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형 노트북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연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전통적으로 졸업 및 입학 시즌이 이어지면서 노트북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신제품 중에서 어떤 제품을 고를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신형 노트북의 등장을 앞두고,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을지 미리 챙겨야 할 점들을 짚어본다.

인텔 11세대 프로세서를 탑재한 신형 노트북 에이수스 비보북 S15(S533) 모델 / 최용석 기자
인텔 11세대 프로세서를 탑재한 신형 노트북 에이수스 비보북 S15(S533) 모델 / 최용석 기자
단순 온라인 사무용·학습용은 실속형 노트북으로 충분

노트북이든 데스크톱이든 PC를 구매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할 점은 ‘용도’다. 어떠한 목적으로 사용할지에 따라 사양과 성능은 물론, 크기와 디자인, 심지어 가격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단순 사무 업무용, 온라인 수업용으로 쓰는 노트북이라면 최신의 비싼 고가 노트북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준수한 하드웨어 구성과 사양에 가격도 80만원대 이하인 실속형 노트북도 찾아보면 꽤 있다. 이런 제품들은 대부분 15.6인치급 화면에, 몸체에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움이 덜한 편이지만, 사용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특히 AMD ‘르누아르’ 프로세서를 탑재한 라이젠 노트북 제품들이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들이 많다. 최근에는 인텔 11세대를 탑재한 최신 노트북 중에서도 ‘가성비’급 제품이 여럿 나오는 중이다.

영상 편집용 노트북은 ‘외장 GPU’ 달린 제품이 필수

유튜브나 트위치 등을 중심으로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이들이 크게 늘면서 영상 편집 용도로 노트북을 구매하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노트북의 성능이 영상 편집도 충분히 가능할 정도로 좋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영상 편집용 노트북을 고를 때 가장 주의할 점은 의외로 CPU보다 외장 GPU의 유무가 더 중요하다. CPU의 코어 수가 영상의 인코딩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다. 하지만, 실제로는 GPU로 인한 하드웨어 가속의 여부가 작업 시간을 단축하는 데 더 효과가 크다.

때문에 실속형 노트북에 보급형 외장 GPU인 지포스 MX350~MX450이 탑재된 제품을 영상 작업 용도로 추천한다. 게임 성능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영상 작업용으로는 내장 그래픽만 있는 제품에 비해 월등히 나은 성능을 제공한다.

윈도 노트북을 써야할게 아니라면 M1 칩을 탑재한 애플의 신형 맥북 제품군도 영상 편집용으로 추천할 만 하다. M1 칩 기반 애플 신형 맥북 에어 제품 / 애플
윈도 노트북을 써야할게 아니라면 M1 칩을 탑재한 애플의 신형 맥북 제품군도 영상 편집용으로 추천할 만 하다. M1 칩 기반 애플 신형 맥북 에어 제품 / 애플
영상 작업용 노트북을 고를 때에는 메모리와 저장장치를 쉽게 확장할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메모리는 많을수록 좋고, 저장공간이 충분할수록 더 긴 시간의 영상을 넉넉하게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4K급 고화질 영상을 다루는 환경이라면 처음부터 좀 더 투자해서 고성능 게이밍 사양의 노트북을 고르는 것이 낫다.

윈도 운영체제(OS)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면 애플의 M1 칩 기반 신형 맥북 제품군도 영상 편집 용도로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애플의 첫 자체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이지만, 유튜브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유되는 경험담을 종합해 보면 영상 및 콘텐츠 제작 성능은 어지간한 고사양 윈도 노트북 이상이다.

게이밍 노트북은 ‘발열 해소’ 능력 신경 써야

주로 게임을 즐길 용도로 노트북을 구매한다면 인텔 코어 i5급 또는 AMD 라이젠 5급 CPU에 지포스 GTX 1650 Ti~1660 Ti급 외장 그래픽이 제품 선택의 기준이 된다. 최신 게임일수록 그래픽 성능은 물론, CPU 성능까지 동시에 요구하기 때문에 CPU와 GPU의 균형이 잡힌 제품이 좋다. 지포스 GTX 1650 Ti~1660 Ti 정도만 되어도 풀HD 해상도 기준에서 어지간한 최신 게임을 충분히 실행할 만한 성능이 나온다.

