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한국 유튜버를 상대로 미국 시청자로부터 얻은 수익에 세금을 원천징수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한국 조세 당국의 과세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구글은 한국에 법인세도 제대로 내지 않으면서 불명확한 과세 기준으로 세금을 추징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 당국은 상황을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유튜브 로고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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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시 총수입 24% 세금으로"

10일 구글은 이르면 6월부터 유튜버들이 미국 시청자로부터 얻은 수입에 대해 미국 세금을 원천 징수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유튜브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모든 사용자는 5월 31일까지 구글에 세금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구글은 정보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수입의 최대 24%를 세금으로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구글의 과세 공지에 유튜버들은 상황 파악에 나섰다. 과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세금 정보 제출법을 묻는 이들이 다수다. 이날 유튜브는 ‘세금 정보 제출 방법’, ‘외국인 TIN(세금식별번호) 발급 방법’ 등 미국 세금 원천징수와 관련된 영상이 여러건 올라오기도 했다.

한국 유튜버가 내야하는 세금은 최대 10%로 예상된다. 미국 외 지역 유튜버가 내야하는 세금은 소속 국가와 미국 간 조세 조약 관계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는데 우리나라는 한미 당국 간 조세조약에 의해 10% 세율이 적용된다. 아울러 이중과세방지협정에 따라 미국에 낸 세금만큼 한국에서 내야할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안 내는 구글, 소득세는 괜찮다?

구글의 이같은 요구에 비판이 잇따른다. 미국 정부와 구글의 ‘갑질’인 데다 과세 기준도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유튜브 한 이용자는 "이미 자국에 세금을 내고 있고 구글이 애드센스 광고 수익의 45%를 가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세금까지 거두려고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미국 시청자라는 기준이 모호하다"며 "세계 각지를 떠도는 여행자는 어떻게 판단할 거냐"고 했다.

더욱이 구글코리아의 경우 서버가 국외에 있다는 이유로 한국 법인세 추징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세를 요청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는 "구글은 한국 시장에서 발생한 수입에 대해 한국에 고정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한국에 법인세를 안내고 있다"며 "물론 법인세와 소득세가 다르긴 하지만 태도가 모순적이다. 또 미국 시청자에게 귀속되는 소득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구글 정책 발표 배경에 바이든 정부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결국 유튜브 소득의 과세권을 한국이 가져갈 거냐, 미국이 가져갈 거냐의 문제다"라며 "한미 양국간 협의가 필요하며 만약 미국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이는 우리나라 과세권을 침해, 무시하는 처사다"고 했다.

국세청과 기획재정부는 상황을 검토한 후 필요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재 한미조세조약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약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면 미국 당국과 상호간 합의를 진행할 수 있고 반대로 정당한 과세조치라면 시행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는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할 문제다"라며 "당장 올해부터 적용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아직 검토할 여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소득 유튜버, 탈세 막아라

문제는 또 있다. 유투버가 얼마나 벌었는지 신고를 하지 않으면 과세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종합소득세를 신고하게 돼 있으나 자진 신고하지 않을 경우 국세청도 수입을 파악할 길이 없다. 구글이 개별 유튜버의 소득을 공개하지 않아서다. 2019년 국세청에 소득을 신고한 미디어 콘텐츠 창작업자는 2776명에 불과하다.

현재 국회는 유튜버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외금융계좌를 통해 들어오는 ‘입금액’ 합이 5억원을 초과하는 자에 대해 신고 의무를 두도록 하는 내용이다.

양 의원은 "해외기업과 거래 등을 통해 수입을 얻는 과세신고대상자에게 명확한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신고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했다"며 "소득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원칙에 의거해 국외 원천소득에 대한 탈세를 방지하고 과세신고 투명성을 확보할 것이다"고 밝혔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