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제조사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와 손을 잡기 위한 물밑 경쟁을 펼친다.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에 새 거점을 구축하며 유럽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져가겠다는 야심을 드러낸다. 테슬라와 동행을 이어가려는 LG에너지솔루션,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간 3파전이 치열하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시장은 각국의 친환경 정책 강화로 중국을 제치고 최대 시장으로 부상 중이다. 독일 시장분석업체 마티아스 슈미트가 1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20년 주요 유럽 시장에서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중국(125만) 보다 많은 133만대다. 2021년 유럽 전기차 신규등록 수가 191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세계 전기차 1위 테슬라의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19년 31%에서 2020년 13%로 급락했다.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에 짓고 있는 기가팩토리를 7월부터 가동한다. 모델Y를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한다. 베를린 기가팩토리는 테슬라의 유럽 공략을 위한 첫 거점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테슬라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 조감도 / 테슬라
테슬라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 조감도 / 테슬라
LG에너지솔루션과 CATL, 파나소닉은 유럽시장 성장에 맞춰 배터리 공장 신증설을 추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3억2000만유로(4300억원)를 투자해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70기가와트시(GWh)에서 100GWh로 늘린다. 이번 증설은 테슬라로 공급 증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늘어나는 생산능력 중 절반 이상이 테슬라에 공급하는 ‘원통형 배터리’라고 언급한 바 있다.

CATL은 2021년 첫 해외공장인 독일 에르푸르트에서 배터리 생산을 시작한다. BMW를 고객사로 확보한 CATL은 이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테슬라 베를린 기가팩토리로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에르푸르트 공장은 베를린 기가팩토리와 불과 200마일(320㎞) 떨어져 있다. 테슬라가 독일 기가팩토리에 필요한 배터리를 CATL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본 파나소닉은 에퀴노르, 노스크 하이드로와 손잡고 노르웨이에 배터리 공장을 세운다. 노르웨이 공장에서 독일 테슬라 공장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그림이다.

배터리 업계에는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 간 2파전이 유력하다고 본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정치적 이유로 CATL의 배터리를 공급받지만, 유럽에서는 성능에 중점을 둔 배터리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CATL은 리튬과 인산 철을 배합한 각형 LFP 배터리를 주로 생산한다. LFP 배터리는 코발트와 니켈 등이 들어가지 않아 가격 경쟁력이 높다. 하지만 양극재 소재 구조 특성상 에너지 밀도가 떨어진다. 특히 한겨울이나 여름에 에너지 효율이 낮아져 기존 주행거리를 보장하지 못한다.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출시 예정인 모델Y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하는 이유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모델3를 구매한 고객들이 LFP 배터리 성능 저하에 불만을 품고 테슬라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판매를 늘려달라는 요구가 나올 정도다"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오른쪽)와 드류 베그리노 테슬라 부사장이 2020년 9월 배터리 데이에서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셀 ‘46800’을 소개하는 모습 / 유튜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오른쪽)와 드류 베그리노 테슬라 부사장이 2020년 9월 배터리 데이에서 새로운 원통형 배터리셀 ‘46800’을 소개하는 모습 / 유튜브
테슬라는 베를린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하는 차량에 향후 ‘46800(지름 46㎜ x 높이 80㎜)’ 원통형 배터리셀 생산 라인을 배치할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 CEO는 2020년 9월 배터리 데이에서 인 21700(지름 21㎜ x 높이 70㎜) 대비 두배 이상 큰 셀을 개발해 생산 비용을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46800 배터리셀은 기존 에너지의 5배, 파워 6배, 주행거리 16%를 늘려준다. 머스크는 이를 통해 18개월 뒤 전기차용 배터리 가격을 56% 낮출 것이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46800 배터리셀 개발에 가장 앞선 곳은 파나소닉으로 알려졌지만, LG에너지솔루션 역시 2020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46800 배터리셀을 개발 중임을 밝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유럽시장에서 테슬라 배터리 공급은 기존에 원통형 배터리를 만드는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일 가능성이 높다"며 "CATL은 LFP 배터리 기술 고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원통형 배터리 제조 능력이 떨어져 테슬라 보다 BMW 등 유럽 주요 완성차와 협력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