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통해 학습한다는 것이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에는 문학·과학·사회·상식 등 다양한 분야의 숨은 지식이 있다. 잘 뜯어보면 공부할 만한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오시영의 겜쓸신잡(게임에서 알게된 쓸데없지만 알아두면 신기한 느낌이 드는 잡동사니 지식)은 게임 속 알아두면 쓸데없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한 잡지식을 소개하고,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코너다. [편집자 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진행한 온라인 행사 블리즈컨라인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세계 게이머의 눈길을 끈 작품은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다. 이 게임은 2000년에 출시한 블리자드의 대표작 디아블로2의 리마스터다. 그래픽과 사운드, 일부 시스템을 현대에 맞게 바꿨다. 게임 스토리 등은 20년 전과 동일하다.
디아블로2에는 증오의 군주 메피스토가 등장한다. 디아블로 세계관에는 지옥의 일곱 악마 중 가장 강한 악마 삼형제가 있다. 그 중 장남이 메피스토다. 3막(액트3) 증오의 사원 보스다. 매우 교활하고 지능적인 성격으로, 차남인 바알과 삼남 디아블로는 메피스토의 말을 잘 따른다.
대악마 메피스토는 게임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가 뿜는 악의 기운은 너무나 강력하다. 영혼이 영혼석에 갇힌 후에도 그 기운 만으로도 영혼석을 감시하던 자카룸(게임 내 가상 종교)의 사제를 타락시킨다. 결국 메피스토의 영혼석을 보관하던 ‘빛의 사원’은 악의 소굴 ‘증오의 사원’으로 타락하고 만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작품 전체에 걸쳐 등장하는 악역이다. 주인공인 파우스트보다 먼저 등장한다. 그는 학문적 진리를 탐구하다가 회의감에 빠져버린 늙은 학자 파우스트를 유혹할 수 있을지 하느님과 내기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검은 개의 형상을 하고 파우스트에게 다가가 거래를 제안한다. 그는 파우스트의 종으로써 주인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는 대신, 파우스트가 어느 순간 편안하게 누워 허송세월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해(현실에 안주해 미래를 포기)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Verweile doch! Du bist so schön!)’라고 말하면 그의 영혼이 악마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파우스트는 이를 수락한다. 이후 메피스토펠레스는 순진한 처녀 그레이트헨을 만나도록 하거나 역사, 신화 속 다양한 순간으로 파우스트를 이끌면서 그를 타락시키고자 꾸준히 노력한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대신, 끊임 없이 방황하면서도 열심히 노력하고 추구하는 것을 멈추지 않은 덕에 마지막 순간 신으로부터 구원받는다.
괴테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도 끝내 구원 받는 파우스트의 모습을 통해 인간은 방황하더라도 노력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작품 내 하느님의 대사인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는 말에 잘 드러나 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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