서포터 역할을 주로 하는 세리아드는 수속성 스킬을 사용하는데, 보호막으로 생존력을 높일 수 있다. 이런 능력은 다른 캐릭터가 대체할 수 없도록 구성했다. 이렇게 대체 불가능한 특징이 각 콘텐츠 단위로 이점을 발휘할 때가 있다. 바로 여기서 결투장 상성이나 특정 보스의 공략 포인트가 나오게 되는 구조다.

― CBT 당시 보스전이나 지형지물이 많은 필드에서 활동할 때 등 상황에 맞게 시점을 바꿀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 부분을 개선할 예정이 있나.

이용자가 별도로 추가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보스와 캐릭터를 포커싱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서 발생하는 불편함은 이용자가 직접 앵글을 조작해 보완하도록 할 예정이다. 전투 콘텐츠에서는 ‘보는 맛’이 중요하므로 두 방식의 중간점을 찾고자 노력 중이다.

― CBT 기간이 짧아 싱글 플레이 부분에 비해 다른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각되지 않은 것 같다. 개발 중인 콘텐츠를 예고해 달라.

상호작용형 콘텐츠로는 ‘강림’을 소개하고 싶다. 강림은 특정 시간대에 특정 영역에 출현하는 보스를 가리킨다.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가 모여서 보스를 처지할 수 있다. MMORPG 장르다운 대규모 전투를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그랑사가 내 대도시 풍경 / 오시영 기자
그랑사가 내 대도시 풍경 / 오시영 기자
― MMORPG에 수집형 RPG 요소를 섞은 이유가 무엇인가.

이용자가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기존 RPG와 같으면 ‘성장’에만 치우쳐 지루함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수집형 RPG의 특징인 ‘전략성’을 전투에 가미한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단순히 강하고 약한 것을 넘어 다양한 기호가 게임 안에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표현하는 것이 그랑웨폰으로, 향후 꾸준히 추가해 이용자 경험을 변화시킬 예정이다.

― CBT에서 받은 의견이나 피드백은 어떻게 반영할 예정인가.

당시 조작감이나 최적화 문제, 동선이 너무 번거롭다는 문제 등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다. 엔픽셀은 이를 빠르게 취합하고, 이미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이 덕에 출시 시점에는 더 완성도 있는 모습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출시 이후 성적이 기대에 못미치면, 운영을 내려놓는 경우가 있다. 이런 운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결국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이용자들이고, 이들과 소통해야만 게임이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이용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개발자와 이용자의 거리를 1픽셀이라도 좁혀야겠다고 생각한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