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삶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언택트 산업이 단번에 시장 메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변화의 흐름은 올해도 이어진다. 백신이 등장했지만 팬데믹이 몰고 온 변화는 올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변화의 흐름을 잘 타면 기업에는 도약의 기회가 된다. IT조선은 올 한 해 우리 산업계 변화를 이끌 10대 기술을 찾아, 매주 월·목 2회씩 5주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디스플레이는 정보를 화상으로 전달하는 장치다. 터치·센서는 물론 자동차·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 등과 융합해 ‘산업의 눈’ 역할을 한다. 1960년대 브라운관을 시작으로 1990년대 액정표시장치(LCD)와 같은 평판 디스플레이를 넘어 롤러블(마는 형태)·폴더블(접는 형태)과 같은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몸값을 높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시대에 플렉서블 OLED는 기존 폴더블 스마트폰에 신흥 주자인 롤러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대중성을 높이고 있다. 폴더블 기술의 중심에 삼성전자가, 롤러블은 LG전자가 있다.

미스틱 브론즈 색상의 갤럭시Z폴드2 / 삼성전자
미스틱 브론즈 색상의 갤럭시Z폴드2 / 삼성전자
‘출하량 73% 장악’ 폴더블폰 대중화 나선 삼성전자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0년 세계 폴더블폰 예상 출하량(280만대)의 73%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2019년 갤럭시폴드를 처음 선보인 후 2020년에 상하로 접는 갤럭시Z플립과 좌우로 접는 갤럭시Z폴드2로 시장을 거머쥐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갤럭시Z폴드3(가칭)와 갤럭시Z플립2(가칭) 등 폴더블 후속작을 출시한다. 각각 가격을 낮춘 라이트 버전도 선보인다. 폴더블폰 판매 증대를 고심하는 만큼 다양한 폴더블폰으로 대중화에 힘쓴다. 폴더블폰 신작에 디스플레이 내부에 전면 카메라를 숨기는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UDC) 기술과 S펜을 탑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2020년 12월 15일 자사 뉴스룸 기고문에서 "2021년에는 더 많은 고객이 혁신적인 폴더블 기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폴더블 제품군의 다양화와 대중화에 힘쓰겠다"는 새해 계획을 밝혔다.

중국 기업의 도전도 매섭다. 오포는 2020년 12월 트리플 힌지로 구성한 폴더블폰 시제품을 선보였다. 화웨이와 비보도 각각 스타일러스펜을 갖춘 인폴딩(안으로 접는 형태) 폴더블폰을 준비 중이다. 비보는 2월 WIPO에 관련 기술 특허를 출원했고, 새해 하반기 출시를 예상한다. 화웨이도 중국에서 아웃폴딩(밖으로 접는 형태) 폴더블폰을 내놨고, 새해에 인폴딩 제품을 선보인다.

LG전자가 티저 영상으로 선보인 LG 롤러블 모습 / LG전자
LG전자가 티저 영상으로 선보인 LG 롤러블 모습 / LG전자
CES서 베일 벗은 LG 롤러블, ‘폴더블 판’ 엎을까

LG전자를 주축으로 한 롤러블폰도 한단계 진화한 플렉서블 OLED를 적용해 주목을 받는다. 출시 소식만 무성했던 롤러블폰은 11일(현지시각) 열린 CES 2021을 통해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LG전자는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LG 롤러블’ 영상을 깜짝 공개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옆으로 돌려 양손으로 측면을 거머쥐면 뒤쪽에 말려 있던 화면이 자동으로 슬라이딩하며 늘어나는 방식이다. 제품 뒤쪽에 말려 있는 화면이 내부에 있는 롤 모터를 통해 서서히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구체적인 사양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제품은 화면을 펼치기 전 6.8인치, 펼치면 7.4인치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스마트폰처럼 사용하다가 영화 감상이나 문서작업 등 다중 작업이 필요하면 화면을 늘려 태블릿처럼 활용할 수 있다. 중국 BOE의 패널을 탑재한 LG 롤러블은 상반기 내 출시가 유력하다.

중국 TCL도 같은 날 롤러블 콘셉트폰을 공개했다. 손가락으로 두드리면 화면이 6.7인치에서 7.8인치로 확대되는 스마트폰과 돌돌 마는 상소문 형태의 17인치 디스플레이다. TCL은 연내 롤러블폰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11월 오포도 롤러블 콘셉트폰을 공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스트레처블 기판 / 한국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스트레처블 기판 / 한국과학기술원
넥스트 플렉서블 OLED는 ‘스트레처블’

폴더블과 롤러블을 이을 다음 플렉서블 OLED로는 ‘스트레처블(stretchable)’이 거론된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고무줄처럼 신축성이 있는 디스플레이다. 특정 방향으로만 휘는 폴더블이나 롤러블디스플레이보다 다양한 변형과 응용이 가능하다. ‘멀티 폴더블 스마트기기’뿐 아니라, 움직임에 제약이 없고 착용감이 뛰어난 ‘웨어러블 디바이스’, 곡면으로 인한 디자인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자동차·항공용 디스플레이’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2월 25일 최경철 교수 연구팀이 OLED 기반의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데 필요한 스트레처블 기판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스트레처블 기판과 기존 유기발광다이오드 제조공정을 활용해 폴더블 디스플레이보다 신축성이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최경철 교수는 "스트레처블 기판을 활용하면 스트레처블 OLED, 마이크로 LED, 센서 등이 구현 가능하다"며 "스트레처블 및 웨어러블 전자 소자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스트레처블폰 출시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7년 미국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전시회에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당시 공개된 디스플레이는 20~30% 늘어나는 것으로 상용화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2020년 11월 삼성 내부 행사로 진행된 ‘삼성기술전 2020’에서 삼성전자는 스트레처블폰을 처음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 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개발’ 국책과제 주관 기업으로 선정됐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폴더블이나 롤러블의 사용 영역이 제한적이라면,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화면 왜곡 없이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프리폼(Free-Form)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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