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로 진출하는 K프랜차이즈가 증가추세다.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여파로 동남아 진출이 이전보다 더 쉬워졌고, 각 국가 대도시의 소득 수준이 향상된 것이 K프랜차이즈의 동남아 진출을 가속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말레이시아 교촌치킨 매장. / 교촌F&B
말레이시아 교촌치킨 매장. / 교촌F&B
교촌에프앤비는 최근 싱가포르 진출을 위해 말레이시아에서 교촌치킨 법인을 운영 중인 사업자와 마스터프랜차이즈(MF)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말레이시아에서 교촌 브랜드를 안착시킨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검증된 파트너를 통해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이다.

예비 파트너는 말레이시아 남단 지역에서 운영 중인 센트럴 키친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다. 싱가포르에 인접해 24시간 내 육로 배송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 현지에 안정적이고 저렴한 원부자재를 공급할 수 있다.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하는 곳으로 해외 시장 확대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교촌은 현재 미국·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에서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에 진출한 상태다. 회사는 2025년까지 해외 25개국에 537개 매장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매출 77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4월 30일 필리핀에 ‘노브랜드’ 현지 5호점 문을 연다고 밝혔다. 필리핀 현지에서 노브랜드 상품이 고품질 수입제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이마트가 현지 점포를 늘린 이유다. 다양한 과자를 보유하고 있는 노브랜드가 필리핀 고유의 간식문화인 ‘메리엔다(Merienda)’를 만나 한국 과자의 맛과 품질을 널리 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냉동상품 판매량은 성장세다. 노브랜드 닭꼬치·냉동피자 등 필리핀 현지 노브랜드 냉동상품 3월 매출은 2월 매출 대비 25%신장했다. 노브랜드 짜장라면도 매출 순위 6위에, 노브랜드 군밤은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싱가포르 내 쉐이크쉑 사업 운영권을 보유한 SPC그룹은 최근 싱가포르 6호점 ‘그레이트 월드’ 매장 문을 열었다. SPC는 2019년 4월 주얼창이에 싱가포르 1호점을 오픈한 이후 2년만에 주요 상권에 6개 매장을 오픈했다.

SPC그룹은 싱가포르를 전진기지로 삼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9년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연결된 복합 상업단지 ‘주얼창이’에 파리바게뜨, 메종드피비, 커피앳웍스, 쉐이크쉑 등 4개 브랜드 매장을 동시에 열며 동남아 시장 확대의 기반을 마련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캄보디아 현지 기업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올해 상반기 중 캄보디아에 첫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SPC는 4월초 ‘다토 스리 모함마드 아즈민 알리’ 말레이시아 수석장관 겸 국제통상산업부 장관을 만나 말레이시아 투자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SPC그룹은 말레이시아에 글로벌 생산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파리바게뜨 사업뿐 아니라 SPC GFS의 원료 소싱과 SPC삼립의 현지 사업 진출 등 사업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분식 프랜차이즈 스쿨푸드도 최근 홍콩 군통에 5호점을 오픈했다. 현지 새 매장은 비대면 서비스에 특화된 배달 전문 매장이다. 홍콩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K프랜차이즈의 동남아 진출 증가 원인이 한류 콘텐츠 붐과 현지 소비자 소득수준 향상에 있다고 분석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여파로 동남아 시장이 한국 식품·유통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며 "동남아는 인구도 많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소득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에 국내 업체가 사업을 펼쳐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자료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인구는 세계 인구의 9%에 해당하는 6억3550만명이며, GDP도 격차가 크지만 1인당 평균 3900달러(2016년 기준)에 이른다. 또 전체 인구의 35% 이상이 19세미만으로 젊은 것이 특징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3% 경제성장을 이룬 베트남의 경우 올해 GDP 성장률을 6.9%로 전망하는 등 지속적인 경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K프랜차이즈의 동남아 진출 증가가 국내 시장 포화에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프랜차이즈산업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수는 2018년 기준 4621개로 인구수가 2배 이상 많은 일본(1339개)보다 3.5배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가 된 지 오래고, 동종업계는 물론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며 "경쟁력을 갖춰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것 만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고 분석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