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릿세가 베스트셀러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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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5.11 06:00
베스트셀러·베스트 콘텐츠가 되기 위해서 자릿세를 내야 한다는 사실은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가 나서 이따금씩 시정조치에 나서기도 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 작가와 출판사는 주요 오프라인 서점과 웹툰·웹소설 플랫폼에서 눈에 띄는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여전히 ‘자릿세'를 내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서점 풍경 일부 / 교보문고 유튜브 화면 갈무리
"평대 진열비는 광고비"

10일 출판 업계에 따르면 주요 오프라인 서점 등에서 소비자 눈에 띌 기회가 잦은 ‘좋은 자리'에 작품을 진열하려면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점 내에서 책 제목이 잘 보이는 곳에 노출되기 위해서는 출판사가 일정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 출판사 한 관계자는 "교보문고 내 주요 평대들(책꽂이 매대가 아니라 고객 동선에 책 전면이 노출되도록 세워진 매대)에 책을 진열하려면 광고 비용이 발생한다"며 "독자에게 광고 티가 나면 구매를 꺼려하기 때문에 서점에서는 평대에 5줄 연속으로 책을 진열하지 않는 등 광고성을 부각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열을 하고 출판사로부터 진열비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면 이를 구매해야 하는 구조가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독립 출판인 커뮤니티에도 교보문고 내 ‘좋은 자리'에 신간을 진열하기 위해서는 추가 부담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유됐다. ‘1인 출판 작가를 꿈꾸는 책공장'에도 자신의 책이 출간 이후 바로 평대 하단에 꽂혀 눈에 띄지 않아 고민이라는 한 출판인의 글에 "대부분 교보문고 구매팀과 신간 협의를 하고 입고가 되면 매장에 진열될 때는 대부분 신간 평대 위에 깔리고 반응을 본다. 그런데 신간이 나가자마자 평대 하단에 꽂혔다는 것은 구매부와 협의가 제대로 안 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실 그래서 영업이 필요한 것이다"라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평대 하단에 꽂히면 다수 소비자들은 책 출간 사실 조차 인지하기 어렵다. 또 다른 출판업계 관계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평대 진열비는 곧 광고비다. 평대 진열비를 주지 않으면 대부분의 교보문고 지점에서 책을 평대에 진열해주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교보문고 측은 해당 주장에 반박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광고비를 받고 평대에 일괄적으로 진열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광고 도서인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광고 도서 평대는 별도로 광고 표시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당 비중은 전체 5% 정도다"라며 "진열하기 위해서 일괄적으로 돈을 내야 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리디북스 ‘오늘, 리디의 발견' / 리디북스 홈페이지 갈무리
메인 노출되는 ‘프로모션' 진행 작가가 직접 ‘추가 수수료’ 부담해야

이같은 관행은 오프라인 서점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웹소설 플랫폼에도 나타난다. 플랫폼 내에서 눈에 띄는 자리에 책이 안내되기 위해서는 작가가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리디, 카카오페이지, 네이버시리즈 등 주요 콘텐츠 플랫폼은 메인화면에 ‘프로모션’ 중인 작품을 우선 노출한다. 이 때 리디북스는 작가들이 프로모션에 참여해 작품이 노출될 기회를 얻고자 하면 추가 비용을 부담토록 했다.

수수료 부담을 실질적으로 늘리는 형태다. 일반적으로 웹소설 플랫폼에서 작품이 판매되면 수익 중 30%쯤을 플랫폼이 수수료로 가져가는 구조다. 리디북스는 프로모션에 참여하는 작가와 출판사에 추가 수수료를 지불하도록 했다. 업계에 따르면 리디북스 프로모션 참여하면 작가가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가 최대 50%까지 치솟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리디에 연재 경험이 있는 한 작가는 "플랫폼 메인 화면의 최상단 배너에 노출되는 ‘오늘 리디의 발견(오리발)’이라는 리디북스 프로모션을 두고 작가들이 리디의 ‘오리발 장사'라고 부를 정도다"라며 "리디북스가 노출 빈도가 높은 프로모션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수수료를 더 많이 가져간다"고 지적했다.

추가 수수료를 부담해도 마케팅 효과는 복불복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메인 화면의 노출만큼 중요한 것이 노출 시간인데 이를 리디가 무작위로 배치하고 있어서다.

그는 "웹소설 메인 노출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려면 저녁 6시 이후에 노출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리디는 어떤 시간에 자신의 작품이 노출될지 사전에 고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리디 측은 이벤트 기간 내에 걸어줄게라는 통보만 한다"며 "(사람들이 한창 일하는 시간인) 오전 11시에 노출되고 끝나는 경우, 메인 화면에 노출되더라도 효과는 떨어지고 작가의 수수료 부담만 더 커지는 구조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로또 당첨 정도로 희소하다"고 덧붙였다.

리디북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오리발은 출판사가 신간 홍보하는 프로모션 영역으로 계약이 아니다"라며 "작가가 아니라 출판사와 리디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해진 운영시간에 따라 순서대로 작품을 업데이트되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에 날짜까지는 확정해 알려드리지만, 몇 시에 노출될지는 그때그때 순서에 따라서 다르다"며 "노출 시간은 (프로모션 참여자에게) 공평하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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