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통큰 합의에 폭스바겐도 ‘각’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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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4.11 18:00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벌였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11일 전격 합의하면서 이들의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의 심경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독일 최대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은 최근 양사의 주력인 파우치형 대신 중국 기업이 만드는 각형 배터리를 차기 ‘통합형 셀’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K배터리 리스크’가 제거되면서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고객사들이 세운 각형 중심 배터리 내재화 계획이 수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 美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 SK이노베이션
양사는 11일 오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하는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합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기로 했다.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는다.

양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고객사로 안정적 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LG는 "이번 합의를 통해 폭스바겐과 포드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며 "SK의 조지아 공장도 정상적으로 운영이 가능하게 돼 양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공존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SK도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 조지아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며 "2022년부터 생산을 앞둔 포드 및 폭스바겐 등 고객사들의 변함 없는 믿음과 지지에 부응해 더 큰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배터리 업계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이 최근 새로운 배터리 폼팩터로 변경하는 전략을 내놓은 것이 결과적으로 양사 간 합의가 앞당겨진 견인차가 됐다고 본다.

SK가 미국시장에서 철수할 경우 고객사 폭스바겐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은 단독 공급원으로 LG를 붙잡는 것이 아닌 새로운 배터리 폼팩터로 변경이었다. LG의 솔벤더 체제는 폭스바겐 입장에서 협상 열위에 놓이는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어 우선순위는 아니었던 셈이다. 결국 LG와 SK의 주 고객이던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자사 전기차 80%에 각형 배터리셀을 탑재하는 등 내재화를 선언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전경 / LG에너지솔루션
그동안 소송에만 전사적 역량을 쏟은 양사는 내재화를 선언한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마음을 돌리는 과제가 남았다. 프랑스 완성차 PSA는 프랑스계 업체 샤프트와 손잡고 자체 배터리 생산공장 구축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LG와 SK 대신 중국 CATL을 중심으로 한 공급선 다변화에 나섰다. 구체적 시점과 목표량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자체 배터리 기술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양사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공세를 이겨내는 것도 중요 포인트다.

11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의 2021년 1~2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은 29.5%다. 2020년 같은 기간 41.2%로 글로벌 1위였지만 11%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중국기업(22.1%→43.7%)에 1위를 내줬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속도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K배터리 3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진화해 코발트 비중을 줄이고 니켈 함량을 높인 배터리의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연구 개발도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수년간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기존 NCM 양극재에 알루미늄을 추가한 NCMA 배터리는 기존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에 알루미늄을 첨가한 제품이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필요한 대용량 배터리 구현이 가능하다. 신규 수주한 테슬라 전기차 모델Y에 2021년 하반기쯤 NCMA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과 코발트, 망간 비중이 각각 90%, 5%, 5%인 NCM 배터리를 2022년 양산할 계획이다. 양극재 전문업체로부터 NCM 양극재를 공급받아 배터리 제조 원가를 절감하고, 안정적 수익구조를 구축한다. 이 배터리는 국내 유일 파우치형 NCM 배터리가 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양사 간 소송으로 폭스바겐이 K배터리에 거리를 뒀고, 경쟁국의 배터리 기업들만 수혜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며 "이번 합의를 통해 각형 배터리를 내세운 폭스바겐의 중장기 비전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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