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1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게임 업계에도 한 해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IT조선은 게임 업계 관계자의 의견을 모아, 2021년 신축년 맞이에 앞서 2020년 게임 업계 주요 키워드 10가지(순위 무관)를 정리했다.
1. 코로나19 팬데믹
게임은 각종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해 이용자와 소통하는 것을 특히 중시하는 분야 중 하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스타, V4 1주년 행사, 던파 페스티벌, 로아온 페스티벌 등 다양한 게임 업계 행사가 온라인 환경에서 열렸다. 대부분의 행사는 큰 문제 없이 잘 진행됐지만, 이용자 소통 요소나 콘텐츠를 보강하는 일은 주요 행사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2. 이용자 분노 일으킨 해외 대작들
블리자드가 2019년에 출시 시기를 한 차례 미뤄 1월 29일 선보인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는 ‘사이클론’, ‘블레이드스톰’ 등 각종 스킬 이펙트가 수준 이하의 퀄리티를 보인 점, 자막 텍스트가 깨지는 버그 탓에 비판받았다. 게임 출시 직후 메타크리틱 이용자 평점이 1.8점에 불과하고, 한국 이용자는 텍스트 버그를 조롱하는 의미로 이 게임에 ‘깐포지드’라는 별명을 붙였다.
CD 프로젝트 레드가 10일 출시한 오픈월드게임 사이버펑크 2077은 2020년을 대표하는 대작 중 하나로 기대를 모았던 게임이다. 이 게임은 당초 4월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버그 수정·마무리 작업을 이유로 출시 시기를 9월, 11월, 12월로 세 차례나 미뤄 원성을 샀다. 출시 이후에는 게임 진행을 방해할 정도로 수많은 버그가 속출하고, 플레이스테이션4(PS4), 엑스박스 원에서 게임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혹평을 받았다.
게임 스토리 탓에 혹평을 받은 게임도 있다. 너티독이 6월 19일 출시한 더 라스트 오브 어스2는 기술적인 문제는 없었으나, 전작 주요 인물을 너무 허무하게 소비하는 등 이야기 전개 면에서 비판받았다. 당시 문화평론가 허지웅 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라스트 오브 어스2 게임과 관련한 플레이 소감을 밝혔다. 그는 "게임사는 전편의 주인공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이들을 모욕하고 깔보고 조종하며 설교하는 등 교조적 모습을 보였다"고 평했다.
3. ●▅▇█▇▆▅▄▇(이용자가 게임사에 항의할 때 쓰는, 드러누운 형상)
이에 게임 개발을 총괄하는 박정무 피파온라인4 디렉터가 직접 나서 영상을 통해 이용자에게 거듭 사과했다. 그는 이용자 불만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LH 선수팩 밸런스를 조정하고 향후 설문조사를 진행하거나 간담회를 개최해 이용자 소통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넥슨은 실제로 게임 체질을 개선한다는 ‘빌드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각종 온라인 행사를 개최해 이용자와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4. 에픽게임즈 vs 애플·구글 독점 분쟁
이에 양 플랫폼은 포트나이트를 스토어에서 내리면서 강경 대응했다.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게되자 에픽게임즈는 기다렸다는 듯이 ‘구글과 애플의 독점에 맞서 싸운다’는 의미로 두 회사에 각각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하원 반독점위원회는 10월, 조사 끝에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이 독점적 관행에 기여했다고 결론짓고 독점적 관행을 고칠 것을 권했다. 아직까지는 권고사항일 뿐, 더 강한 독점 금지 조치 시행을 위해서는 의회가 승인해야 한다.
5. 동물의숲·닌텐도스위치 품절 대란
닌텐도가 3월 20일 출시한 동물의 숲은 일본에서 출시 3일만에 188만장 팔리는 기록을 썼다. 또한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 등 특전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수요는 더 늘었다. 하지만 공급이 이에 미치지 못해 정가 36만원짜리 기기가 4월에는 57만7900원에 팔리기도 했다. 60%쯤 인상된 가격이다.
6. 차세대 콘솔기기 PS5·엑스박스 시리즈 X
’11월 차세대 게임기 PS5 vs 엑스박스시리즈X 비교 영상 / 테크카페 유튜브
SIE는 히트작 ‘파이널판타지' 최신작 등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점작을 앞세웠고, MS는 ‘게임패스' 등 글로벌 트렌드인 ‘구독경제'에 초점을 맞춰 이용자 모집에 나섰다.
7. ‘부실 공사 논란’ 부산e스포츠 경기장
하지만 업계에서는 개관식 직전까지도 공사를 마치지 못한 점, 예산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경기장을 부실 공사 의혹’을 제기했다. 11월 18일 개관식에서는 주 무대의 공사는 마쳤으나, 카페테리아 도배가 덜 됐거나, 건물 외부에 공사 자재가 쌓여있는 등 문제점이 노출됐다. 또한 경기장 자체 공간이 협소하고, 커다란 전광판이 방문객 시야를 가려 전체적으로 답답한 느낌을 준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8. 넥슨 시총 30조·카카오게임즈 상장
넥슨은 16일 시총 30조원을 돌파했다. 회사는 모바일게임 위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해 2019년 매각설 등 위기를 딛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11월 출시한 ‘V4’, 2020년 5, 7월에 각각 출시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바람의나라 연’은 최근에도 구글 매출 최상위권에 머무른다.
카카오게임즈는 9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회사는 한국·해외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한국 기업공개(IPO) 사상 최고의 경쟁률인 1479대 1을 기록했다. 상장 당시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인 4만8000원으로 결정됐고, 첫날부터 이틀 연속으로 상한가를 달성해 8만1100에 거래되면서 ‘따상상’을 기록했다. 다만 이후 주가가 다소 빠진 상황이다.
9. 샤이닝니키 ‘야반도주’
일방적으로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면서도 안내문에서 미안하다는 말은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페이퍼게임즈는 안내문에서 ‘한국 이용자가 중국을 욕했다’는 적반하장 식 태도를 보였다. 한술 더 떠 ‘조선 황족의 복식은 명나라가 하사한 것’이라거나 ‘한국에는 전통 의복 제도가 없어 명나라 복식을 개량했다’는 등 동북공정 논리를 담은 글을 공유하며 한국 이용자를 도발하는 모습도 보였다.
10.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
게임산업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은 2006년 제정 후 한 번도 전면 개정되지 않아 크게 성장한 게임 산업계,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2월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10일 국회 문화콘텐츠포럼은 게임법 개정안 온라인 공청회를 열었다.
두 행사에서는 각각 다른 안을 제시했는데, 2월에는 게임산업법 명칭 변경,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의, 규제 개선 모호성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10월 행사에서는 게임산업진흥원을 설립해 해당 기관에 게임물관리위원회 통합,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한 기금 설치, 아케이드·비아케이드 게임 규제 이원화 등에서 찬반 논쟁이 일어났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2월 문체부가 발표한 안을 중심으로 수정한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