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굴욕’…구글 평점 1.8점 불과
업계·이용자 "엔터 산업 쉽게 봤나"

총체적 난국이다. 3D 아바타는 누군지 감이 안온다. 인공지능(AI)이 만들어 낸 아이돌 음성은 어색하기 그지 없다. 서버는 접속이 불안해 계속 끊기거나 로딩도 원할하지 않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거나 엔씨가 엔터 산업을 너무 쉽게 봤다는 지적이 난무한다.

1월 28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든 엔씨소프트의 K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 이야기다. 앱 출시 전만 해도 사전예약자 수가 400만명에 달할 정도로 기대감이 높았으나, 출시 이후 좋은 평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돌 그룹 ‘아이즈원’의 안유진(왼쪽)과 그를 본떠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유니버스 아바타의 모습 / 안유진 인스타그램, 오시영 기자
아이돌 그룹 ‘아이즈원’의 안유진(왼쪽)과 그를 본떠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유니버스 아바타의 모습 / 안유진 인스타그램, 오시영 기자
1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유니버스의 평균 평점은 5점 만점 중 1.8점에 불과하다. 최저점이 1점인 것을 고려하면 ‘굴욕’ 수준이다.

유니버스는 엔씨소프트가 출시한 케이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다. 엔씨소프트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팬덤 활동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도록 올인원 플랫폼으로 유니버스를 개발했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IT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로 아티스트와 팬을 한층 더 가깝게 연결한다고 밝혔다.

유니버스는 김택진 대표의 오랜 야심이 투영됐다. 김택진 엔씨 대표는 2020년 10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주요 의원이 판교 엔씨 사옥에 방문했을 때 게임 산업을 ‘디지털 액터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당시 "인간처럼 표정을 짓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는 디지털 액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기술적인 도전 과제다"라고 밝혔다.


엔씨 AI 음성합성 기술로 만든 프라이빗콜 "불쾌하다"

유니버스를 접한 이용자 반응은 한 마디로 ‘기괴하다’로 축약된다. AI 업계는 이를 두고 불쾌한 골짜기 현상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쾌한 골짜기 현상은 어설프게 사람을 닮은 대상으로 인해 이용자가 기괴함과 불쾌감을 느끼는 현상이다.

엔씨가 자체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한 유료 콘텐츠 ‘프라이빗콜’이 가장 큰 이유다. 목소리는 연예인과 비슷한지만 말투 등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마치 ‘국어책을 읽는 듯’ 어색하고, 불쾌하게 느껴진다는 평가다.

AI 업계는 엔씨소프트의 AI 기술력을 문제로 지적한다. 김진형 중앙대 석좌교수(전 인공지능연구원장)는 음성합성 결과물이 어색하게 들리는 경우, 데이터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연스러운 수준의 결과물을 위해서는 한 사람이 수 만 시간을 들여 녹음한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용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AI 서비스는 그 특수성과 관계 없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오른 유니버스를 두고 나온 혹평 중 일부 / 오시영 기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오른 유니버스를 두고 나온 혹평 중 일부 / 오시영 기자
"팬덤이 뭔가요?"…K팝 엔터 시장 이해도 떨어져

엔씨소프트의 K팝 엔터테인먼트 시장 이해도가 떨어진 것도 이유다. 아이돌을 향한 이용자의 애정을 프라이빗콜과 3D 아바타 등의 서비스에 애착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연결고리를 허술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프라이빗콜 기능에는 아이돌(연예인)의 말투, 호칭, 상황 등을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고를 수 있다. 사용자가 취향을 배려한 결과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연예인이 직접 하지도 않은 말을 기계가 따라하도록 만들었다며 소름끼친다고 평가한다. 특히 연예인과 연애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인 ‘썸’ 콘셉트를 본 이용자들은 ‘팬덤이 AI와 썸타는 흉내를 내고 싶어할 줄 알았나’며 코웃음쳤다.

아이돌 아바타는 완성도를 문제로 외면 받는다. 실물과 전혀 다르게 생긴 생김새는 물론 연관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굳이 해당 서비스를 감상할 이유를 못찾겠다거나 쓸데없이 앱의 무게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니버스 용량은 2GB에 달한다. 웬만한 모바일게임보다도 훨씬 큰 용량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이용자의 성향은 확연히 다른데 이 점을 간과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위 학회장은 "엔터 산업은 엔씨의 본업이 아니다 보니 이번 앱을 보면 단기간에 급조한 느낌이 든다"며 "기술력만 가지고 K팝 콘텐츠를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습게 보고 뛰어들었다. 팬덤, 시장, 콘텐츠의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면밀히 분석하고 사업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임 이용자가 아바타에 보유한 애정과 아이돌 팬덤이 가수의 음성과 외모의 애착은 전혀 다르다"며 "게임의 경우 성우 녹음 일부가 살짝 어색해거나 아바타가 완벽한 수준으로 표현되지 않아도 크게 따지지 않지만 아이돌 팬덤은 실제 가수와 차이점을 불쾌하게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로딩 중’과 ‘접속 실패’는 유니버스 앱 사용 중 자주 만나는 화면이다. / 오시영 기자
’로딩 중’과 ‘접속 실패’는 유니버스 앱 사용 중 자주 만나는 화면이다. / 오시영 기자
"아! 택진형, 어플이 왜이래?" 서버 불안정 현상도 문제

앱 로딩이 너무 길어지거나, 서버 상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등 문제도 지적된다. 게임을 출시할 때는 서버·최적화 기술 면에서 강점을 보이던 엔씨소프트와 다른 모습이다.

위 학회장은 "앱 개발에 사내 핵심 인력이 투입되지 않은 것 같다"며 "초반에 세계 시장에서 트래픽이 몰렸을 텐데, 이 부분을 좀 쉽게 봤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본격적인 서비스가 이뤄진지 아직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며 "서비스 초반인데다가 글로벌 서비스가 동시에 이뤄지다 보니 아쉬운 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기술 등은 이용자가 아티스트와 소통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선보였는데, 향후 이용자 반응을 꾸준히 살피면서 개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