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전망으로 머물던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SK텔레콤이 곧 인적분할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개편이 SK텔레콤 기업 가치 상승과 SK하이닉스 투자 활성화에 목적을 둔 만큼 개편 작업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함께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3월 열린 정기 주총에서 올해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 SK텔레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3월 열린 정기 주총에서 올해 사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 SK텔레콤
SKT 지배구조 개편 작업 논의 시작

12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이번 주 본격화한다. 업계는 SK텔레콤이 14일 전후로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타운홀 미팅을 열고 지배구조 개편안을 밝힐 것으로 예상한다.

SK텔레콤은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주총)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이날 "상반기 (지배구조 개편안을) 구체화해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2월 열린 2020년도 4분기 실적발표에선 기업 가치 상승을 기본 전제로 주주가 만족할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서 중간지주 전환을 목적으로 한다. SK텔레콤이 구체적인 개편안을 밝히진 않았지만 증권가와 업계는 인적분할 또는 물적분할 시나리오를 예상한다.

인적분할은 SK텔레콤을 투자 회사(중간지주)와 사업(통신, MNO) 회사로 분리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투자 회사에 SK텔레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와 SK브로드밴드, 11번가, 원스토어, ADT캡스 등을 두게 된다. 물적 분할은 SK텔레콤이 MNO 회사를 지분 100% 자회사로 분리해 신설하는 방식이다. 이때 기존 회사는 중간지주로 변모하게 된다.

SKT, 지배구조 개편으로 기업 가치 상승 노리나

SK텔레콤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는 배경에는 SK하이닉스가 있다. SK하이닉스는 SK(모회사), SK텔레콤(자회사)으로 내려오는 지배구조상 손자회사에 속한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가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려면 인수 대상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만 한다. 만약 손자회사에서 벗어나 중간지주의 자회사가 된다면 과거보다 활발한 투자 활동이 가능하다.

내년부터 시행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높인다. 해당 개정안은 신규 지주사가 보유하는 자회사 지분을 기존 20%에서 30%로 높이는 것에 목적을 둔다. SK텔레콤이 연내 지배구조 개편에 성공하지 못하면 추가로 SK하이닉스 지분을 10% 추가로 확보해야 해 부담이 될 수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SK텔레콤의 기업 가치 제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통 업계 관계자는 "만약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만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면 일시에 결과를 발표했을 것이다"라며 "SK텔레콤이 2~3년간 지배구조 개편을 지속해서 얘기해 왔는데, 이는 자사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에 개편 목적을 둔다는 방증이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사옥 전경 일부 / IT조선 DB
SK텔레콤 사옥 전경 일부 / IT조선 DB
인적분할 방식 유력…"SKT 자회사 IPO 이어진다"

이동통신 업계와 증권가는 업계에 도는 시나리오 중 인적분할 방식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인적분할 방식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MNO)로 나누는 과정에서 주주 구성이 같다. 기존 주주들이 두 회사의 주식을 같은 비율로 받을 수 있다.

반면 물적분할 방식은 신규 지주회사 지분을 떼어 내는 방식이기에 기존 주주가 신규 회사의 주식을 얻을 수 없다. SK텔레콤이 2월 실적발표에서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만큼 물적분할보다는 인적분할의 가능성이 점쳐진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보고서를 통해 "인적분할은 물적분할보다 주가에 긍정적이다"며 "SK텔레콤이 (인적분할로) 안정적인 배당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와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의 성장성을 원하는 투자자를 모두 흡수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업계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SK텔레콤 주주 가치 상승과 SK하이닉스 투자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만큼 개편 작업에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이 SK 총수의 지배력 강화에 주목적이 있는 만큼 중간지주사의 시가총액이 낮게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지배구조 개편 후 SK텔레콤 자회사의 기업공개(IPO)가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잇따른다. 실제 박정호 사장은 3월 주총에서 원스토어와 ADT캡스, 11번가, 웨이브 순으로 IPO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IPO를) 구체화하는 시점은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4~5월 중 발표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 방식이나 일정이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