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쏘아올린 단건 배달 경쟁이 업계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기본 배달비 대결로 치닫는다. 쿠팡이츠는 최근 원활한 라이더 확보를 위해 경쟁사 배달의민족(이하 배민)보다 더 높은 6500원의 기본 배달비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업계는 쿠팡이츠의 거침없는 시장 점유율 추격과 투자에 경계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6500원을 넘어 건당 7000원 시대가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 쿠팡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 쿠팡
쿠팡 자회사 쿠팡이츠서비스는 최근 배달파트너 대상 안내문을 통해 라이더 등급제인 ‘리워드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높은 등급을 받은 라이더에게 더 많은 배달비를 지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쿠팡이츠의 등급제는 ▲레전드 ▲에픽 ▲마스터 등 3개 등급으로 나뉜다. 6월 한달간 일반배달 500건, 피크타임 배달 36건을 완료하면 가장 높은 등급인 ‘레전드’를 부여받는 동시에 기존 2900원 대비 2배 이상 많은 기본 배달비 ‘6500원'을 받을 수 있다. ‘에픽’ 등급은 6100원, ‘마스터'는 건당 5900원으로 배달 수익이 늘어난다.

쿠팡의 기본 배달비 6500원은 경쟁사 배민보다 더 높다. 배달의민족은 4월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원(1·one)’도입과 함께 단건배달에 한해 기본 배달비를 6000원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단건배달 6000원대 배달팁은 라이더 건당 평균수입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라이더 건당 평균수입은 4000~5000원 수준이다. 쿠팡이츠의 경우 이 보다 조금 더 높은 6000원대다.

라이더의 수입은 기본 배달비 외에 배민과 쿠팡이츠 등 플랫폼이 추가로 지급하는 ‘프로모션 팁'이 합쳐진 금액이다. 기본 배달비는 배민과 쿠팡이츠가 2900원이다. 프로모션 팁은 배달 주문이 몰리는 ‘피크타임'과 비와 눈이 내리는 등 기상조건에 의해 상승한다. 업계에서는 쿠팡이츠가 배민 대비 프로모션 팁을 더 높게 책정한다고 평가받는다.

때문에 라이더 입장에서는 기본 배달비가 올라가면 프로모션 팁을 더해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배달업계는 기본 배달비 상승 요인이 라이더 확보 경쟁에 있다는 분석이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더 빨리 배달하는 단건배달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라이더 확보 문제가 큰 과제로 떠올랐다. 라이더를 재 때 배차시키지 못하면 경쟁사에게 수요를 뺐기는 구조라 기본 배달비를 높여서라도 라이더를 확보하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쿠팡이츠 역시 등급제 도입 배경이 ‘안정적인 라이더 확보'에 있다는 입장이다.

배달 라이더도 쿠팡이츠의 등급제 도입에 따른 기본 배달비 상승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배달기사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고정단가가 높아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쿠팡이츠의 등급제가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 쿠팡이츠는 6월부터 시작되는 등급제가 정식도입이 아닌 시험도입이란 입장이다. 등급제 지속 여부는 운영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6500원이 비싼 것처럼 보이지만, 경쟁 상황에 따라 7000원대 개막도 금방 가능할 수 있다"며 "배달 시장 경쟁이 가속화할수록 배달료 인상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