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키맨(keyman)’ 기업이 서울핀테크랩으로 몰려든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확장되자 전통 금융·핀테크 기업과 협업으로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IT조선은 서울핀테크랩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 두 곳을 만났다. 블록체인 금융 감사 기업으로 거듭난 ‘해치랩스’와 블록체인 서비스 대중화에 앞장서는 ‘람다256’이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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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랩스 "핀테크랩 디딤돌 삼아 블록체인 금융 감사"

해치랩스는 기업용 가상자산 지갑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및 블록체인 보안감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록체인 기술사다. 서울대 블록체인학회 ‘디사이퍼’ 출신 인물들이 2018년 6월 설립했다. 다양한 보안감사를 진행하며 쌓은 경력과 노하우에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와 금융사 등이 블록체인 서비스 기획을 하고자 해치랩스에 가장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한다.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한지 1년이 막 지난 해치랩스는 블록체인 금융 생태계의 ‘키맨’으로 자리잡았다. 서울핀테크랩이 한 몫 거들었다. 경쟁력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과 교류, 컨설팅 환경을 조성해 급변하는 블록체인 금융 및 핀테크 산업 트렌드를 재빨리 캐치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실제 해치랩스는 최근 KB금융, 해시드와 함께 디지털자산 관련 조인트벤처(JV) ‘한국디지털에셋(KODA)’를 설립했다. 국내 시중은행 자산관리 인프라에 가상자산 전문기업 역량과 노하우을 결집해 블록체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해치랩스는 또 특금법(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국내 거래소와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돕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특금법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거래소는 ISMS 인증을 취득해야 하는데, 이때 핵심은 안전한 멀티시그 월렛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라며 "해치랩스 솔루션 ‘헤네시스’는 안전한 멀티시그 월렛을 제공해 고객사가 ISMS 인증을 꼼꼼히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해치랩스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어떻게 현 규제 상황에서 유연하게 사업을 펼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전도사’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특히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우려하는 스타트업 돕기에 적극이다.

소규모 사업자가 가상자산 사업자로 규정될 경우 법적으로 구현해야 하는 시스템 비용은 최소 수억원에서 수십 억원이다. 초기 스타트업이 이같은 규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해치랩스 관계자는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많은 스타트업이 대상(가상자산 사업자)이 되지 않고도 사업할 수 있는 방법을 궁금해 한다"며 "전략적 컨설팅을 통해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람다256 "트렌드는 블록체인 금융"…자사 역량+핀테크랩 시너지 기대

람다256도 블록체인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플레이어’다. 블록체인 플랫폼이 가진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블록체인 대중화에 필요한 솔루션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안전하고 손쉽게 블록체인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서비스형 블록체인 플랫폼 ‘루니버스’를 출시했다. 이를 토대로 우리기술투자, 야놀자 등 벤처투자사와 전략적 투자자로부터 총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그런 람다256이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한 계기는 점차 금융 쪽으로 기우는 블록체인 서비스 트렌드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점차 기존 금융·핀테크와 결을 함께 하고 있다"며 "서울핀테크랩 입주사와 교류해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실제 람다256은 분산신원증명(DID), 사이드체인 외에도 로열티 포인트, 스테이블코인,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분야로도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서울핀테크랩 입주는 해외 고객 확보 및 해외 진출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람다256은 그간 국내 고객 확보에 있어 대기업·스타트업(프로젝트) 쌍방향 전략을 택해왔다. 특히 엔터프라이즈(기업) 블록체인 시장에서는 야놀자, 신세계면세점, 시스코, 종근당, 메가존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는 등 탄탄한 입지를 확보했다.

회사 관계자는 "서울핀테크랩 지원을 통해 해외로 경쟁력을 더욱 갖추고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국내서 개발된 블록체인 금융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해외서도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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