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4만달러(약 4395만원)를 돌파했다가 급작스레 추락했다. 국내외 전문가 사이에서는 옹호론과 비판론이 팽배하다. 이번주를 시작으로 비트코인에 낀 거품이 서서히 사라질 것이란 전망과 함께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비트코인이 중·장기적 투자 수단으로 안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함께 제기된다.

11일 가상자산 시가총액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대비 19%쯤 떨어진 3만2000달러(약 3500만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 기록한 최고가 대비 약 800만원이 사라졌다.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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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본격 하락 시작"

업계 일각에선 이번주를 기점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격에 낀 거품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대표 가상자산 비관론자이자 2008년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예측한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교수는 개인 트위터 계정에 "1월 15일이 다가오고 있다"며 "이날 비트코인에 낀 거품이 터질 것이다"라고 썼다. 다만 그는 1월 15일을 지목한 이유와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업계는 루비니 교수가 15일을 지목한 이유로 미국 달러화와 연동된 가상자산 테더(USDT)의 시장 조작 이슈를 든다. 현재 뉴욕 검찰청은 USDT의 발행 주체인 테더가 가상자산 가격을 조작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충분한 예치금 없이 USDT 발행을 임의로 통제했다는 혐의다. 테더 모기업인 아이파이넥스는 15일까지 관련 증거자료를 법정에 제출해야 한다.

고래(비트코인을 다량 갖고 있는 이들)들의 매도가 시작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상자산 분석 기업인 크립토퀀트는 "가상자산 움직임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는 ‘온체인 지표’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장에 오래 머물던 고래 투자자들과 채굴자 그룹이 모두 비트코인을 매도하고 있다"며 "비트코인 가격을 부양했던 기관투자자도 매수 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매수에 나서지 않으면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파생시장 분석가인 피터 브랜트도 "현 시점에서 가상자산 투자에 나서는 것은 늦었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간에 지나치게 많이 뛰었기 때문에 추가 수익을 얻기 보다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 시기다"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의 미래가 마냥 밝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제학자이자 조지 메이슨 대학 교수인 타일러 코웬은 세계 경기가 아무리 힘들어져도 비트코인이 달러화를 대체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아 세계 준비통화로서 달러를 대체하기는 힘들다"며 "고액 자산가일수록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은 부분적인 투자수단으로 사용되는데 그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가상자산은 탈세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주류로 부상하기도 힘들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밀레니얼 무시 못해…장기 투자수단으로 부상"

옹호론자들은 현재의 비트코인 하락세에 집중하기보다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하락세는 ‘조정’에 지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비트코인이 몇 번의 급등락을 거치다가 최종적으로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중·장기 투자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부연한다.

JP모건은 비트코인이 중·장기적으로 금과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향후 투자 업계에서 비중이 커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몇 년간은 대체통화로서 금과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JP모건은 또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14만6000달러(약 1억600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JP모건은 "대체 통화를 찾는 수요가 금에서 비트코인으로 옮겨가면서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며 "다만 비트코인과 금 교체가 급격히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시티뱅크도 비트코인 상승세를 전망했다. 토마스 피츠패트릭 시티뱅크 수석 분석가는 한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을 겪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오를 것이다"라며 "올해 12월까지 31만8000달러(약 3억5000만원) 수준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기하급수적인 움직임을 두고 "1970년대 금 시장을 연상시킨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뿐 아니라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정책을 추구하면서 비트코인은 폭발적으로 상승할 것이다"라고 했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도 비트코인 상승세를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그간 조정기를 거치지 않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며 "조정기를 거친 후 서서히 오름세로 접어들면서 내년 말 안으로 최고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최고점에서 비트코인이 30%의 조정기를 거친 뒤 재상승 기간을 점진적으로 거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내 비트코인 규제 동향을 살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뉴욕 자산운용사 반에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ETF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과거에는 신청하는 족족 승인이 불발됐지만, 최근에는 미국에서 가상자산 금융 시장이 꾸려지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는 만큼, 기대해 볼만한 이슈다. 만일 비트코인 ETF가 승인된다면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이 공식화되는 셈이라 글로벌 호재로 인식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재 자산이 갈 곳을 잃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며 "이에 따라 탈중앙화 성격을 띠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쏠리는 자금이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