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인텔리전스랩스 "게임, AI 적용 알맞은 분야’"

입력 2020.11.16 06:00

넥슨 인텔리전스 랩스, 최근 사내 플랫폼 조직과 합쳐 인력 충원
게임은 이용자 데이터 질과 양이 뛰어나므로 AI 분야 확장성 높아

게임 업계가 한국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힘을 싣는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모두 자체 AI 개발조직을 갖추고 AI 원천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특히 넥슨은 2017년 4월, 데이터 분석, 머신 러닝 등 AI 기술을 다루던 분석 본부를 바탕으로 인텔리전스랩스를 설립했다. 2020년초까지만 해도 이 조직의 인력은 200명쯤이었지만 7월부터는 사내 라이브·PC 플랫폼 조직이 전부 인텔리전스랩스에 합류하면서 인원이 450명까지 늘었다. 팀 수만 70개쯤에 달한다. 새 인재도 계속 채용한다.

김호연 넥슨인텔리전스랩스 실장(왼쪽), 배준영 부본부장의 모습 / 오시영 기자
IT조선은 최근 넥슨 판교 사옥에서 배준영 인텔리전스랩스 부본부장, 김호연 솔루션실장을 만났다.

배준영 부본부장은 라이브·PC 플랫폼을 담당한다. 플랫폼 조직에서 인텔리전스랩스에 합류한 지 3개월쯤 됐다. 김호연 실장은 주로 게임 내 데이터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한다. AI를 기반으로 적절한 이용자를 매칭하거나, 게임 내 어뷰징, 이상 현상을 탐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게임 산업은 아직 다른 산업군에 비해서 실생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성과를 내놓지는 못했지만, 미래 확장성이 더 넓다고 입을 모았다.

배준영 부본부장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AI 스피커나 금융 서비스가 생활의 일부분에 한정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데이터를 모은다면, 게임은 이용자가 게임에서 들어와서 다시 나갈 때까지 모든 패턴을 인지할 수 있는 분야이므로 앞으로 확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넥슨 인텔리전스랩스는 최근 결제 도용을 막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런 기술이 발전하면 금융권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김호연 실장은 "특히 넥슨은 서비스하는 게임 수가 많고, 플랫폼이나 분야도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며 "AI는 결국 얼마나 좋은 정보를 많이 수집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분야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 배 부본부장 / 오시영 기자
이하는 배 부본부장, 김 실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넥슨, 엔씨, 넷마블 등 거대 게임기업이 앞다퉈 AI 조직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호연 실장 데이터를 더 많이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꼭 게임 기업에 한정해서 보지 않더라도 이름 들어본 기업은 이미 전부 AI에 뛰어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안하는 회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

데이터 수집이 용이해 확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 말고도 게임 기업이 AI를 다룰 때 장점은 또 있다. AI 조직이 고민하는 것 중 가장 큰 것은, ‘만든 기술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가’이다. 게임 분야는 만든 기술을 바로 게임에 적용해 이용자가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성취감이 매우 크다. 게임을 좋아하는 개발자가 AI에도 관심이 있어서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 넥슨 인텔리전스랩스는 전에 분석본부였는데, 이전부터 AI 연구개발을 염두에 만든 조직인가.

김호연 실장 게임 분야에서는 분석을 떼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오래전부터 데이터 분석팀이 있었고, 분석 본부 전에는 실 단위로 있었다. 분석본부 설립부터 AI 투자를 더 늘렸다. 다만 새로운 인재를 받기 위해 분석본부보다는 인텔리전스랩스라는 이름이 AI와 기계학습을 다루는 조직이라는 느낌이 나서 이름을 바꾸게 됐다.

배준영 부본부장 AI는 사실 생소한 기술이 아니다. 게임에서 옛날부터 등장했던 NPC같은 요소는 지능이 매우 떨어지는 AI인 셈이다. 최근에는 데이터를 쌓고, 분석하면서 이를 더 고도화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김호연 실장 / 오시영 기자
― AI 기술이 계속 발전한다면 'FPS게임에서 핵 100% 잡아내기' 같은 것도 가능할까.

