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LG·SKT와 다른 KT의 이별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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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2.08 06:00
지금은 4차산업혁명 시대다. 모든 산업이 IT와 융합하며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산업으로 탈바꿈한다. 체질이 완전히 전환되는 만큼 기업의 분사나 인수합병도 활발히 펼쳐진다. 미래 골격에 맞지 않은 계열사를 다른 회사에 매각하거나 기업간 결합 현상 발표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예전 같으면 기업의 크고 작은 변화상이 큰 이슈가 됐지만, 요즘은 규모의 대소를 떠나 일상적인 일로 치부된다. 다만 걱정인 것은 소속원들의 심적 동요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아름다운 이별’에 익숙하지 않은 임직원의 박탈감이 생각보다 높은 상황이어서 걱정이라는 지적이 잇달아 나온다.

LG전자는 최근 상당 기간 적자 행진을 이어온 스마트폰 관련(MC) 사업부를 정리하기로 의사 결정을 했다. MC 사업본부 적자 규모는 2015년 2분기 이래 2020년 4분기까지 24분기 연속으로 총 5조원에 달한다. 생활·계절 가전 부문의 활약 덕에 연간·분기 실적 기록을 갈아치운 LG 입장에서는 아픈 손가락에 해당한다. 오죽하면 지금은 고인이 된 구본무 회장이 ‘야구와 스마트폰 잘하면 된다’는 얘기까지 했을까.

LG전자는 1월 MC사업부의 매각을 비롯한 다양한 방향을 검토한다는 권봉석 사장의 발언 내용을 발표했다. LG전자가 MC사업부의 부진을 두고 갑작스럽게 매각 등 논의부터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 이 분야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 조준호 사장, 황정환 부사장, 마창민 전무 등을 투입하며 MC사업부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과가 나빴다.

권 사장은 임직원의 동요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MC 사업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없다"며 직원들 달래기에 먼저 나섰다. 오랫동안 LG전자에 함께 몸담았던 직원들의 불안감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한 말이었고, 내부에서도 동요 대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회자됐다.

T맵 분사를 결정한 SK텔레콤의 박정호 부회장이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도 권봉석 LG전자 사장의 직원 달래기와 맥을 같이한다. SK텔레콤은 2020년 12월 우버 등 뉴 ICT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SK텔레콤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T맵을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모빌리티 분야는 향후 플라잉카 등 신사업으로 발전하는 만큼, 특화 기업에서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당시 박정호 부회장은 T맵 사업부 임직원과 만난 자리에서 일정 금액의 보너스와 스톡옵션을 비롯해 위로금 지급 등 다양한 약속을 했다. 심지어 계열사 직원의 SK텔레콤 복귀 길을 열어두겠다는 파격 조건도 내걸었다. 직원 입장에서는 조직적 변화에도 회사를 믿고 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어서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최근 매각이 결정된 KT의 계열사 KT파워텔 분위기는 상반된다. KT파워텔 임직원이 매각 결정을 안 시점은 발표 당일인 것으로 IT조선 취재 결과 확인됐다. 매각 발표는 본체인 KT가 아닌 회사를 구입한 아이디스가 먼저 진행했다. 뒤늦게 KT파워텔 매각 발표를 한 KT는 임직원에 대한 처우보다 아이디스가 KT파워텔 인수 후 어떻게 시너지를 낼 것인지를 소개했다.

KT 관계자는 "KT는 고객관점에서 업을 재정의 해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추진 중이다"며 "KT파워텔 매각은 KT가 통신 역량을 집중하여 ‘디지에코(Digico)’ 전화의 의지를 보여준 사례로, 파워텔이 새로운 성장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KT파워텔 직원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계열사로 위상이 달라지지만, KT는 계열사 임직원에 대한 처우를 고민하는 것보다 M&A 후의 회사 위상에 대해 소개하기 바빴다. LG전자나 SK텔레콤 발표 때와 상당히 다른 상황이다.

1985년 설립된 한국항만전화가 모태인 KT파워텔은 그동안 주파수공용통신(TRS) 등 사업을 통해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등 성과를 냈지만, 이후 KT 그룹 차원의 PS-LTE 사업 진출 차단 등 요인으로 뚜렷한 비즈니스 기회를 갖지 못했다. KT파워텔 대표는 KT 본사 출신 임원이 2~3년간 맡는 식이었다.

통신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KT파워텔의 성적이 신통치 못했던 것은 비즈니스를 잘못했던 요인 보다 KT 그룹 차원의 비즈니스 기회 차단이 더 큰 요인이 됐다. 2020년에는 180명에 달하던 직원 중 40명이 정리해고 됐지만, KT파워텔 노조는 참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KT가 매각이라는 결론을 내리며 KT파워텔 임직원의 박탈감을 키웠다.

기업의 흥망성쇠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조직에 소속된 임직원에게 있다. 하지만 지주사가 임직원의 시장 참여 기회에 제약을 가할 경우 지주사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매각 결정을 내렸다면, 최소한 발표 전 관련 내용에 대한 공유가 필요하다. 회사의 주인이 ‘주주’인 것은 맞지만, 어쨌든 그 회사의 수익을 만들어 가는 것은 임직원이다.

KT파워텔 노조는 KT에 사후 조치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하는데,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필요에 따라 계열사를 매각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이 중요하다. KT의 아름다운 이별에 대한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이진 기자 ji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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