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이 반도체 자체 확보전에 수십조를 투자하며 반도체 패권 경쟁 중이다. 한국 정부도 뒤늦게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내놓으며 대응 중이다. 정부는 ‘K-반도체 벨트’ 전략을 상반기 안으로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재양성 중심의 K-반도체 벨트 전략은 상당부분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석박사급 인재 양성에 앞으로도 4~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 현장에 투입할 전문가를 키우기 어렵다. 세제 혜택 등 기업의 사업화를 돕는 정책도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정부는 9일 열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반도체협회 회장단의 회동에서 ‘K-반도체 벨트’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는 이 자리에서 정부에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국내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지원 확대, 우수한 인재 양성 및 공급, 국내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 지원 등 내용을 담은 건의문도 전달했다.
정부는 ‘K-반도체 벨트’ 전략을 통한 정책 지원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해당 전략은 특별법이 아닌 정부 부처간 종합 정책 형태다.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한 대책은 주로 인력 양성에 집중된다. 정부는 향후 2년간 4800명의 반도체 인력 공급을 약속했다. 학부 3학년을 대상으로 시스템반도체 설계 특화과정을 지원하는 시스템반도체 설계전공트랙을 내년 신설할 예정이다. 정부와 민간이 합동 투자해 10년간 3000명의 석·박사급 인력을 배출한다는 목표다.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는 것도 인재 양성의 맥락에서 언급됐다.
인력 양성은 산업계에서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만큼 이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다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만으로는 당장의 인력난 해소는 어렵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석·박사 과정은 졸업까지 4-5년 이상이 걸리며, 인재는 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것이다"라며 "정부가 지금부터 석박사급 인력을 배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당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구체화된 ‘K-반도체 벨트’ 전략을 상반기 안으로 발표한다. 반도체 수급난이 당분간 계속되고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이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인 가운데 반도체 산업에 얼마나 어떻게 지원할 지 청사진으로 나온 것은 없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과 비교하면 한국 정부 차원의 대응은 미흡한 수준이다. 중국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 정부는 10년간 1조위안(17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산업 지원법안을 상정할 계획임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관련 연구개발에 228억달러(25조4676억원) 지원, 시설투자 시 40% 세액공제 등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 역시 최대 500억유로(66조883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놨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정부도 상당한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세제 혜택이나 설비 투자 지원의 경우 신규 회사의 반도체 생산 시장 진입을 수월하게 돕는 역할을 한다며 "우리나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도체 제조 업체가 많을수록 좋고,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조연주 인턴기자 yonj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