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지 못할바엔 훔치자"
中, 한복·김치·독립운동가 등 韓 문화·역사 가로채기 점입가경

중국의 역사왜곡이 점입가경이다. 한복·김치 같은 한국 고유 문화를 중국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윤봉길·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마저 조선족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린다. 이런 역사왜곡 선봉에는 게임과 포털이 있다. 전문가는 중국 역사왜곡이 일부 세력의 떼쓰기가 아닌 조직적인 움직임인 만큼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중국 게임 샤이닝니키에 등장하는 한복(왼쪽), 꿈의 계절에 등장하는 갓의 모습 / 페이퍼게임즈, 댓게임컴퍼니
중국 게임 샤이닝니키에 등장하는 한복(왼쪽), 꿈의 계절에 등장하는 갓의 모습 / 페이퍼게임즈, 댓게임컴퍼니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교양학부)는 2월 16일 바이두에 독립운동가의 국적·민족을 바르게 표기하라는 항의 서신을 보냈다. 이는 바이두가 백과사전에 윤동주 시인의 국적을 중국, 민족은 조선족으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이봉창, 윤봉길 등 다른 독립운동가도 조선족이라고 적었다.

그는 앞서 지난해 12월 30일 윤동주 시인 탄생일에 맞춰 항의를 시작했다. 이후 순국일인 2월 16일까지도 아무런 변화가 없자 재차 시정을 요구했다. 바이두 백과사전은 이전에도 김치의 기원이 중국이라는 주장을 싣고, 서 교수의 항의 서신을 받자 네티즌이 이를 수정할 수 없도록 잠그기도 했다.

서 교수는 "바이두 백과사전은 원래 네티즌도 참여해 수정할 수 있는 곳이지만, 바이두가 직접 수정 권한을 잠그는 등 움직임을 보인 것은 역사왜곡에 직접 개입한 것이다"라며 "바이두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주장에 자신이 없으니 소통하지 않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역사 왜곡은 게임에서 더 노골적이다. 10일 미국 인디게임사 댓게임컴퍼니는 한국 이용자에게 사과했다. 제노바 첸 대표(중국 국적)가 ‘갓은 중국, 명나라 왕조의 모자’라고 발언한 탓이다. 사과는 한국 이용자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로 보이지만 사과문에는 사과 원인 등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또 표현은 두루뭉술했다. 중국 이용자에는 ‘갓은 중국 문화’라고 확실히 말한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FPS 게임 오버워치에서 실시한 설날 이벤트에서도 중국 네티즌들은 왜곡된 주장을 펼쳤다. 당시 이벤트에는 조선시대 호랑이를 잡기 위해 창설된 ‘착호갑사’의 의상에서 착안한 스킨이 사용됐는데, 중국 네티즌들은 "설날이 아닌 춘절(중국식 설 명절)이다"라며 "한국은 도둑국이다"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네티즌은 한국이 중국의 전통문화를 많이 도용했다며 등불놀이, 단오절, 활자인쇄, 풍수리지 등이 중국의 고유 문화라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컴퍼니가 게임 ‘샤이닝니키’를 출시한 지 1주일만에 돌연 한국 서비스를 중단하며 ‘한국은 자체 복장 체계가 없었으므로, 한복은 명나라 의상을 개선한 것이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문화 동북공정 뒷배에는 중국 정부…"우리 정부 강경 대응해야"

전문가는 최근 들어 중국 기업들이 동시에 역사·문화 왜곡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두고 중국 정부와 관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정부가 뒷배로 기업들을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11월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중국 김치가 국제표준이 됐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1월 ‘중국 정부 계정’으로 설정된 자신의 트위터에 ‘김치를 담가 먹어보라’며 김장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서 교수는 "예전에는 세계에서 아시아 문화라고 하면 중국 문화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K팝, K드라마 등 우리나라의 좋은 콘텐츠 덕에 아시아의 주류 문화 흐름이 한국으로 옮겨간다는 위기감을 중국이 느끼는 것 같다"며 "중국 네티즌이나 일개 기업의 잘못된 애국주의의 발로가 아니라 중국 정부의 입장에 발을 맞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콘텐츠 업계를 내세워 계속 역사·문화를 왜곡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한국 게임 업계도 가만히 있기보다는 한국 문화와 역사를 홍보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다만 중국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보다는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경덕 교수는 정부의 강경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네티즌의 개별적인 왜곡이라면 한국 정부가 나서기는 어렵겠으나, 중국 정부 차원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정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