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뜨자, 전문 의료진 채용 IT기업 늘어
네이버·삼성전자 나서면서 타 IT로 확산 전망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전문 의료인력 대규모 채용에 나선 가운데 우리나라 IT 기업도 의료인력 채용에 분주하다. 바이오 전공자 대신 비공식 인턴을 뽑아 예산을 아끼던 과거와 180도 다른 모습이다. 전문 의료인력 채용으로 헬스케어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안착시키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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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력 확보 나선 IT 기업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네이버와 삼성전자 등 국내 IT 대기업이 전문 의료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직접 공고를 내고 대대적으로 인재를 모시기 보다는 헤드헌터 또는 의료계 인맥을 동원해 조용하고 확실한 인재를 뽑고 있다.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정보통신 기술 발달로 기존의 치료 중심 헬스케어가 예방 등으로 변화한데 따른 것이다. 기존에는 개인 건강과 의료 정보를 개인이 아닌 병원이 보유하면서 병원에 의존해야만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밴드·워치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의 등장으로 개인 중심의 건강 관리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의사와 병원 등을 상대로 한 의료 서비스 시행을 위한 포석으로도 분석된다.

지난해 국내 최고 로봇 수술 전문가로 꼽히는 나군호 연세대 세브란스의료원 비뇨의과 교수를 헬스케어 연구소장으로 영입한 네이버는 최근 의료인력 1명을 추가 영입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해 독립 조직으로 꾸민 스마트 헬스케어 조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나 소장을 비롯한 전문 의료인력은 병원 경험과 IT 기술력을 활용해 세계적인 스마트 병원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나 교수가 주축이 돼 의료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내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하면서 미국 전문 의료인력을 부장 직급으로 채용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용 혈압 측정 모바일앱 ‘삼성 헬스 모니터’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 내 입지 다지기에 나선만큼 의료인력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헬스케어 기기 개발뿐 아니라 원활한 의료계 협업을 위한 포석을 깔아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IT 대기업과 연결된 한 헤드헌팅 기업도 최근 의료인력 채용에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헤드헌팅사 관계자는 "고객사로부터 헬스케어 사내 조직에 영입할 전문 의료인력 확보를 주문 받았다"며 "대형병원 인력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놓고 모셔오는 미국

우리나라 IT 기업이 다소 조용히 인력을 확보하는데 반해 미국에서는 대대적으로 의사 채용을 늘린다.

대표적인 곳은 구글이다. 구글은 최근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암 진단 시스템 등을 개발하면서 관련 의료 전문인력 채용공고를 냈다. 조직을 이끄는 카렌 데살보 최고보건책임자(CHO)는 "방사선 치료를 위해서는 전문의가 영상 이미지 상에서 종양 부위를 정확히 식별해야 한다"며 "이로 인해 치료에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AI를 통해 이 시간과 암 주변 정상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구글 헬스는 이 밖에도 전자의료기록(EMR) 호환 시스템 개발에 의사출신 개발자를 투입한다. 미국에선 병원마다 다른 EMR을 사용하는만큼, 의료 데이터 호환이 항상 문제점으로 제기돼 왔다. 구글은 이를 해결키 위해 통일된 방식의 EMR 시스템을 개발해 각 병원에 보급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환자 체온과 심장박동, 약물 처방 등 의료 정보를 적시에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애플도 의료인력 모시기에 열심이다. 애플은 2018년 기준 40~50명의 의료인력을 채용했다. 당시 외신은 "애플이 애플워치 등에 헬스케어 솔루션을 적용하기 위해 의료인력을 모시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애플은 최근 혈중산소포화도 측정 기능 등 헬스케어 기능이 강화된 애플워치 6세대를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의사 채용까진 아니지만, 업계 경력자를 이사진 멤버로 합류시키고 있다. MS는 2019년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 등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가속화 차원에서 GSK의 엠마 월슬리 CEO를 이사진에 합류시켰다.

MS는 헬스케어 솔루션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2018년 초에는 혈액 진단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어댑티브 바이오테크놀로지와 계약을 체결하고, 그해 여름에는 마이크로소프트헬스케어를 개발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