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이정훈 리스크’ 또 발목...계좌심사·재판 무관하나
② 좌불안석 농협, 셈법 '복잡'

빗썸 인수합병(M&A) 절차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실소유주 사법 리스크와 복잡한 지배구조, 경영권 분쟁 등 부정적인 이슈가 끊이지 않으면서 잠재 원매자들이 논의를 잠시 멈췄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빗썸이 매각 골든타임을 놓친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3월쯤 매각이 이뤄졌다면 특정금융법(이하 특금법) 규제 이슈는 물론 최대주주 리스크 해소, 비트코인 가격 급등으로 최고의 몸값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시선도 있다..

기업가치 4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급증…NXC·JP모건·CME·위메이드 ‘러브콜’

빗썸 매각 논의는 지난해 11월 부터 본격화됐다. 빗썸코리아의 주요 주주인 빗썸홀딩스는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전체 보유 지분인 74.1%의 매각을 추진했다. 빗썸홀딩스 주요 주주인 비덴트와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지분을 일거에 정리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경영권 분쟁을 방지해 특금법에 대응한다는 전략이기도 했다.

당시 빗썸의 기업가치는 약 5000억~6000억원으로 추정됐다. 빗썸 구주 가치도 1조원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병건 BK메디컬 그룹 회장이 인수를 추진하던 2018년 당시 매각가 4000억원과 비교하면 1000억~2000억원 정도 가치가 높아진 셈이다. 장외시장가만 두배 넘게 뛰었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빗썸의 기업가치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김정주 넥슨(NXC) 대표는 올해 1월 이 전 의장이 보유한 지분 65%를 5000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이를 역으로 계산하면 빗썸 몸값은 약 7700억원이 나온다. 올해 3월 비트코인 가격이 7000만원을 넘기고 특금법에 실소유주에 대한 면책규정이 명시되면서 몸값은 2조원대로 치솟았다. 지난해 매출은 2186억원, 영업이익 1492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51%, 120% 증가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어졌다는 평가다.

여기에 JP모건,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위메이드 등 빗썸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도 여럿 등장했다. 매도인 우위 시장이 뚜렷해지면서 김정주 대표는 유력 잠재 원매자에서 멀어졌다. 일각에서는 이 전 의장이 매각을 철회할 것이란 뒷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매각가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4월 이후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적기 놓친 빗썸 ‘다급’

4월 들어 상황은 반전됐다. 비트코인이 급락하고 이 전 의장이 BXA코인 사기 혐의로 검찰에 넘겨지면서 빗썸은 악재를 맞게 됐다.

4월 초 빗썸 기준 8150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비트코인은 5월 24일 3850만원으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특히 은행연합회가 가상자산 사업자 위험평가 심사 자료에 실소유주 평판심사를 명시한 게 결정타로 작용했다. 최대주주 리스크가 재조명되면서 빗썸의 기업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해진 것. 매도자 우위에서 매수자 우위로 분위기가 바뀐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수 희망 기업들은 인수를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 빗썸이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형국에서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해 위험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 전 회장의 재판 결과와 실명계좌 신고 수리 여부를 지켜본 후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빗썸이 가상자산 사업자 심사를 무사히 통과하고 비트코인 가격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 한 올해 3월이 매각 적기였다고 볼 수 있다.

빗썸의 내부 사정에 밝은 국내 금융권 관계자는 "시간은 빗썸이 아닌 인수자 편이다"라며 현 상황을 단적으로 진단했다.

매각 논의 과정에 참여했던 한 인수합병 전문가는 "물 밑 접촉이 이뤄지는 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모든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빗썸 측은 하루 빨리 지분을 정리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선뜻 나서는 인수자가 없어 애가 탈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