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외에서 58조원 규모의 반도체 추가 투자 결단을 눈앞에 뒀다. 먼저 국내에서 기존 133조원에서 38조원을 추가로 얹은 171조원을 파운드리에 투자하기로 13일 발표했다. 메모리를 넘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한 첫 걸음이다.

20일(현지시각) 열리는 미국 상무부 반도체 공급망 회의를 기점으로 170억달러(20조원)의 투자가 발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삼성전자는 일주일 새 58조원의 국내외 신규 투자를 확정하는 셈이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 삼성전자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한미 정상회담 전날인 20일 지나 레이먼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소집한 ‘반도체 대책 화상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텔, 대만 TSMC,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이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미 정부의 ‘반도체 투자 청구서’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과 맞물려 삼성전자의 대미 투자 발표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 내부에서 국내 투자에 이어 발표할 미국 내 투자에 대한 세부사항도 사실상 정리를 마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 부지로 텍사스 오스틴을 비롯, 뉴욕 버펄로, 애리조나주 피닉스 등을 대상으로 검토하면서 미 정부와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놓고 저울질 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12일 미 백악관이 개최한 반도체 공급망 회의에 앞서 인텔은 200억달러(22조6000억원)의 미국 내 투자를 선언했다. 회의 직후엔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직접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TSMC도 120억달러를 추가 투입해 미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에 3년 내 라인 5개를 증설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화상 회의와 정상회담을 계기로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경우, 정부 입장에서도 미국의 요청에 화답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시기 적절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은 13일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71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시설투자를 가속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모든 산업영역에서 전례 없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빚어지고 각국 정부가 미래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공급망 유치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며 "시스템반도체 투자 확대는 K-반도체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가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TSMC는 최근 추가 투자 계획을 통해 파운드리 초격차 의지를 드러냈다. TSMC는 4월 1일 성명을 내고 향후 3년간 1000억달러(110조원)를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1월 발표한 올해 280억달러(31조원) 투자까지 포함하면 4년간 144조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2030년까지 10년간 191조원(국내 171조원+미국 20조원)쯤 투자를 하는 삼성과 4년간 144조원을 쏟아붓는 TSMC의 연평균 투자액을 단순 비교하면 두배쯤 차이가 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4%로 압도적 1위다. 2위인 삼성전자는 1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TSMC에 뒤졌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