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에서 잇달아 화재가 발생했다. 차량에 탑재하는 배터리에 충격을 가하는 등 상황 발생 시 불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전기차 구매를 주저한다는 소비자도 많다.

이에 최근 열이나 충격이 가해져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 전해액을 고체로 전환한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가 큰 주목을 받는다.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불에 타지 않고 기존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대폭 늘리는 등 효과가 나타난다. 전고체 배터리를 ‘꿈의 배터리’라 부르는 이유다.

삼성SDI, 현대차 등 전기차·배터리 업체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다. 전담팀을 꾸려 수년 내 상용화를 위한 각축전을 벌인다. 2025년 상용화 후 10년 지난 2035년 예상 시장 규모는 29조3000억원에 달한다. 한솔케미칼 등 전고체 배터리 핵심소재에 관한 특허기술을 보유한 소재 기업은 전고체 배터리 시대 개막과 함께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전고체배터리 핵심 소재인 황화물계 슈퍼 이온전도성 소재 이미지 / KIST
전고체배터리 핵심 소재인 황화물계 슈퍼 이온전도성 소재 이미지 / KIST
삼성SDI가 최근 공개한 2020년 사업보고서 자료를 보면, 이 회사는 연구개발에 8083억원을 쏟아부었다. 삼성SDI의 연구개발비는 2017년부터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매출액 대비 비중은 7% 이상을 차지한다.

막대한 비용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이유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선점을 위함이다. 무엇보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삼성SDI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은 2020년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첫 회동에서도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양사는 2018년 전고체 배터리 생산개발 스타트업인 솔리드파워에 공동 투자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삼성SDI와의 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자체 배터리 기술 강화에도 박차를 가한다. 독자적으로 배터리를 개발해 생산까지 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자 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남양연구소 산하 배터리 연구개발 조직을 선행기술과 생산기술, 배터리기술로 구분해 강화했다. 선행기술 연구팀은 R&D 인력만 200명 이상으로 알려졌으며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 중대 목표 중 하나다.

현대차와 손잡고 전고체 배터리 핵심소재(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제조 특허를 공동 출원한 소재기업 한솔케미칼도 전고체 배터리 시대가 열리면 수혜를 입을 기업으로 꼽힌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는 상용화 예상 시기인 2025년 1조6000억원에서 2035년 29조30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라며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제조 기술을 보유한 한솔케미칼과 같은 소재 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 관련 선두에 있는 기업으로 일본 도요타가 꼽힌다. 이 기업은 2000년대 초반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시작해 2008년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요타가 보유한 전고체 배터리 특허만 10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특허의 40%에 해당하는 수치다. 도요타는 2025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삼았다.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시기를 예측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정경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에너지저장연구단장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서 먼저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과제들이 있다"며 "배터리 소재를 액체에서 고체로 바꾸는 과정에서 이온전도도가 상당히 낮아지는 현상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며, 생산공정이 달라지기 때문에 공정기술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여러 요인이 존재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 주목할만한다"며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된다면 주행거리가 대폭 늘어나면서도 불에 타지 않는 배터리가 탄생하기 때문에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