배준영 부본부장 미래에는 핵을 100% 사라지게 만드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김호연 실장 넥슨은 우선 AI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가 게임할 때 불편함이 없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테면 게임 내 이용자를 맞붙여주는 매칭 시스템을 구성할 때, 어떤 이용자와 맞붙으면 게임을 더 즐기고 싶어하는지를 알아낸다. 가설을 세우고, 적용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 게임 콘텐츠 내 몬스터에 AI 기술을 접목하거나, 게임 제작 자체를 AI가 하는 기술도 연구하나.

김호연 실장 넥슨에서는 인텔리전스랩스만 AI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자동으로 애니메이션, 지형 등을 만드는 등 콘텐츠를 제작할 때 들어가는 AI는 게임팀 안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해 사용하고, 결과물을 서로 공유한다.

배준영 부본부장 AI와 게임 개발은 이제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는 분야가 됐다. 넥슨은 게임 개발자가 AI 기술에 관심 있다고 하면 교육이나 직무적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편이다. 내부 교육 프로그램인 ‘테크톡’에서도 인텔리전스랩스의 노하우를 모든 기술자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다.

배 부본부장 / 오시영 기자
― AI 기술을 게임에 적용해서 얻은 성과는 무엇이 있나.

김호연 실장 특히 매크로나 불법프로그램(핵)을 잡아내는 기술 수준이 높다. 매크로를 쓰는 플레이어가 있을 때 일반 이용자인지, 작업장 세력인지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화면 터치나 클릭에 더해 키보드 움직임, 게임 내부에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정도 등을 활용해 불법프로그램 이용자를 탐지한다.

게임 내 욕설을 잡아내는 기술도 고도화됐다. 예전에는 특정 욕설이나 비속어를 단어 단위로 걸러냈는데, 최근에는 AI가 문맥을 읽고 문장의 욕설 정도를 판단한다. 게임 내 불법 도박 행위, 작업장, 결제 도용 등도 잡아낸다.

배준영 부본부장 작업장의 불법프로그램을 막으면, 그들은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기술을 발전시킨다. 이 부분 자체가 우리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작업장도 제재를 피하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하는데, 이들을 막기 위해 계속 패치를 진행한다.

― 해외 게임사의 AI 진출 현황은 어떤가

배준영 부본부장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 게임사 중에서는 엄청난 수의 이용자를 확보한 곳이 많다. 데이터의 질과 양은 이용자 수가 결정한다. 특히 그 중에서는 넥슨, 네이버, 카카오의 장점을 합해 놓은 수준의 거대 기업도 있다. 게임 개발은 물론 클라우드 인프라 등을 모두 확보해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넥슨이 2019년 7월 출시한 카트라이더 전적검색 시스템 ‘TMI’
― 한편으로는, 게임 업계 AI 조직은 규모에 비해 드러난 성과가 별로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배준영 부본부장 글로는 정확히 어떤 기술을 연구하는지 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개발자는 깃허브를 통해 소스 코드를 공유하면서 서로 어떤 기술이 나오는지 공유한다. 최근 회의에서는 라이엇게임즈 등 해외 업체처럼 API를 공개하고 이를 활용해 'OP.GG'같은 플랫폼이 나오도록 돕는 방향으로 갈 것을 논의했다. 과거에 한 차례 선보였던 카트라이더 전적 검색 서비스 ‘TMI’가 대표적인 예다. 장기적으로 이런 시도를 늘릴 것이다.

― 넥슨 인텔리전스가 추구하는 AI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

김호연 실장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는, 굳이 인지할 필요가 없는 수준을 추구한다.

배준영 부본부장 AI 기술의 궁극적 목표는 기술 사용자가 이것이 정말 사람인지 AI인지 여부를 모르게 하는 것이다.

2021년 단기적인 목표를 말씀드리자면, 최근 인텔리전스랩스와 플랫폼 조직을 합쳤는데, 플랫폼 조직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무엇을 하는 조직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통합 이후 인텔리전스랩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정확히 무엇을 하는 곳인지 회사 내, 외부에서 알 수 있을 정도의 성과를 내는 것이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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