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21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대규모 승진인사를 실시하며 코로나19 위기에도 실적개선에 기여한 임직원에게 확실히 보상했다. 승진자 수 214명은 2018년(221명) 정기 임원인사 이후 3년래 최대 규모다. 역대 최대 규모인 2014년도(227명) 대비 차이가 크지 않다.

이건희 회장이 10월 말 별세한 후 홀로서기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미래 ‘뉴삼성’으로 변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4일 부사장 31명, 전무 55명, 상무 111명 등 총 214명을 승진하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임원 승진자 수는 2017년 말 221명에서 2018년 말 158명, 2020년 1월 162명으로 규모가 줄었지만 이번 임원인사에서 3년 만에 다시 200명을 넘겼다.

이같은 ‘승진잔치’의 배경은 실적 개선이다. 코로나19 확산과 미중 무역갈등 등 경영 불확실성에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6조9468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3분기는 반도체(DS)와 스마트폰(IM), 생활가전(CE) 사업 실적이 모두 고르게 성장하며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인 67조원을 달성했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인 10조원을 합하면 연간 영업이익은 37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따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도 수요 적기 대응과 운영 효율화를 통해, 2019년 대비 실적이 크게 개선된 점을 감안해 승진 인사 폭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고승환 삼성전자 부사장·이강협 부사장·김학상 부사장·윤태양 부사장·최승범 부사장·최방섭 부사장/ 삼성전자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고승환 삼성전자 부사장·이강협 부사장·김학상 부사장·윤태양 부사장·최승범 부사장·최방섭 부사장/ 삼성전자
부사장 31명을 승진시켜 미래 CEO 후보군을 강화한 점이 돋보인다.

핵심 사업인 반도체 쪽에서는 시스템LSI사업부 LSI개발실장에 이석준, 반도체연구소 파운드리 공정개발팀장에 황기현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됐다.

이외 고승환 VD사업부 구매팀장 ▲이강협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김학상 무선사업부 NC개발팀장 ▲최방섭 SEA법인(미국) 모바일 비즈니스장 ▲최승범 삼성리서치 기술전략팀장 ▲윤태양 글로벌인프라총괄 평택사업장 ▲한인택 종합기술원 재료(Material)연구센터장 등이 주요 부사장 승진자다.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연령이나 연차 등과 상관없이 성과가 우수하고 성장 잠재력이 있는 인재를 승진시키는 ‘발탁인사’는 25명으로 최대 수준이었다. 발탁승진은 2017년 5월 8명, 2017년 말 13명, 2018년 말 18명, 2020년 1월 24명, 2020년 12월 25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틴지아노 SEA법인 CE 비즈니스장(부사장)·메노 SEBN법인장(전무)·드미트리 SERC법인 CE B2C팀장(상무)·아라이 DS부문 일본총괄 영업팀장(상무)·한상숙 VD사업부 서비스 비즈니스팀 부팀장(전무)·유미영 생활가전사업부 S/W개발그룹장(전무)·조인하 SENA법인장(전무)·김수진 경영지원실 글로벌협력(Global Public Affairs)팀 전무/ 삼성전자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틴지아노 SEA법인 CE 비즈니스장(부사장)·메노 SEBN법인장(전무)·드미트리 SERC법인 CE B2C팀장(상무)·아라이 DS부문 일본총괄 영업팀장(상무)·한상숙 VD사업부 서비스 비즈니스팀 부팀장(전무)·유미영 생활가전사업부 S/W개발그룹장(전무)·조인하 SENA법인장(전무)·김수진 경영지원실 글로벌협력(Global Public Affairs)팀 전무/ 삼성전자
외국인과 여성에 대한 승진 문호 확대 기조도 유지했다. 조직 혁신과 지속가능경영의 기반이 되는 '다양성과 포용성(D&I)'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외국인·여성 신임 임원은 2017년 5월 3명에서 2017년 말 11명으로 늘었고, 2018년 말 11명 2020년 1월 9명, 2020년 12월 10명이 발탁됐다.

신임 상무에 발탁된 이윤경 삼성리서치 데이터 분석 연구실 상무는 최연소인 1979년생 여성 임원이다.

소프트웨어(S/W) 분야 우수인력 승진도 대폭 확대했다.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21명을 승진시켰다. S/W 분야 승진은 2017년 5월 7명, 2017년 말 15명, 2018년 말 12명, 2020년 1월 10명에서 2020년 12월 21명으로 늘었다.

연구개발 부문 최고 전문가인 펠로우/마스터는 각각 1명, 16명 선임했다.

214명 중 DS부문 임원 승진자는 94명으로 전체 임원의 43%를 차지했다. DS 부문 부사장 승진자는 14명으로 직전 인사(6명) 대비 두배 이상 늘었고, 전무 승진자도 22명으로 7명 증가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삼성의 전자계열사도 같은날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2명, 삼성SDI는 19명, 삼성전기는 16명의 임원 승진자를 각각 배출했다.

삼성SDI의 차세대 전지 개발을 주도한 김윤창 전무와 우수 인력 양성·조직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심의경 전무는 부사장에 올랐다.

삼성전기의 인프라 기술 전문가인 안정수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