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시청자미디어재단 내실을 다지지 않은 채 외연만 확대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단의 핵심 사업인 미디어 교육에서 양질의 교육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지역별 교육센터만 확충하려 한다는 것이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2015년 5월 방송법 제90조의 2에 의해 설립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산하 재단법인이다. 시청자 권익 증진과 방송 진흥의 선도 역할을 담당한다. 서울과 부산, 광주 등에 있는 지역별 시청자미디어센터를 관리하면서 시민의 미디어 리터러시(매체 이해 능력) 교육 강화를 추진한다.

방통위 현판 / IT조선 DB
방통위 현판 / IT조선 DB
방통위, 지역 시청자미디어센터 7개 추가 개소

27일 방통위와 시청자미디어재단, 시청자미디어센터 등에 따르면, 방통위는 시청자미디어재단 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산하에 있는 지역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추가로 개소할 계획이다. 현재 부산과 세종, 광주, 강원 등 10개 센터를 두는데, 여기에 7개 센터를 추가로 연다.

방통위 관계자는 "17개 광역자치단체 별로 한 군데씩 센터를 두는 것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센터를 건립하려면) 지자체가 신청해야 하다 보니 현재 일곱 곳 중 세 곳은 진행 중이고 나머지 네 곳은 추가로 신청을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추가로 시청자미디어센터 개소를 예정하는 곳은 경남과 전남, 전북 등 세 개 지방자치단체(지자체)다. 시청자미디어센터 건립을 위해서는 방통위와 지자체가 각각 예산을 할당하는 구조이다 보니 이를 협의하는 과정 중에 있다. 이르면 내년 전북 지역부터 센터가 개소될 예정이다.

프리랜서 강사에 의존하는 미디어 교육…"강사 양성 체계도 부족"

방통위가 전국 단위로 시청자미디어센터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사이 한편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단 핵심 사업인 미디어 교육에서 외부 인력에 의존하는 등 사업 한계가 보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전국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500명쯤의 강사를 두고 학생과 일반 시민 등을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을 진행한다. 이때 교육에 나서는 강사진은 재단이나 지역 센터 소속 직원이 아니다. 대다수가 프리랜서로서 교육 사업별로 그때마다 센터와 계약을 맺는다.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관계자는 "부산 센터는 70명가량의 강사 풀을 구성한 후 외부기관 요청이나 협력 사업이 있을 경우 거기에 맞게 (강사와)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시청자미디어센터 관계자 역시 "광주엔 40~50명의 프리랜서 강사 풀을 구성해놓고 있다"며 "연초에 강사 풀을 구성한 후 교육 별로 강사와 계약을 맺는 식이다"고 말했다.

전국에 있는 10개 시청자미디어센터 위치 이미지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영상 갈무리
전국에 있는 10개 시청자미디어센터 위치 이미지 /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영상 갈무리
문제는 핵심 교육 사업을 외부 인력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강사 양성 체계까지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2019년까지 지역별 강사를 대상으로 90시간 연수를 받게 한 후 민간 자격증 형식의 수료증을 발급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새로운 강사 양성 체계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해당 자격증 수료 과정을 없앴다. 현재까지 별다른 의무 연수 과정은 없는 상태다.

시청자미디어재단 관계자는 "2020년에 강사 역량 강화 연구를 진행, 단계별 역량 방안을 도출했다"며 "올해부터는 해당 연구 방향을 바탕으로 강사 양성을 진행하려고 하며, 지역 센터와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 역시 이같은 상황을 모르지 않았다. 강사별 역량 차이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방통위 관계자는 "강사별 편차가 있는 것은 잘 알고 있기에 교육을 하고 있다"며 "작년엔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교육을 못했다 보니 올해는 이를 개선하고자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시청자미디어재단 사업 확대가 부처 이익을 위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기관 한 관계자는 "시청자미디어재단이 하는 업무의 전문성과 비교해 덩치가 너무 크다"며 "지역 센터장 자리가 늘수록 방통위나 한국방송공사(KBS) 출신 인사들이 갈 수 있는 자리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방통위는 미디어 지형이 확대하는 상황에서 지역의 시청자미디어센터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역에서 미디어에 관심을 보이는 다수 국민이 센터에 와서 배우고, 센터에 있는 장비를 활용한다"며 "1인 미디어가 활성화하는 등 미디어가 확대하는 만큼 지역별로 거점이 되는 미디어교육 허브를 마련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