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이제 우리나라 사람의 대표 기호음료로 자리 잡았다. 직장인 중 하루에 커피를 1잔도 마시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즐기고 있다. 뜨거운 커피보다 목넘김이 부드럽다는 이유로 콜드브루 커피를 찾는 분도 있고, 달달하고 편하게 마실 수 있어 믹스커피나 캔커피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커피에는 항산화 물질을 비롯한 많은 좋은 성분들이 들어 있다고는 해도 카페인으로 인한 수면장애 등의 이유로 오후부터 커피를 아예 입에 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최근 건강상의 염려로, 특히 카페인 함량 때문에 뜨거운 커피보다 콜드브루 커피를 선호한다는 분을 만난 적 있다. 과연 그분은 건강하게 커피를 즐기고 있는 것일까?

카페인은 커피나 차 같은 일부 식물의 열매나 잎, 씨앗 등에 함유되어 있는 물질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정신을 각성시키고 피로를 줄이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으나 다량을 장시간 복용할 때에는 짜증, 불안, 신경과민, 불면증, 두통 등의 신체적·정신적 증상을 수반하기도 한다. 또한 위산분비를 촉진하여 오랫동안 다량을 복용하면 위궤양, 미란성 식도염, 위식도역류질환 등도 야기할 수 있어 적절히 통제하여야 한다.

카페인은 커피믹스 한 봉(12g)에 69mg이 들어 있고 캔커피 한 개에는 74mg이 들어 있다. 250ml 콜라 캔 하나에는 23mg, 30g 초콜릿 한 개에는 30g이 들어 있다. 녹차 2g이 들어 있는 녹차 티백 한 개에는 15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통상 커피 한 잔을 만들 때 약 15~20g의 커피를 사용한다. 그러므로 캔커피 한 개도 같은 양의 커피 가루가 사용된다고 가정할 때 캔커피에 들어 있는 커피 1g당 카페인은 3.7mg~4.9mg인데 반하여 녹차 티백 속 녹차 1g당 카페인 함량은 7.5mg에 이른다. 그러므로 단위 g당 카페인 함량은 티백 속 녹차가 캔커피 속 커피보다 훨씬 높다.

특히, 산화와 발효를 통해 생산되는 홍차와 보이차 등의 카페인 함량은 녹차에 비해 더 높은 편이다. 그러므로 수면장애 때문에 홍차나 보이차 등을 즐기는 분은 적절히 양을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 함량은 커피콩의 품종에 따라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 같은 콩이라도 로스팅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 카페인 함량은 다르다. 또한 똑같이 로스팅한 같은 원두라도 추출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최종 음료의 카페인 함량은 완전히 다르다.

로부스타 커피는 아라비카 커피에 비해 카페인 함량이 4배 이상 높다. 저렴한 가격의 커피믹스와 캔커피 등과 같은 RTD 커피 음료(바로 마실 수 있게 포장된 커피)에는 주로 로부스타 커피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쉽게 살 수 있는 RTD 커피음료에는 아라비카 커피만을 고집하는 커피전문점 커피에 비해 더 많은 양의 카페인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수면장애 문제로 커피를 잘 드시지 않는 분들은 커피믹스나 캔커피를 피해야 한다.

커피 음료를 만드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하여 고압(8bar~10bar)으로 추출하기도 하고 커피메이커나 핸드드립과 같이 인위적인 압력 추가 없이 오로지 중력만으로 추출하기도 한다. 추출하는 동안 강한 압력을 주면 당연히 다양한 커피 성분을 더 끄집어 낼 수 있다. 따라서 강한 압력으로 추출되는 에스프레소 커피가 당연히 핸드드립 커피나 커피메이커로 추출한 커피보다 더 많은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연 그럴까?

커피의 여러 성분을 추출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추출하는 동안에 가해지는 인위적인 압력만이 아니다. 사용하는 물의 양과 전체적인 추출 시간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운영하고 있는 KOSEN(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 www.kosen21.org)의 커피성분 분석 연구자료에 의하면, 커피 종류에 따라 카페인 함량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240ml 핸드드립 추출커피 한 잔에는 약 72~130mg의 카페인이 들어있는 반면 에스프레소 한 샷(30ml)에는 58~76mg의 카페인 성분이 들어 있다.

예상과는 달리 에스프레소 한 샷의 카페인 함량이 핸드드립 추출커피의 카페인 함량 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드는 커피음료의 사이즈가 크다면, 예를 들어, 벤티사이즈를 마신다면, 2~3샷을 사용하게 되므로 한 컵의 카페인 함량은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다.

360ml 콜드브루 커피 한 잔에는 153~238mg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에스프레소 음료는 20초~30초 내외의 짧은 시간에 뜨거운 물을 강한 압력으로 추출하는 방식이고 일반 핸드드립 커피는 뜨거운 물을 여러 번 나누어 부어가면서 천천히 추출하되 추가되는 압력은 가해지지 않는 방식이다. 하지만 콜드브루 커피는 실온의 물로 8시간~24시간 동안 한 방울씩 물을 떨어뜨리며 오래도록 추출한다.

카페인은 찬물이나 상온의 물보다는 85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쉽게 추출되어 나온다. 아무런 압력을 추가하지 않더라도 또 물이 뜨겁지 않더라도 콜드브루처럼 추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더 많은 카페인이 추출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카페인 함량 때문에 뜨거운 커피보다 콜드브루 커피를 자주 마신다는 분은 오히려 본인의 건강에 더 나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2018년 미국의 토마스제퍼슨대학교(Thomas Jefferson University)에서 Drs. Niny Rao와 Megan Fuller의 화학교수들과 예비의대생 Meghan Grim은 서로 다른 로스팅 포인트(약볶음, 중볶음, 강볶음)단계의 볶은 커피를 각각 고온과 저온으로 추출하여 산(acidity), 항산화성분들(antioxidants), 카페인(caffeine) 함량을 비교 분석하였다.

그 결과를 보면, 산(acidity)은 저온으로 추출한 커피가 고온으로 추출한 커피에 비해 적게 나타났다. 또한 볶음도가 강할수록 산이 적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산(acidity)에 민감하거나 신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저온의 물로 추출한 커피를 즐기거나 강하게 볶아진 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다.

하지만 항산화 성분과 카페인 함량은 저온으로 추출한 커피보다는 고온으로 추출한 커피에 더 많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볶음도가 강한 커피일수록 그 양은 적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시 말해서, 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또 볶음도가 약할수록 항산화 성분이 더 많이 나왔고 카페인 함량도 함께 더 높게 나타났다. 항산화 성분은 중볶음정도 되면 거의 소실되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볶음도가 강해질수록 고온과 저온으로 추출한 커피 사이의 화학성분의 함량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따라서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카페인 함량이 적은 강볶음 커피를 저온으로 추출한 커피를 즐기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저온에서 장시간 추출한다면, 그 함량은 가장 높아지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몸에 좋은 항산화 성분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약볶음 커피를 고온으로 추출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카페인 1일 섭취 권장량은 성인이 400mg 이하이다. 대략 드립커피 4잔, 500ml 용량의 콜라 10캔, 에너지음료 2개에 해당되는 양이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커피를 마시면서도 자신의 건강을 위하여 영리하게 커피를 골라 마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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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경 칼럼리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으며,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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