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가 중형세단 기살리기에 나선다. 중형세단은 SUV와 준대형차에 시장을 내주며 과거 ‘국민차종’ 이라는 입지에서 일찌감치 물러났다. 2020년 SUV 판매량은 2019년 대비 42.8% 증가했지만 중형세단 판매량은 38% 줄었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 K5를 제외한 쏘나타(현대)·SM6(르노삼성)·말리부(GM) 등 차종의 실적부진이 중형세단 판매량 하락의 큰 요인이 됐다. K5의 2020년 판매량은 전년 대비 213%로 증가했지만, 소나타(-42%)와 SM6(-47.6%), 말리부(-46.4%)는 거의 반토막 수준이었다. 현대자동차와 르노삼성, 한국GM 등은 최근 신차 구매자에게 대규모 혜택을 제공하는 등 반등을 노린다.
2019년 출시된 8세대 쏘나타는 출시 당시 선전하는 듯 했으나, 2020년 신차효과 종료 뒤 판매가 급격히 감소했다. 2019년 5월 1만1224대로 최고점을 찍은 뒤 월 평균 5000대에 머물렀다. 2020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3000대도 넘지 못했는데, K5는 동기간 매월 5000대쯤 판매했다.
쏘나타의 국내 판매부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변경 디자인 혹평, 준대형 세단 그랜저와 겹치는 가격대가 쏘나타의 판매 부진 원인으로 꼽힌다. 쏘나타 2.0가솔린 최상위 모델인 ‘인스퍼레이션’은 3298만원으로 그랜저 2.5가솔린 초기 모델 오션(3294만원)보다 비싸다.
쏘나타의 ‘택시’ 이미지 재고를 위해 택시모델 출시를 배제한 선택도 판매대수를 낮췄다. 일각에서는 8세대 쏘나타 역시 택시 보급에 나서야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대차는 부정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쏘나타는 택시 모델 출고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사우디아라비아에 출고됐던 쏘나타 택시는 해당 회사가 처음부터 용도를 정해 출고했기에 택시 전환 이슈와 큰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의 SM6는 노조 문제를 겪는 중에도 기존 구입비 혜택에 더해, SM6 부분변경 모델 계약시 금융 혜택을 추가로 지급하는 등 고객 끌어모으기에 나섰다. 부분변경으로 추가한 장점도 소비자에게 적극 홍보해 판매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SM6의 경우 자동차가 보유한 성능이나 디자인 등 매력적인 부분이 소비자에게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며 "회사입장에서도 고민이다보니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고려중이다"고 말했다.
한국GM은 3월 브랜드 전체 프로모션과 지난달 실시했던 노후차량 교체 지원금에 더해 새출발·일상회복 명목으로 출고혜택을 제공해 판매 촉진에 나선다. 변경된 1.35L 3기통 엔진으로 연비와 저공해차 혜택을 받을 수 있음을 강조해 친환경 트렌드를 공격으로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저공해차 인증을 받은 차는 지하철 환승 센터나 공항 주차장에서 요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
GM 관계자는 "중형세단 시장이 하향세에 접어드는 것은 국내 소비자 트렌드 변화 영향으로 불가항력에 가깝다"며 "저공해 자동차가 국내를 비롯해 전세계 트렌드인만큼 현재 GM의 국내 플래그십 모델인 말리부의 경우 엔진 다운사이징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