지포스 RTX 2060 이상이 탑재된 게이밍 노트북은 ‘레이 트레이싱’ 같은 RTX 기능을 사용하고 싶거나, 노트북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WQHD(2560x1440) 이상인 제품인 경우에 추천할만하다. 이쯤 되면 가격도 껑충 뛰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게이밍 노트북 구매를 고려할 때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발열 해소’ 능력이다. 아무리 고성능 CPU와 GPU를 탑재해도 발열 해소가 안 되면 ‘스로틀링’ 기능으로 인해 제 성능을 발휘하기 힘들다. 사양이 똑같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제조사나 브랜드에 따라 냉각 성능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경험담을 충분히 검토해 보고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게임을 즐기는데 소음에 민감한 사용자라면 노트북 대신 데스크톱을 권장한다. 고사양 게이밍 노트북은 구조적으로 CPU와 GPU에서 발생하는 발열을 상대적으로 작은 냉각 솔루션을 사용해 식히기 때문에 냉각팬 소음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데스크톱은 덩치가 훨씬 크고 자리도 많이 차지하지만, 그만큼 소음 억제에 유리하다.

얇고 가벼운 노트북은 ‘확장성’ 확인하고 구매해야

노트북의 존재 이유는 데스크톱에 없는 ‘이동성’에 있다. 올해는 연중 내내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실외 사용 비중이 예전만 못했지만, 실외 활동 비중이 높은 사용자라면 처음부터 얇고 가벼워 이동성이 좋은 ‘씬&라이트’ 노트북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씬&라이트’ 노트북은 보통 15㎜ 안팎의 두께에 1.5㎏ 미만의 제품이 이에 속한다. 특히 최근 신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인텔 11세대 ‘타이거레이크’ 기반 노트북 중에 얇고 가벼운 노트북이 많다. 이들은 차세대 내장 그래픽인 ‘아이리스 Xe’를 탑재해 어느 정도 간단한 게임까지 즐길 수 있을 정도다.

무게가 1㎏이 채 안되는 최신 노트북 ‘레노버 요가 슬림 7i 카본’ / 레노버
무게가 1㎏이 채 안되는 최신 노트북 ‘레노버 요가 슬림 7i 카본’ / 레노버
AMD의 3세대 ‘르누아르’ 노트북도 얇고 가벼운 제품들이 꽤 있는 만큼 선택의 폭도 훨씬 넓어졌다. 마찬가지로 준수한 성능의 내장 그래픽에, 넉넉한 CPU 코어를 제공해 다목적 노트북으로 인기가 좋다.

‘씬&라이트’ 노트북을 고를 때 주의할 점은 ‘확장성’이다. 메모리나 저장장치를 쉽게 교체하고 늘릴 수 있는 일반 노트북과 달리, 얇고 가벼운 제품들은 부피와 무게를 줄이기 위해 메모리를 보드에 일체한 제품이 적지 않다. 한 번 사서 오래 쓸 제품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메모리는 16기가바이트(GB) 이상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저장장치(SSD)도 1개만 탑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중에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SSD는 500~512GB 이상 탑재한 제품을 권장한다.

외부 확장포트도 넉넉한 제품이 좋다. USB는 타입C 포트와 타입A 포트가 각각 1개 이상 있는 것이 각종 주변기기를 좀 더 원활하게 쓸 수 있다. C타입 포트만 있는 제품은 아직까진 변환 케이블이나 젠더가 필요한 상황이 많다. HDMI 영상 출력도 기본적으로 변환 젠더가 포함된 제품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일반 사이즈 단자를 채택한 제품이 편하다. 이왕이면 PD 충전을 지원하는 제품을 고르는 게 충전기 휴대 부담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펜을 이용한 필기 작업이나 드로잉 작업을 고려한다면 태블릿 형태로 변형 가능한 2in1 컨버터블형 제품을 고려하기도 한다. 다만, 그런 용도가 아니라면 일반형 노트북이 낫다. 컨버터블형 2in1 노트북은 변형 구조로 인해 일반형 제품보다 좀 더 두껍고 무거운 데다, 평균적으로 배터리 용량도 적다. 가격도 좀 더 비싸기 때문에, 필기 및 태블릿 기능이 필요 없다면 일반형 노트북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1월 14일 개최하는 CES 2021에서 다양한 차세대 노트북이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올해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 노트북의 용도별, 기능별, 디자인별 구분이 모호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가 잦아들기를 기대하며, 새해에는 노트북 선택 시 평소처럼 용도나 사용 환경에 맞춰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