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에게 인공지능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몇 년 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이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당시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바둑대결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몇 달 전에는 AI 골프 로봇이 박세리 선수와 골프대결을 벌여 롱드라이브 대결에서는 박세리에게 지고 퍼팅 대결에서는 이겼다고 한다.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인지력이 발달한 로봇도 나왔다고 한다.
최근 식·음료 서비스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로봇의 발전이 눈부시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2017년부터 웨이트리스 로봇이 세계 곳곳에서 사람 대신 주문을 받고 있다고 한다. 파키스탄 중부에 있는 물탄 시의 한 피자전문점에서는 거의 사람과 같은 로봇이 혼자 돌아다니면서 손님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다가가 인사말을 건네는 등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주문과 배달 및 서비스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추세로 로봇 기술이 발달하면 머지않아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는 일을 로봇이 대체한 곳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 기술은 커피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2017년 샌프란시스코 CAFÉ X에 고든(Gorden)이라는 로봇 바리스타가 등장하였다. 사람들이 컴퓨터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먹고 싶은 커피를 주문하면 불과 30초 안에 멋진 향을 풍기는 커피를 만들어 고객에게 음료를 전달하였다고 한다. 카페에서 로봇과 함께 일하는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한국커피협회가 발행하는 커피바리스타 자격증은 2급과 1급으로 나뉜다. 2급 자격증은 필기시험을 통과한 후 10분의 제한 시간 내에 커피머신을 이용하여 에스프레소(여러 커피음료를 만들 때 가장 베이스가 되는 음료) 4잔과 카푸치노(우유스팀 기술을 익히기 위한 음료) 4잔을 ‘맛있게 제조하여 서비스하는 능력’이 있는지를 따져 발급된다. 커피를 커피머신의 필터바스켓(커피를 담는 포타필터 속의 바스켓)에 담아 추출하여 고객에게 전달하는 전 과정을 감독관이 세밀하게 살펴 점수를 매긴다.
커피머신으로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가장 첫 단계인 필터바스켓에 커피를 잘 담는 것(팩킹 작업)부터 아주 중요하다. 필터바스켓에 커피가루를 넘치지 않게 적당한 양을 담아 커피가루를 고르게 펼쳐 추출이 고르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또 커피가루 사이에 있는 공극을 빼주기 위해 다지기(탬핑)도 해야 한다. 탬핑을 할 때는 기울어지지 않도록 수평을 이루어 잘 다져야 한다.
만약, 탬핑이 기울어진다면, 커피머신의 압력으로 물길이 한쪽으로 쏠리게 되면서 커피가 고르지 않게 추출된다. 2급 자격증 시험에서는 패킹 동작과 추출 시간, 추출액량 항목에 가장 높은 점수가 부여되어 있다. 이뿐 아니라 감독관이 추출된 음료의 향미와 서비스하는 자세까지도 평가한다. 1급 자격증은 사용하는 콩의 상태를 알고 분쇄도와 추출 시간, 추출액량을 조절하여 가장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만들어낼 줄 알고 카푸치노에 라떼아트 까지 그릴 줄 알아야 합격할 수 있다. 물론 2급 자격증 소지자만 응시할 수 있다.
로봇바리스타는 입력된 데이터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커피머신을 사용하여 10분 내에 에스프레소 4잔과 카푸치노 4잔 정도는 거뜬히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커피바리스타의 역할은 단순히 음료를 만들어내는 데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커피바리스타 자격증은 커피에 관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것과 커피 추출 기능까지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을 세부 기준을 통하여 평가한 후 그 자격을 인증하는 것이다. 바리스타는 커피 음료를 추출하는 업무 이외에도 음료 메뉴 개발, 음료 맛 유지, 고객 관리 및 서비스, 매장의 위생관리, 직원과의 관계 유지 등 전반적으로 매장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 그리하여 커피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커피 교육기관에서 커피에 대한 기초 지식과 음료 제조 방법을 배울 뿐 아니라 매장의 전반적인 관리 및 운영 노하우까지 연습하여 바리스타 자격시험에 응시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커피바리스타는 사용할 커피가 달라지면 커피 가루의 입자 크기부터 필터바스켓에 담는 양, 추출되는 액량, 추출되는 시간 등 여러 항목을 수정하게 된다. 로봇 바리스타는 사전에 입력된 데이터와 순서에 따라 기계적으로 커피를 추출하므로 아직까지는 이러한 세밀한 차이를 스스로 감지하여 수정할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한국커피협회에서는 올해에도 뉴로메카 로봇바리스타에게 명예 로봇커피브루잉마스터 자격증을 수여하였다.
커피는 볶아진 상태, 추출하는 환경, 보관 상태 등에 영향을 받아 매일 변화무쌍하게 변한다. 커피를 추출할 때, 원두의 볶아진 시기와 추출하는 환경의 온도 및 습도에 따라 커피의 상태는 달라지게 된다. 또 그때그때의 날씨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비 온 날, 화창한 날, 눈 온 날, 더운 날 등의 날씨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서 커피원두의 상태는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원두의 상태와 이러한 변화무쌍한 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커피를 추출하면 같은 매장에서 같은 원두로 손님께 제공되는 커피 맛이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전과 오후가 다를 수가 있다. 그러므로 전문 바리스타는 매일 아침에 매장을 오픈하자마자 분쇄도와 담는 커피양, 추출되는 시간, 추출되는 액량을 조절하며 그날의 최상의 맛을 만들어내야 하고 또 오후에도 한 번 더 점검해야 한다.
최근에는 전문 바리스타들도 담는 커피양을 저울로 재고 추출액량을 세팅하여 누구나 추출해도 같은 맛을 실제로 구현해 내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스타벅스 같은 전문점은 모든 매장의 커피머신을 반자동에서 전자동으로 교체하여 바리스타의 역량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최상의 커피 맛을 유지해 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로봇바리스타는 한번 데이터를 입력하면 입력한 대로 음료를 추출하게 된다. 그리하여 한 번 세팅만 해두면 계속 똑같은 음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커피의 맛과 향미 유지를 위해서는 매번 사용하는 원두 상태와 주변 환경에 따라 변화를 주어야 하는데 그러한 면에서 아직 로봇바리스타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원두의 상태와 변화무쌍한 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커피를 추출하면 어제와 오늘의 커피 맛이 달라질 수 있다. 로봇이 현실의 바리스타처럼 이런 현실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많은 요소를 학습하여 스스로 대응능력을 기르거나 아니면 로봇 바리스타 관리자가 수시로 입력된 데이터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 커피산업에도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이 보다 정밀하게 결합되면 앞으로 스마트폰 앱이나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무인으로 처리하고 로봇바리스타가 각종 음료를 제조해서 제공하는 자동화시스템의 커피 매장이 출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런 커피 매장이 출현한다고 하더라도 전문바리스타가 완전히 필요 없게 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로봇바리스타가 최상의 맛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데이터를 개척하고 입력하고, 필요에 따라 수시로 수정하는 일을 하는 관리자는 항상 필요하다. 그러한 관리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일은 전문바리스타가 할 수밖에 없다.
또 매장의 음료 창작과 개발은 꾸준히 이루어진다. 전문바리스타는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시그너처 음료를 개발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전문바리스타의 지속적인 연구, 개발은 커피시장의 발전을 꾀하게 한다.
로봇바리스타는 기능적인 면에서 커피 매장의 효율성을 돕는 도구일 뿐 바리스타 일자리가 로봇바리스타로 완전히 대체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리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입니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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