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전쟁 준비하는 中…韓·美은 뒷단서 연구 박차

입력 2020.12.11 06:00 | 수정 2020.12.11 08:30

내수 시장 활성화 넘어 국제 결제 넘보는 中
‘위안화의 국제화’ CBDC로 이루나
견제하기 바쁜 美, 뒷단에선 연구 박차
중간에 낀 韓 컨설팅 거쳐 내년부터 시범사업

중국이 디지털 위안의 활용 범위를 국경 넘어까지로 확대하고 있다. 세계 중앙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지급준비금·결제성 예금과 별도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적 방식의 화폐)’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가장 신속한 행보다. 디지털 위안 발행 시점을 2022년 동계올림픽 때로 잡은 만큼, 중국이 내년부터 서서히 세계 CBDC 전쟁에 불씨를 붙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픽사베이
디지털 위안화 국제화 욕심내는 中
내수시장은 이미 온·오프라인으로 다지기 나서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홍콩의 실질적 중앙은행인 홍콩금융관리국(HKMA)과 디지털 위안 사용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내수 시장 활성화뿐 아니라 국가간 결제까지 선점해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를 이뤄내겠다는 심산이다.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홍콩금융관리국을 이끄는 위웨이원 총재는 ‘금융기술의 새로운 추세, 역외 지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역 경계를 넘는 지불 업무와 관련해 최근 고무적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인민은행 디지털화폐연구소와 디지털 위안의 역외 지불 기술 테스트 방안을 논의하면서 관련된 기술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홍콩금융관리국은 디지털 위안이 양국서 활용되면 중국과 홍콩 시민이 새로운 결제 방식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안화는 이미 홍콩에서 종종 활용되는 만큼 디지털 위안 도입 시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 시각이다.

중국이 해외로 눈길을 돌릴 수 있던 배경에는 그만큼의 준비과정이 있다. 중국은 앞서 올해 초부터 선전과 슝안, 쑤저우, 청두 등 다양한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 소매결제 실험을 진행했다.

유의미한 통계도 확보했다. 중국 정부는 10월 선전시 시민 5만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공개 시험에서 이들에게 각각 200위안씩 총 1000만위안(약 16억원)을 지급하고 디지털 위안화의 활용 사이클을 살폈다.

그 결과 5만명은 일주일 간 2289개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총 880만위안(약 14억원)을 결제했다. 거래건수는 4만7573건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시장에서 디지털 위안화 활용 가능성을 본 셈이다.

중국은 또 이달 온라인 시장 활용 가능성도 확인하기 위해 대규모 실험을 기획했다. 쑤저우시 시민 10만명이 대상이다. 중국 정부는 200위안씩 총 2000만위안(약 33억원)의 디지털 위안을 나눠주고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결제 가능성을 확인한다. 실험에 참여하는 국민은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과 쑤저우시 내 1만여개의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디지털 위안을 활용하게 된다.

"달러 패권 안무너진다"는 美, 뒷단에선 연구 박차
사이에 낀 韓 컨설팅 거쳐 내년부터 시범사업 돌입

중국이 치고 나갈수록 세계 중앙은행의 위기의식은 점점 짙어진다. 특히 중국이 가장 꺾고 싶어하는 미국은 표면상으로는 "미국 달러 패권이 종말을 맞을 일은 없다"면서도 뒷단에선 부지런히 디지털 화폐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실제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의장은 지난달 말 개최된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달러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에 자신감을 비췄다. 그는 "달러를 믿고 사용하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법과 강력하고 투명한 기관, 개발적인 자본시장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현재 미국은 CBDC에 대한 뚜렷한 발행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관련 전문가를 속속 영입하는 등 연구는 강화하고 있다. 중국 디지털 위안화와 페이스북의 디지털 화폐 디엠(전 리브라) 등 새로운 형태의 화폐가 달러화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속속 제기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이에 소규모의 CBDC 기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보스턴연방준비은행은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협업해 가상 디지털 화폐 개발에 들어가는 등 자체 연구를 수행 중이다.

한국도 미국과 비슷한 기조를 가져간다. 뚜렷한 발행계획은 없지만 연구는 진행 중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달 CBDC 컨설팅 사업자를 선정하고 관련 작업에 착수했다.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실험 유통에 나선다.

한 가지 눈여겨 볼 점은 한국은행이 중국과 마찬가지로 오프라인에서 결제가 가능한 CBDC를 연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 화폐 연구팀장은 최근 열린 한 학술대전에서 "인터넷이 있어야만 사용 가능한 간편결제와 달리 CBDC는 오프라인 상태 또는 심지어 격오지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전제를 두고 연구하고 있다"며 "휴대폰끼리 접촉만하면 결제가 되는 기능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 중국에 비해 소극적이다. 모든 것은 연구에 불과할 뿐, 발행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윤 팀장은 이에 대해 "한국은행이 디지털 원화를 당장 발행한다고 선언하기에는 은행·핀테크 업계의 역할, CBDC의 쓰임과 법적 소재 등 고려돼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며 "또 하나의 단순한 지급수단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산업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을 거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IT조선은 12월 17일 핀테크·블록체인 컨퍼런스 ‘FinD 2020’을 진행한다. ‘데이터와 플랫폼을 주제로 IT조선 공식 유튜브를 통해 진행되는 이번 컨퍼런스에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세션이 마련된다. 윤하리 신한은행 디지털 R&D센터 블록체인랩장과 류창보 NH농협은행 디지털연구개발센터 파트장, 김의석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한대훈 SK증권 연구원 등이 참여해 국내외 CBDC 향후 전망과 은행·핀테크 업계의 변화를 짚는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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