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 양상이 확 바꼈다. 5000만~1억원 대 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시들어진 반면, 1억원이 넘거나 5000만원 이하 차량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이른바 중간이 없는 양극화가 심화했다.

폭스바겐 티구안(위쪽)과 포르쉐 911 터보S / 각 사
폭스바겐 티구안(위쪽)과 포르쉐 911 터보S / 각 사
1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각사가 발표한 실적자료를 종합하면, 1~11월 국내 신규 등록된 수입 승용차는 24만344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했다. 이중 5000만원대 이하 수입차는 약 6만8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2% 늘었다.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는 3만8700대쯤으로 전년 대비 33.5% 증가했다.

국산차와 가격 경쟁을 펼치는 5000만원대 이하 수입차와 1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수입차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그간 수입차 시장 성장을 주도했던 5000만~1억원 대 제품군은 13만7000여 대 신규 등록돼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수입차 성장은 ‘허리'보다 양 극단에서 쌍끌이에 성공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5000만원대 이하 수입차 시장에서는 폭스바겐이 웃었다. 폭스바겐은 올해 이 부문에서만 1만1865대를 소비자에게 인도했다. 4000만원대 중형 SUV 티구안이 1만1000대 이상 책임지는 기염을 토했다. 폭스바겐은 지난달까지 누적 1만4000대 이상 판매고를 올렸다. 디젤게이트 이후 판매를 중단했다가 재개했던 2018년(!만5390대) 이후 연 최다판매기록 경신도 가능한 추세다.

수입차 대중화에 각 브랜드가 파이낸스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구매 장벽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국산차 가격이 올라 심리적 구매 부담이 흐려진 점도 작용했다. 같은 가격대면 소비자들이 거부감 없이 국산차와 수입차를 같은 선상에 두고 고민한다는 이야기다.

동시에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1억원 이상 고급 수입차의 판매 비중은 16%까지 치솟았다. 메르세데스-벤츠(1만5760대), BMW(1만1480대), 포르쉐(6139대), 아우디(1976대) 등 독일 브랜드들이 판매를 주도했다. 여기에 람보르기니(281대), 벤틀리(253대), 롤스로이스(146대) 등 고급 브랜드들도 일찌감치 연 판매 세자리수를 달성했다.

포르쉐는 한국 진출 이후 역대 최다 판매실적 달성을 기대한다. 11월까지 7000대 이상 판매했다. 1억원 이상 고급제품 비중이 90% 가까이 될 정도로 수익성도 좋다. 람보르기니 역시 신형 SUV 우르스 등의 폭발적인 판매에 힘입어 전년 대비 80% 이상 성장했다.

초고가 차를 판매하는 벤틀리와 롤스로이스 역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판매를 늘렸다. 벤틀리는 올해 3억원이 넘는 대형 세단 신형 플라잉스퍼 V8의 사전계약을 180건 이상 받는 데 성공했다. 롤스로이스도 3년 연속 세자릿수대 판매를 달성했다.

국내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브랜드들이 대형 세단이나 SUV 등 수익성이 좋은 고가 제품군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의 경우 주요 자동차 시장 중 가장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덜 받는 곳이라는 영향이 있어, 각 브랜드별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점이 (고가 수입차 판매 신장에)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