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쏠린다. 성사될 경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네이버·쿠팡에 맞먹는 새로운 유통 강자의 탄생이라는 평가다.

 / 카카오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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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잠재 인수 후보 기업에 예비입찰 일정을 오는 16일로 통보했다. 카카오, 신세계, 롯데그룹과 KKR, 칼라일,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가 투자설명서(IM)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카카오 인수 가능성에 주목한다. 카카오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카카오가 커머스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놓치기 어려운 대어임에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카카오는 다음, 로엔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업 외에도 포도트리, 록앤올 등 스타트업을 품에 안는 인수·합병(M&A) 전략으로 몸집을 빠르게 키워왔다.

카카오커머스는 연간 거래액이 3조원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다만 카카오톡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오픈마켓 영역으로 사업을 넓힐 수 있다는 구상이다.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네이버, 쿠팡에 이은 이커머스 선두주자로 올라서게 된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1월 국내 온라인 결제 금액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네이버가 2조8056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쿠팡(2조4072억원), 이베이코리아(1조6106억원)가 뒤를 이었다. 이베이코리아 거래액에 카카오커머스 거래액을 더하면 쿠팡과 비슷한 규모가 된다.

김현용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인수전 참여는 네이버와 쿠팡 양강구도 굳히기에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며 "카카오의 경우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연간 거래액은 25조원 규모로 단숨에 쿠팡을 소폭 상회해 네이버와 맞먹는 수준이 가능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네이버와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네이버는 물류 서비스 강화를 선언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 특성에 맞게 설계할 수 있는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물류 방식을 도입해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CJ대한통운과 협력했으며 FSS, 위킵, 아우얼박스, 신상마켓, 브랜디 등 여러 스타트업과 손잡았다. 또 이커머스 1위 굳히기를 위해 신세계와 협업도 검토 중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2일 ‘네이버 밋업’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이해진 GIO가 만나 유통 영역에 대한 부분에 대한 고민과 어떤 부분에서 협력 가능할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며 "서로 협력할 방안에 대해 가능성 열어두고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다만 카카오 외에도 인수의향자가 많다는 점은 걸림돌로 분석된다. 디지털 전환이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신세계, 롯데그룹 등 전통 유통 강자도 이베이코리아에 눈독을 들인다. 이들은 인수 가격을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베이코리아는 매각 희망가를 5조원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여력은 있을 것이다"면서도 "다만 인수 후에도 오픈마켓 플랫폼을 개선하고 카카오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추가 투자가 필요하기에 신중히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