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러닝 동호회 인터뷰

사회적 거리두기는 달리기 동호회(크루)에 직격탄이 됐다. 전국적으로 열렸던 각종 대회도 언택트로 전환하거나 대회 자체가 취소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매주 함께 달리면서 에너지를 복돋아 온 이들이 더 이상 함께 달리지 못하게 된 셈이다. 달리기 동력을 잃은 사람이 늘어난 이유다.

LG전자 사내 달리기 동호회 회원들은 언택트 시대 ‘함께 잘 달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일상화된 집합 제한 조치 속에서도 함께 달리는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수 년간 이어온 동호회 활동을 통해 혼자 달리는 것보단 함께 달릴 때의 정신적 독려감이 높다는 것을 체감해왔다. 그래서 이들에게 ‘혼자 달리기'는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

동호회 회원들은 인터뷰를 통해 ‘따로 그러나 함께' 달리기 위해 노력하는 동호회의 노력을 소개했다. 달라진 환경에서 함께 공동의 달리기 목표를 설정하기, 공통으로 사용하는 달리기 기록 공유 앱 등을 설정해 심리적으로 함께 달리는 효과 높이기, 언택트 러닝 대회 등에 함께 참가하기 등이 대표적이다.

IT조선은 백정현 GP소싱 1팀 책임(회장), 권순걸 동반성장추진사무국 팀장(감독), 김기정 구매PI팀 책임(총무) 등 동호회 핵심 구성원들과 만나 이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언택트 기술' 활용 방법을 들어봤다.

함께 달리기를 하는 LG전자 사내 달리기 동호회 모습 / LG전자 사내 달리기 동호회 제공
함께 달리기를 하는 LG전자 사내 달리기 동호회 모습 / LG전자 사내 달리기 동호회 제공
―코로나 이후 달리기 습관과 루틴이 어떻게 달라졌나?

"LG전자 마라톤 동호회는 임직원의 친목 도모와 건강 증진이 목적이다. 2019년 4월 만들어졌다. 3년 동안 46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사측에서 동호회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 금전적 지원 외에도 여러 지원을 받는다. 다른 동호회에 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일주일에 1~2회 정도 모여 함께 달렸다."

코로나19 이전 LG전자 사내 달리기 동호회 회원들이 달리는 모습. / LG전자 사내 달리기 동호회 제공
코로나19 이전 LG전자 사내 달리기 동호회 회원들이 달리는 모습. / LG전자 사내 달리기 동호회 제공
― 언택트 시대에 함께 달리는 효과를 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코로나19 이후 함께 달리던 일정은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사회적으로 집합금지를 추진하는 가운데, 회사에서는 좀 더 타이트하게 거리두기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정기적 모임은 사라졌다. 심리적으로 달리기 습관이나 형성, 강화 노력이 다소 위축된 상황이다. 이를 이유로 회원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달리는 정도로 변화됐다.

동호회 차원에서는 각종 전자기기와 소셜네트워크 프로그램 등 언택트 러닝 수단을 활용해 함께 달리는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가 단톡방을 개설, ‘챌린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주말 동안 모두의 공동 달리기 목표를 정하고 함께 달성하고 있다.

예컨대 회원 한명이 이번 주에는 150km를 달리자고 목표를 설정한 뒤 자신은 몇 km 달렸다는식으로 게시하면 시작된다. 이런 식으로 릴레이 댓글을 달아서 매주 실적을 함께 공유한다. 함께 목표 달성을 하면 다음주에는 전체 목표가 10km 업된다. 그런식으로 4-5개월째 운영을 해서 현재는 180km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함께 달리기를 하는 LG전자 사내 달리기 동호회 모습 / LG전자 사내 달리기 동호회 제공
함께 달리기를 하는 LG전자 사내 달리기 동호회 모습 / LG전자 사내 달리기 동호회 제공
―언택트 러닝을 위해 가장 유용하게 사용중인 운동 앱이나 소품은?

