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나 등장할 것 같았던 허공에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고 사용하는 일이 우리 현실에도 성큼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은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생각을 읽어 증강현실(AR)을 제어하는 입력 방식을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페이스북이 제시하는 것은 단순하게 손가락으로 가상화면을 클릭하는 정도가 아니다. 페이스북이 18일 진행한 ‘아시아태평양 인사이더 랩’ 미디어세션에서 공개한 데모 영상을 보면 가상 유저인터페이스에서 물건을 터치하고 이동시킬 수 있고, 멀리 있는 가상 물체를 제어할 수도 있으며, 테이블이나 무릎에서 타이핑도 가능하다. 심지어 오늘날 키보드에 입력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입력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사용자는 손목에 밴드를 차고 가상 공간을 제어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 유튜브 영상 갈무리
페이스북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사용자는 손목에 밴드를 차고 가상 공간을 제어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 유튜브 영상 갈무리
페이스북 리얼리티랩스(Facebook Reality Labs, FRL)에 따르면 AR 안경과 상호작용하는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이를 구현하는 장치로 손목 밴드를 선택했다. 손목에는 사용 가능하고 유용한 다양한 입력 소스가 있기 때문이다. 음성은 직관적이지만 공공 영역에서 사용하기엔 사적인 내용이 공개될 수 있고, 생활 소음 때문에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페이스북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근전도 검사법(EMG, 말초신경, 근육의 상태를 알기 위해 근육의 전기적 활성 상태를 검사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EMG로 손목을 통과하는 신호를 감지해 1mm의 손가락 움직임까지 인식한다.

나탈리 게이로드(Nathalie Gayraud)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스 연구원은 "근육에 ‘손가락을 움직이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면, 전기 신호가 뇌에서 시작돼 운동 뉴런을 통해 척추로 내려간다"며 "그 근육의 전기 신호를 잡아서 사용자의 의도를 해석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페이스북은 인간과 컴퓨터 상호 작용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들은 사용자의 명령과 동작은 물론 주변의 상황과 환경을 이해하는 ‘상황 인식 AI’와 시스템과 손쉽게 통신할 수 있는 ‘초저마찰’ 접근 방식에 핵심을 두고 있다.

이번 발표는 두뇌 자극을 컴퓨터 입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손목 밴드를 개발하는 스타트 업인 CTRL 랩스(CTRL-Labs)를 인수한 지 2년 만에 나왔다.

페이스북이 제공한 손목밴드 기반 상호 작용 데모 영상 / 유튜브

하순명 기자 kidsfoca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