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산업 규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부처 간 영역 다툼으로 인한 불필요한 중복 규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부처간 경쟁보다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환영사를 발표하고 있다. / 방송통신위원회 유튜브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환영사를 발표하고 있다. / 방송통신위원회 유튜브
5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 토론회에서 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기획법무담당관은 플랫폼 특성상 단일법으로 규제가 어려운 만큼 각 부처 간 협의가 중요하며 이를 뒷받침할 실무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플랫폼 특징을 고려하면 기존 단일 법 체계로 규제가 불가능한 만큼 반드시 여러 규제 기관이 같이 갈 수밖에 없다"며 "중복 규제를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관련 기관이 유기적인 연계 체계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둘러싸고 방통위와 공정위가 주도권 경쟁을 벌이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 의원이 발의한 이용자보호법은 집행 권한을 방통위에 부여했다.

반면 현재 국회에 제출된 온라인 플랫폼 특별법안 가운데 송갑석, 김병욱, 민형배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은 규제 주체를 공정위로 지목하고 있다. 여기에 공정위가 일정규모 이상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표준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교부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방통위와 공정위 간 갈등이 본격화했다.

산업계는 부처 간 갈등이 불편하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수술대 위에 올라갔는데 의사 두 명이 서로 수술하겠다고 다투는 상황으로 느껴져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공정위와 방통위 법안 두 가지가 황급히 처리되면 법 체계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충분한 조사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부처 간 경쟁을 통해 촘촘하게 소비자보호가 이루어진다면 긍정적이지만 불필요한 권한 분쟁을 한다거나 중복된 규제로 인한 행정력의 낭비를 가져온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좋지 않다"고 했다.

방통위는 공정위 법안이 전기통신사업법과 중복 규제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온라인 플랫폼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이용자의 권익 저해 문제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합리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방통위도 국민들이 혜택을 누리는 이용자 중심 정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힘을 실었다.

과방위 의원들도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안은 방통위가 먼저 맡고 공정위는 사각지대를 다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양정숙 의원은 "공정위가 주도하는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와 플랫폼 이용 사업자 관계에 대한 것으로 이용자 보호는 포함돼 있지 않다"며 "전혜숙 의원안에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용자에 대한 개인정보 침해, 노출 순위 조작 등에 대한 내용이 면밀히 검토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원욱 국회 과방위위원장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 방통위와 공정위 두 기관에서 모두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윤관석 정무위원장과 양 상임위 간사들이 모여 가닥을 잡기 위해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