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에서 최근 인기를 끄는 맞춤형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와 럭셔리 빌트인 가전 브랜드 ‘데이코’를 중심으로 한 투트랙 전략을 가동한다. 윤부근표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셰프컬렉션’의 자리에 김현석표 비스포크가 덧씌워진 셈이다.

삼성전자 ‘뉴 셰프컬렉션’ 냉장고 / IT조선 DB
삼성전자 ‘뉴 셰프컬렉션’ 냉장고 / IT조선 DB
29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셰프컬렉션은 2016년 미국 데이코 인수와 2019년 비스포크 출시 과정에서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세프컬렉션은 2011년 윤부근 삼성전자 CE담당 사장(現 고문)이 수년간 직접 키운 가전 브랜드다. 당시 북미·유럽 등 선진 빌트인 시장을 타깃으로 출시됐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2018년형 냉장고, 2019년형 전기레인지, 2020년 7월 ‘뉴 셰프컬렉션’ 냉장고 출시로 명맥을 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비스포크 4도어 냉장고 신제품에 셰프컬렉션 냉장고에 적용된 멀티팬트리 기능을 적용하며 사실상 셰프컬렉션 냉장고의 단종을 암시하기도 했다.

반면 김현석 CE부문장(사장)의 손길이 닿은 비스포크는 영역을 무한 확장 중이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디자인을 확대 적용한 홈 솔루션 ‘비스포크 홈’을 글로벌로 확대하기 위해 5월 11일 ‘비스포크 홈 2021’ 글로벌 출시 행사를 연다. 삼성전자는 상반기에만 신제품 17종을 국내 출시해 집안 어디에서나 비스포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상반기 미국에 출시되는 4도어 타입의 비스포크 4D 플렉스 제품 / 삼성전자
상반기 미국에 출시되는 4도어 타입의 비스포크 4D 플렉스 제품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19년 6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자유로운 조합이 가능한 모듈러 타입의 ‘비스포크 냉장고’를 처음 선보인 뒤 전자레인지, 인덕션, 식기세척기, 상업용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제품에 비스포크 콘셉트를 적용했다. 비스포크 시리즈 누적 출하량은 100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27일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열린 ‘비스포크 제트 봇 AI’ 체험 행사에서 "소비자층이 따로 있는 셰프컬렉션이 ‘비스포크화’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셰프컬렉션 신제품 출시 계획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양 상무는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에서 비스포크와 데이코의 투트랙 전략이 성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타깃 소비자가 다른 만큼 공존으로 시너지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다.

그는 "데이코는 고가의 트루 빌트인 제품이고, 비스포크는 한 번에 2000만~3000만원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합리적 가격에 빌트인 룩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라며 "소비자 층이 겹치지 않아 글로벌에 진출하는 비스포크가 기존 데이코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데이코는 삼성전자가 2016년 9월 인수한 미국 럭셔리 빌트인 전문 가전 브랜드다. 글로벌 빌트인 시장 진출 과정에서 초기 투자 부담을 절실히 느낀 윤부근 고문이 인수를 주도했다. 가구와 가전을 포함한 제품 가격은 쇼룸별로 최저 2억5000만원에서 최고 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