"개인적으로는 가민(garmin)시계를 유용하게 쓰고 있다. 이 시계는 회원 간 네트워크가 가능하다. GPS는 안정적이어서 시계 구입 이후 어플 연동을 통해 달리기 친구를 설정하면 서로의 기록 등을 공유하고 볼 수 있다. 다만 회원의 20-30%만 갖고 있다. 시계를 소유한 이들끼리 주로 챌린지 프로그램을 구성해 참여한다.

런데이 앱도 많이 사용한다. 달리기 거리별 응원 메시지가 나오면서 달리기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 달리기의 효과는?

"일단 체중이 줄었다. 주말에 꾸준히 달리다보니 식이조절을 하지 않아도 이상적인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 체력도 늘었다. 처음 회원이 들어왔을 땐 5km 달리기도 많이 힘들어했다. 그런데 꾸준히 하시다 보니까 모두 기록이 증진됐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여러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데 이를 해소할 수 있다. 자존감도 높아진다. 스트레스가 많을 때 달리고 나면 마인드가 긍정적으로 바뀐다.

달리기 전과 비교할 때 삶에 새로운 에너지가 충만해졌다고 볼 수 있다. 또 동호회를 통해 동료와 함께 건강하게 운동하는 일 자체가 시너지 효과가 높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달리기 때문이다."

함께 달리기를 하는 LG전자 사내 달리기 동호회 모습 / LG전자 사내 달리기 동호회 제공
함께 달리기를 하는 LG전자 사내 달리기 동호회 모습 / LG전자 사내 달리기 동호회 제공
― 같이 달리다 따로 달려야 하니 외롭진 않은지?

"거리두기 방침 준수를 이유로 다들 홀로 달리게 됐다. 외롭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언택트 시대는 필수고 우리는 새롭게 사고를 바꿔야 하고 잘 적응해야 한다.

챌린지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면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고립된 달리기 감각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한다. 외롭지만 별 수 없다. 언택트 시대 ‘따로 또 같이' 달리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느끼면서 마련해 운영을 하고자 한다."

― 함께 달린다는 감각의 장점은 무엇인가?

"함께 달리다 보면 지나친 오버페이스를 자제하게 된다. 초보 때 혼자 달리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지나친 의욕으로 많이 달리고 이후에 나가 떨어지는 경우가 잦다. 또 함께 달리는 이들이 있으면 운동 아이템 정보도 공유할 수 있다. 스포츠 물품의 소소한 정보를 공유하고, 공통의 관심사로 소통하는 느낌이 좋다.

마라톤은 지구력 싸움이다. 최대한 힘을 써서 버티고 풀코스 완주 시 동료도 (언택트지만) 함께 달리고 있다는 생각에 전우처럼 여겨져서 없던 힘도 솟아나 더 잘 달릴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예컨대 초창기에 5km 밖에 못 달리던 분들도 지금 3년차 접어들면서 하프 코스 21km정도는 뛰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함께 꾸준히 달리기 습관을 유지하면서 달리기 습관을 탄탄히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일부는 지난해 풀코스를 달리는 경험도 하셨다. 나와의 싸움 과정에서 동료들의 존재가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대한민국 IT인 언택트런 2021

한국IT기자클럽과 IT조선은 오는 5월 1일부터 9일까지 대한민국 IT인 언택트런 2021을 개최한다. 접수 기간은 4월 1일 0시부터 4월 24일까지다.

방식은 대회기간 동안 각자의 달리기 앱으로 코스(누적거리 10㎞)를 달려 기록을 측정하고 이를 캡쳐해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면 된다. 완주자에게는 1만5000원 상당의 BHC 치킨 모바일 쿠폰을 비롯해 에어팟 프로 등 푸짐한 상품을 제공한다.

자세한 내용은 대회 홈페이지(www.untactrun.kr)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