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권리 찾는 의식 확산에 소송 급증세

입력 2021.04.21 06:00

개인정보 권리를 찾는 정보주체들이 늘어나며 개인정보 관련 분쟁과 소송이 급증 추세다. 국민의 권리 의식에 행동 의식이 더해지며 나타난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페이스북 이미지 / 픽사베이
20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개인정보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2019년 대비 22.4% 늘었다. 2019년에도 위원회가 접수·처리한 사건 수는 총 352건으로 2018년(275건)보다 28% 증가하는 등 최근 분쟁조정 신청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우리나라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최근 국내 가입 회원 330만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외부에 제공한 페이스북을 상대로 피해자들이 집단 소송에 나섰다.

법무법인 지향과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에 따르면 5월까지 원고를 모집한 후 페이스북을 상대로 개인정보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낼 예정이다.

이들은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와 소송을 병행한다. 분쟁조정제도의 경우 양 측에서 조정안을 받아들여야 성립이 되는 탓이다. 2015년 홈플러스처럼 조정 당사자가 비협조적이면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조차 하지 못할 수 있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원하는 피해자는 소송도 병행할 생각이며, 인원이 어느 정도 모이면 소장을 제출하려 한다"며 "만약 분쟁조정 합의안이 나오면 소송을 냈던 분들도 취하하고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의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개발이 됐고, 이용자는 친구끼리만 정보를 공유하는 줄 알았지만, 사업자(제3자)들에 소셜그래프를 통해 정보가 제공되는 형태로 정보가 활용되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다"며 "과거 홈플러스 때처럼 분쟁조정 절차를 개시도 하기 전에 종결되는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페이스북의 책임감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불성실한 태도로 지적을 받은 전적이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0년 11월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고 다른 사업자들에게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형사고발했다. 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페이스북이 거짓 자료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600만원도 부과했다.

끝나지 않은 이루다 논란

개인정보 유출 관련 또 다른 집단소송도 있다. 혐오 논란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를 개발한 스캐터랩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법무법인 태림은 3월 말 `이루다 개인정보유출 사건`의 피해자들을 대리해 스캐터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I 챗봇 이루다 안내 이미지 /스캐터랩
스캐터랩은 이루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제공하고 있는 또다른 서비스 `연애의 과학`으로 수집한 메시지를 데이터로 활용했다. 연애의 과학은 실제 연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연인과의 친밀도를 분석해 제공한다.

스캐터랩은 연애의 과학 데이터는 이름, 이메일 등 구체적인 개인정보는 삭제하고, 성별과 나이만 인식이 가능한 상태로 이용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루다를 통해 실명 일부가 노출되면서 연애의 과학 이용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개인정보·민감정보를 유출한 정황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루다 사태가 터지면서 개인정보위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1월 스캐터랩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 및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달 발표할 조사결과에 따라 현행법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조치할 예정이다.

최경진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가천대 교수)은 "개인정보는 법리적 싸움이 많을 수 있어, 혼자서는 소송이 어렵기 때문에 분쟁조정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 국민들에게 유용하다"며 "특히 공공기관은 의무적으로 조정에 임해야 하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법이 만들어진 지 이제 10년쯤 되니 국민들의 의식 증가와 함께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며 "국민들의 권리의식에 행동의식까지 더해져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들춰지게 되면 분쟁조정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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