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현대백화점끼리 ‘팀킬'이 일어날까. 현대백화점은 여의도에 서울 최대 규모 ‘더현대 서울'의 문을 열었는데, 유통업계에서는 더현대 서울이 기존 목동점 고객을 끌어당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소득층을 겨냥한 만큼 가까이 위치한 신세계 타임스퀘어나 롯데 영등포가 아닌 부촌으로 평가받는 목동 소비층을 흡수한다는 것이다.

더현대 서울. / 김형원 기자
더현대 서울. / 김형원 기자
현대백화점 목동점은 2020년 매출 기준으로 전국 14위다. 목동 상권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목동점은 2012년 연매출 7460억원을 기록하는 등 압구정 본점에 육박하는 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신세계 타임스퀘어 등 주변 경쟁 백화점의 성장으로 2013년부터 지속적인 매출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3040 주부 소비층 사이서도 여의도 더현대가 더 화젯거리다. 인공폭포와 숲 등 휴식공간이 넓게 마련돼 가족 동반 쇼핑장소로 제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측 생각은 다르다. 목동점도 넓고 좋은데 굳이 주말 교통혼잡을 감수하고 여의도로 오겠냐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한 관계자는 "마포구와 용산구, 동작구, 여의도 소비자가 더현대 서울을 주로 이용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목동 소비 수요는 주말 도로혼잡 요소가 있어 여의도 더현대에 오더라도 1회성에 그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의 전망대로 ‘더현대 서울’이 마포·동작·용산구 고소득층 가족단위 소비 수요 흡수할 경우 타격을 받는 것은 신세계와 롯데 본점이다.

더현대 서울 1층 매장 모습/ IT조선
더현대 서울 1층 매장 모습/ IT조선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마포구 소비 수요가 여의도 더현대에 몰릴 것으로 관측했다. 다리 하나 건너는 것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등 교통이 편리하고 소득수준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포구 아현동·염리동·대흥동·공덕동 일대의 경우 뉴타운 구축으로 24평대(84㎡) 아파트 값이 6억원대에서 17억원으로 뛰는 등 신흥 부촌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면 유통업계 관측은 현대백화점의 예상과 조금 다르다. 목동 상권이 고소득층을 흡수하기에 한계가 있고, 2009년 이후 리뉴얼 없이 방치된 목동점이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은 탁 트인 내부공간과 중앙 휴개공간이 넓고, 젊은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가 플래그십스토어 형태로 입점돼 있다"며 "5호선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도로혼잡을 피해 지하철로 목동에서 여의도로 접근하는 수요도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더현대 서울이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나다고 홍보하고 있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철 5·9호선 여의도역과는 지하보도로 연결된다. 인근 여의도 버스 환승센터를 통해 서울·경기·인천지역 소비층도 흡수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입지적 강점과 편리한 교통망 등을 바탕으로 서울, 수도권 소비자를 적극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백화점 측은 올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개점 후 1년간 6300억원의 매출을, 2022년에는 연매출이 7000억원를 목표로 한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