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서 불붙은 연봉 인상 전쟁이 IT·스타트업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개발 등 IT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이같은 인재 쟁탈전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처우 개선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의견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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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초봉은 6000만원이 뉴노말

26일 프롭테크 기업 직방은 신입 개발자 초봉을 6000만원으로 책정하고 재직 중인 직원 연봉은 개발 직군 2000만원, 비개발 직군 1000만원씩 일괄 인상한다고 밝혔다. 경력 개발자는 최대 1억원 한도 내에서 기존 직장의 1년치 연봉을 사이닝 보너스로 줄 계획이다. 앞서 전날 게임사 크래프톤이 발표한 인상안과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올해 들어 게임업계는 개발사들이 잇따라 연봉 인상을 발표하면서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게임 개발사에서 시작된 연봉 인상 경쟁이 스타트업과 IT 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가 된 배경이다.

업계는 연봉 인상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디지털 전환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전 산업군에서 개발자 모시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직이 잦은 IT업계 특성상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선 더 나은 보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중심의 게임·플랫폼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면서 인력 채용 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다"며 "주요 스타트업도 인력, 특히 개발자 확보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봉 인상 경쟁이 상반기 내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기업 간 경쟁 구도 형성에 고민은 경영진 몫

다만 기업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경영진 고민도 커진다.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은 구인난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핀테크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최선의 조건을 내걸어도 채용이 쉽지 않다"고 했다.

IT업계 연봉 상위권으로 알려진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홍역을 앓고 있다. 직원들에게 스톡옵션과 상여금을 부과했음에도 보상 체계를 둘러싼 불만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에 네이버와 카카오 경영진은 25일 각각 간담회를 열고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새로운 도전이 결실을 맺기까지 바로 매출로 가시화되지 않는 것이 인터넷 비즈니스의 특징이다"며 "스톡옵션을 통해 장기간에 걸친 회사의 성장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도 "최고의 인재에게는 최고의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쟁사보다 보상이 적다면 빨리 개선하겠다"고 했다. 다만 "장기적인 변화는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영진 설득에도 직원 불만은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네이버 노동조합은 불공정한 보상과 경쟁사에 비해 낮은 처우 개선으로 인해 직원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성과급 추가 지급 등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회사 측에 요구했다.

네이버 노조 측은 "소통을 빙자한 회사의 일방적인 의사소통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회사는 컴패니언 데이에서 ‘보상 철학’을 설명하겠다고 했지만 형식적인 답변만 했을 뿐이다"고 지적했다.

인사평가제도와 체계 재정비 필요성 대두

기업들이 이번 논란을 인사 평가 제도와 평가 체계를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인사 관리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해외 기업에 비해 불투명한 보상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IT기업도 보상과 관련한 갈등은 존재한다.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순 없기 때문이다"면서도 "한국은 인사고과와 보상체계가 모호한 부분이 많고 특히 많은 기업이 팀 단위의 집단적인 보상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만이 큰 것이다"

그는 이어 "IT기업이 성장하는 동안 잠재돼 있던 문제가 드러나면서 단기간에 충격이 크게 왔다"며 "조직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