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뒤흔든 오너리스크] ④ 기업가치 1.7조원 증발...비덴트·위지트도 ‘휘청’

입력 2021.05.31 06:00

① ‘이정훈 리스크’ 또 발목...계좌심사·재판 무관하나
② 좌불안석 농협, 셈법 '복잡'
③ 매각 논의 '골든타임' 놓쳤나

최대주주 리스크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빗썸코리아뿐 아니라 상장 주주사의 시가총액도 줄줄이 하락세다. 비트코인 반등과 대규모 순이익도 먹혀 들지 않고 있다.

/ 조선DB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불과 두 달 사이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빗썸의 기업가치는 최고가 대비 1조7000억원, 주요 주주사인 비덴트와 위지트는 각각 3000억원, 1000억원 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2조1000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총 2조1000억원 공중으로

빗썸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 구성은 상장사인 비덴트·인바이오젠, 위지트, 그리고 이 전 의장과 그의 우호 지분으로 구성된 디에이에이(DAA)·BTHMB홀딩스다. 실적과 주가 흐름을 보면 빗썸과 빗썸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들이 긴밀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주사 대부분은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지만 빗썸에서 대규모 지분법 이익을 챙기고 빗썸발 호재와 악재가 모두 주가에 반영되면서 자연스럽게 한 배를 탄 상황이다.

먼저 빗썸홀딩스 → 빗썸코리아 → 빗썸으로 이어진 지배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회사명은 빗썸코리아다. 빗썸코리아 지주사는 빗썸홀딩스다. 빗썸홀딩스는 빗썸코리아의 지분 74.01%를 보유하고 있다.

비덴트는 빗썸의 단일 최대주주다. 빗썸홀딩스의 지분 34.22%와 빗썸코리아 지분 10.25%를 보유했다. 비덴트는 방송장비를 생산하는 벤처기업이다. 또 진단키트를 유통하는 기업인 인바이오젠은 비덴트의 주식 21.81%를 보유하고 있다. 인바이오젠 → 비덴트 →빗썸홀딩스 형태다.

위지트는 디스플레이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옴니텔의 최대주주다. 지분율은 20.94%다. 또 옴니텔은 빗썸홀딩스의 지분 8.23%를 갖고 있다. 위지트 → 옴니텔 → 빗썸홀딩스로 이어진다.

4월 중순 장외시장에서 빗썸 구주는 주당 69만원을 기록하며 최고점을 기록했다. 당시 무려 2조9000억원을 기록하던 시가총액은 5월 28일 장 마감 기준 1조2800억원으로 한달 반 동안 56% 가량 빠졌다.

기업가치 하락, 연쇄 반응 일으켜

빗썸의 기업가치 하락은 주주사에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비덴트의 시가총액은 7510억원에서 4522억원으로 40% 줄었다. 인바이오젠도 같은 기간 2284억원에서 1727억원으로 24.4% 빠졌다. 위지트의 시가총액은 2248억원에서 1308억원으로 41.8% 쪼그라들었다.

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 같은 흐름을 보이는 주요 이유는 비트코인의 가격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트코인이 815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찍은 지 이틀 만에 빗썸의 기업가치가 3조원 가까이 치솟았다. 비트코인이 빗썸의 기업가치를 밀어올린 셈이다. 이후 비트코인이 반토막 나면서 빗썸코리아는 물론 상장 주주사들도 직격타를 입었다.

다만 4500만원으로 주저앉았던 비트코인이 최대 73% 반등세를 보이던 5월 중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빗썸코리아를 비롯해 위지트와 인바이오젠, 옴니텔은 상승하지 못하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이 전 의장의 사기혐의가 악재로 작용해 비트코인의 반등 호재가 반영되지 못했다는 판단이 가능한 대목이다.

최대주주 리스크가 순이익은 발목잡아

이들 기업의 순이익 급증도 마찬가지다. 빗썸 후광으로 상당히 높은 순이익을 낼 수 있었지만 주가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로 최대주주 리스크가 꼽힌다.

올해 1분기 비덴트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11.6% 감소하고 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빗썸홀딩스와 빗썸코리아에서 무려 1153억원의 지분법 이익이 발생하면서 973억원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인바이오젠은 1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비덴트 덕에 대규모 금융수익이 발생하면서 순이익 41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빗썸은 매출 2223억원, 순이익 250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 876%, 458% 증가한 수치다. 빗썸이 비덴트와 인바이오젠을 살린 셈이다. 같은 기간 위지트의 매출은 14.8% 상승하고, 영업이익은 2억원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손실을 벗어나며 순이익 10억원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내리 하락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빗썸 경영진 입장에서는 최대주주 리스크가 하루 빨리 해소되길 바랄 수밖에 없다"며 "외부에서 경영진을 영입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빗썸은 한 때 거래량으로 글로벌 1위를 기록했던 곳이다"라며 "서비스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데도 업비트한테 따라잡히고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오너리스크에 대한 대처 방안이라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고 조언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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