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 선정을 눈앞에 뒀다. 선정이 확정될 경우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으로 구축한 K배터리 ‘빅텐트’에 삼성SDI도 합류하는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 각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 각사
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2020년 12월 중순 마무리 된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3차 배터리 공급사 입찰에서 SK이노베이션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E-GMP 플랫폼에서 파우치형 외 원통형, 각형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도록 호환성을 높인 것으로 안다"며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과 달리 파우치형을 생산하지 않는 삼성SDI도 입찰이 가능해진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3차 E-GMP 물량은 2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물량을 나눠 가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SDI가 현대차 물량을 따내는 것이 확정될 경우 두 그룹은 자동차 사업에서 최초로 손을 잡는 것이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중국 CATL 배터리를 쓴 적 있지만 삼성SDI와는 교류가 없었다.

하지만 2020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전격 회동하면서 양사 간 협력이 가시화 한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7월에는 이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정 회장을 만나 배터리 관련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는 2021년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 양산이 목표다. NCA 배터리는 양극재 내 니켈 함량이 91%에 달한다. 기존 NCM 배터리 원료로 망간 대신에 알루미늄을 넣어 안전성 문제를 해결했다. NCA 배터리는 독일 BMW 신차에 처음 탑재될 예정이다. 현대차에는 2023년 출시하는 대형 SUV ‘아이오닉7’에 탑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차는 K배터리 3사와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아이오닉5용 1차 E-GMP 배터리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아이오닉6용 2차 공급사로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CATL을 택했다.

현대차는 2020년 12월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가 맺은 10조6000억 규모 배터리 산업 MOU에도 참여할 전망이다. 연간 25만대 수준의 전기차 공장을 현대차가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대차 배터리 공급 입찰 확정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이 어렵다. 지켜봐달라"며 "현재 각형과 원통형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전기차용으로 파우치형 배터리를 만들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