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플랫폼 대신 'SNS·펀딩'에 러브콜

입력 2021.04.23 06:00

웹툰 플랫폼, 에이전시 등 중간유통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접 독자와 만나는 작가가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독자와 소통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협찬·광고로 수익을 얻는 새로운 흐름도 나타난다. 창작자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직접 2차 저작물 제작비를 후원받는 흐름도 두드러진다.

인스타그램에서 ‘#인스타툰'을 검색한 결과 /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인스타그램이 새로운 웹툰 연재 창구로 부상한다. 일명 ‘인스타툰'이다. 인스타그램은 정식 웹툰 플랫폼이 아닌 SNS라, 작품이 흥행해도 고료 등 수익을 정산받기는 어렵다. 다만 작품이 인기를 끌고 팔로워가 늘어 화제가 되면, 이를 토대로 협찬과 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인스타툰의 대표 성공 사례는 수신지 작가의 ‘며느라기’다. 수신지 작가는 2017년~2018년 인스타그램에 작품을 연재해 팔로워를 모았다. 평범한 며느리가 한국의 ‘시월드'에 입성하면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은 이 작품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팔로워만 60만명에 달한다. 무료 연재였지만, 이후 카카오tv에서 3년 만에 드라마로 제작되는 등 2차 사업을 전개해 작가는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작가는 후속 작품인 ‘곤’을 인스타그램과 딜리헙 동시 연재한다. 곤은 낙태죄를 풍자, 비판한 작품으로 ‘며느라기'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지닌 작품이다. 여성 독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작품과 작가가 함께 유명해지자, 수신지 작가는 출판사를 세우고 텀블벅 등으로 종이책을 출간했다. 중간 유통 경로를 최소화해 작가가 콘텐츠 수익을 온전히 가져간 것이 돋보인다.

인스타툰의 가능성이 알려지자, 경쟁이 치열한 웹툰 플랫폼 대신 인스타툰으로 작품을 연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인스타툰' 태그가 붙은 콘텐츠는 65만개쯤에 달한다.

회사와 퇴사 등을 소재로 인스타툰을 연재 중인 ‘감자툰' 작가는 아이허브와 이벤트, 올리브영 이너프 프로젝트 등 기업 협찬과 광고로 수익을 만들고 있다. 최유나 작가도 웹툰 ‘메리지레드'를 인스타툰으로 연재한다. 최유나 작가의 팔로워는 현재 26만명쯤이다. 이를 토대로 에세이집과 이모티콘 등 수익 사업을 펼친다.

/텀블벅 화면 갈무리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텀블벅’도 작가들의 새로운 수익 경로로 떠오른다. 작가가 후원금을 모금해 직접 단행본을 출간하거나, 2차 저작물을 제작 판매하는 것이다. 지난 1월 20대 여성 작가14인이 ‘속셈'이라는 이름으로, 텀블벅 후원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출판 여성 서사 만화를 제작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주요 웹툰, BL소설 작가들도 자신의 작품과 관련된 2차 상품을 제작, 판매한다.

텀블벅이 콘텐츠 제작 투자금 창구로 인정 받자, 네이버웹툰 등 주요 플랫폼들도 텀블벅을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네이버웹툰 인기작품 ‘고래별’은 오디오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3월 17일부터 텀블벅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그 결과 목표 금액인 1억5000만원을 모두 달성했다. 후원금은 원작 웹툰 영상 제작, 전문 성우를 활용한 음성 및 음향 콘텐츠 제작에 쓰인다. 네이버웹툰 가담항설도 텀블벅 펀딩을 진행했는데, 4일 만에 목표액을 달성했다. 가담항설도 후원금으로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한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웹툰, 웹소설을 만들려면 어시스턴트 작가 인건비, 소품과 도구 구매비와 작업실 임대료 등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반면, 경쟁자가 늘며 인기 플랫폼 진입과 계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수수료는 늘어난다. 이에 SNS, 크라우드펀딩 등 새로운 수익 경로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