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고작 20%

입력 2021.04.20 06:00

반도체 글로벌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각국의 반도체 장비 확보전이 치열하다. 우리나라도 반도체 장비를 국산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후공정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실력을 발휘하지만, 전공정 분야에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 네덜란드, 일본 소속 네 곳의 회사가 장비 시장의 64%를 싹쓸이 중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증가 여파로 반도체 제조 업체발 대규모 설비 투자 계획이 속속 발표된다.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캠퍼스 등에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들이는 등 생산 설비를 늘리기로 했고, 미국 공장 증설 여부도 곧 발표를 앞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라인을 들여오기로 했고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산업단지 팹 착공도 앞두고 있다. TSMC는 올해 300억달러(33조5000억원), 인텔은 200억달러(22조6600억원)를 설비투자에 쓸 예정이다.

반도체 설비 투자 늘리려면 장비 확보가 필수

반도체 설비 투자 증가는 반도체 장비 확보 경쟁으로 이어진다. 한정된 장비를 수급하다 보니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기업 고위급 인사의 글로벌 출장도 잦다. 삼성전자 고위급 인사는 최근 반도체 장비 최대 생산국인 미국과 네덜란드에 방문해 직접 장비 수급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글로벌 반도체 장비 매출은 역대 최대 규모였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 매출은 711억9000만달러(80조원)로 전년대비 19% 증가했다.

2020년 전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 규모를 나타내는 표 / SEMI
중국이 처음으로 글로벌 반도체 장비 매출국 1위에 올랐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중국은 지난해 반도체 장비에 187억2000만달러(21조원)을 썼다. 중국이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도 지난해 반도체 장비 투자폭을 크게 늘리며 160억8000만달러(18조원)를 썼다. 전년과 같은 3위를 차지했지만 증가세는 61%에 달한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 20%도 안돼

하지만 우리나라의 반도체 장비 해외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도체 장비 수입액의 증가 추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2월 일평균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액(1억200만6000달러)은 지난해 1월(3100만7000달러)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2배가 넘는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상위 10개 업체 리스트에는 한국 회사가 한 곳도 없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20위권 안에 드는 한국 업체는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세메스가 16위, 원익IPS가 18위다.

반도체 장비 업체 상위 4개 회사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미국), ASML(네덜란드), 램리서치(미국), 도쿄일렉트론리미티드(일본)다. 이들 4개사의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시장 점유율은 64%에 달한다.

반도체 장비는 원재료인 웨이퍼를 개별 칩으로 분리하기 전 단계까지 웨이퍼를 가공하는 전공정, 최종 칩 형상을 만드는 조립 공정과 불량을 검출∙보완하는 검사공정을 포함하는 후공정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장비의 비중은 전공정 70%, 후공정 30%로 구성된다. 전공정 분야가 후공정에 비해 더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고 기술진입 장벽이 높다.

반도체 주요 장비 및 기능 안내 표 / 산업연구원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는 상당수 후공정에 집중된다.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생산이 가능한 노광이나 식각 등에 관련된 장비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본딩과 몰딩 장비 등에 집중한다.

후공정 분야에서는 반도체 장비 국산화가 상당 수준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공정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는 대다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주요 공정인 노광 및 이온주입 장비는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선 장기적인 시각으로 대기업과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학회장은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도 안 된다"며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현재 대기업과의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장비 업체와 해외 장비 업체는 기술력 차이가 많이 나며, 장비 업체에 대한 기술 지원을 해야 국산화율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조연주 인턴기자 yonj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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