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 공청회서 쏟아진 우려

입력 2021.02.08 20:43

개정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세부항목 의견 엇갈려
시민단체, 의견수렴 과정 부족 지적
중소기업계 "현실과 먼 규정들"
산업계, 전체매출액 기준 과징금 과도한 규제 한목소리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을 둘러싸고 업계와 시민단체에서 다양한 우려를 쏟아냈다. 정보주체의 권리를 강화하고 데이터3법의 물리적 통합에서 화학적 통합으로 넘어가는 법 개정의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세부 항목을 두고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시민단체에서는 정보주체의 권리 강화를 위한 장치가 더 필요하다고 외치지만 업계에서는 과도한 규제와 법적 불확실성 증가를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8일 ‘개인정보 보호법 3차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온라인 공청회를 개최했다. 학계, 시민단체, 민간기업, 법조계에서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 온라인 공청회가 진행 중인 모습/ 개인정보위
이날 공청회에서는 토론 패널로 황창근 홍익대 교수, 박민철 김앤장 변호사 등을 비롯해 이진규 네이버 이사, 김현종 삼성전자 상무, 이경상 대한상의 본부장, 강형덕 중소기업중앙회 실장 등이 참여했다. 시민단체 대표로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이 나왔다.

정보주체 권리 외친 시민단체, "가명정보 활용 후 폐기해야"

시민단체들은 입법예고 과정에서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지연 사무총장은 "최근 가명정보 관심이 높은데, 가명정보가 지나치게 만능으로 보여지는 것이 우려된다"며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안전장치가 더 있어야 하며, 활용한 가명정보를 폐기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에 충분한 의견수렴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 부족했다"며 "특히 시민사회단체들이 의견 피력할 수 있는 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 역시 "무수히 많은 쟁점이 있었는데, 의제 선정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의견을 제출할 기회가 없었다"며 "2시간 토론으로 많은 쟁점에 대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 역량평가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시민단체에서 오랜 기간 주장했던 가명정보 처리 동의 면제 조건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정보 이동권 도입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전했다.

사진 왼쪽부터 삼성전자 김현종 상무,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 공청회 영상 갈무리
오 대표는 "개인정보 이동권이 마치 정보주체 권리를 강화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마이데이터 활성화 목적으로 도입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와 마이데이틑 별개 이슈며 서로 다른 모델이다"며 "특정 개인정보 처리자가 이를 통합 관리할 경우 개인을 감시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업계 "과징금 전체매출액 기준, 과도하다" vs 개인정보위 "걱정 안 해도 된다"

업계에서도 기대보단 우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드러냈다.

강형덕 중소기업중앙회 실장은 "중소기업에 과도하고, 현실과 먼 부분이 있다"며 "업계의 99%를 차지하는 업계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고, 영향분석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단체 심사 청구권을 부여하면, 남발해 사용할 요인이 있다"며 "적정성 심사도 비즈니스 환경이 다른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기준으로 경영 리스크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과징금 기준이 기업의 전체 매출액 3%로 변경하는 것은 과도하며, 유사법에서도 위반행위 관련 매출로 한정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 전담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일정 유예기간을 줘야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중소기업계뿐만 아니라 산업계모두 과징금 기준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경상 대한상의 본부장은 "100조의 매출을 내는 B2B 거래 위주 업체가 새로운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다가 실무자 이탈로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했을 때 3조의 과징금을 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GDPR기준이 전체 매출액인 배경에는 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기업의 시장 장악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종 삼성전자 상무도 "행정벌의 경우 비례의 원칙이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며 "매출 230조원인 한국 본사 기준을 하면 추가적 감경 고려하더라도 과징금만 수조원이다"며 "개인정보 중요성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고의 중과실 아닌 유출 발생했을 때 다른 법률과의 조화를 고려해 합리적 규율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외이전 계약 체결 매커니즘도 우리나라 법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규 네이버 이사도 "실제 과징금 상향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관련매출 확정이 어려우니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관련 매출 확정할 수 있는 기준 마련 노력을 우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분쟁조정제도에 사실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있는데, 특정 당사자에 유리하거나 이익을 주는 구조로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며 "조정에 응하지 않는 당사자에 과태료 등을 강요하는 등의 방식은 자발적이고 구속적이어야 하는 ADR의 이념적 가치에 반한다"고 말했다.

이병남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과장 / 공청회 영상 갈무리
이병남 개인정보위 과장은 기업들의 이같은 우려에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답했다. 이 과장은 "담합행위와 달리 개인정보 위반 발생 매출은 산정이 곤란하고, 과징금 부과에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보니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반복적이고 의도적으로 침해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사업자들에 한해 전체매출액 3%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며, 일반 기업이 그렇게 과징금을 맞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 우려에 대해서도 "법에는 담지 않았지만, 정책적으로 중소기업의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며 "중소기업 맞춤현 지원을 위한 지원센터도 마련해서 운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동권 대상 주체라든지 의무대상자는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해 부담이 되지 않도록 일정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별로 확대할 계획이다"며 "업계가 걱정하는 부분 시행령과 하위법령 정비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철 김앤장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정보주체의 이익인 개인정보 보호와 산업 데이터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구체적 방안을 이익형량 등의 방법을 통해 각계 각 층 이해관계자들 여러 사정 의견 들어 리스트업한 다음에 추가적으로 개정안을 검토하면 좋을것 같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