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장악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노트북, 태블릿 등 IT 기기로도 영역을 확장 중이다. 노트북과 태블릿 수요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뉴노멀’로 자리잡으며 급증했다. 중소형 OLED 시장 강자인 삼성디스플레이와 후발주자인 LG디스플레이는 애플과 노트북 제조사를 중심으로 이 분야에서 공급 경쟁을 본격화 한다.

14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세계 노트북 출하량은 2019년 동기(4530만대) 대비 54% 증가한 6970만대다. 지난해 연간 출하량도 2019년(1억7230만대) 대비 32% 늘어난 2억2680만대에 달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부진을 거듭한 태블릿 시장도 반등했다. 2020년 4분기 세계 태블릿 출하량은 2019년 동기(4860만대) 대비 28% 증가한 6250만대를 기록했다. 2020년 연간 출하량도 1억8830만대로 2019년(1억6020만대) 대비 18% 늘었다. 2020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2019년 대비 11% 감소해 침체를 겪은 것과 대조된다.

애플 아이패드 에어4 / 애플
애플 아이패드 에어4 / 애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12 시리즈에 OLED 패널을 공급하며 주요 공급사로서 입지를 굳건히 했다. 이들의 시선은 또다시 애플을 향하고 있다. 애플이 2022년에 OLED 패널을 탑재한 새로운 아이패드와 맥북을 탑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후다.

OLED 패널은 기존 LCD 보다 밝기와 색채 대비, 시야각 등이 뛰어나지만, 가격이 높은 탓에 아이패드나 맥북 등 큰 화면을 갖고 있는 제품에는 아직 채택되지 않았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022년 출시하는 아이패드에 OLED를 탑재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개발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렉시블과 리지드 OLED 기술을 혼용해 패널 두께를 줄인 하이브리드 타입 OLED 패널이 아이패드에 탑재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22년 모델부터 우선 공급하고, LG디스플레이는 2023년부터 합류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양사가 중소형 OLED 라인 투자를 적극 검토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리지드 OLED 물량 증가와 노트북용 OLED 패널 생산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리지드 OLED 라인 증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지드 OLED 라인이 없는 LG디스플레이도 신규 구축을 고민 중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신형 아이패드와 맥북에 저가 리지드 OLED를 혼용하지 않고 하이엔드급 플렉서블 OLED만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애플의 선택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노트북용 90㎐ OLED 패널 / 삼성디스플레이
노트북용 90㎐ OLED 패널 / 삼성디스플레이
기존 노트북용 OLED시장 공략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적극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화면 주사율 90헤르츠(㎐)의 노트북용 OLED 패널을 3월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기존 노트북용 OLED 패널은 대부분 60㎐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OLED 노트북 시장이 2020년 대비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세계 노트북 시장 점유율 1위 레노버는 ‘씽크패드’ 등 자사의 주요 제품에 OLED 패널 채용 비중을 높이고 있다. 2위 HP도 최근 OLED 패널 장착 제품을 늘리고 있다. 에이수스는 2020년 12월 OLED 패널을 탑재한 투인원(2-in-1) 노트북 ‘젠북 플립’ 2종을 출시했고, 신제품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OLED는 재택근무, 온라인 학습, 동영상 스트리밍, 게이밍 등 노트북에 대한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골고루 만족시키는 최적의 디스플레이다"라며 "고객사들과 협력해 노트북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