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금융당국이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에 은행처럼 계좌 발급을 허용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시중은행에 이어 지방은행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점포수를 줄여 확보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첨단기술을 도입해 빅테크에 맞서겠다는 전략이지만, 지방은행 사정은 이와 다르다.

지역 주요 거점에 자리한 지방은행은 주 고객층의 연령이 수도권에 비해 높다. 점포수를 줄이면 주요 고객의 금융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점포와 직원수를 크게 줄이기 어렵다. 그렇다고 시중은행의 기술 도입과 핀테크의 금융 진출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기술을 갖춘 핀테크와 제휴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적과의 동침을 선언하는 이유다.

DGB대구은행, BNK부산은행, 광주은행 본사(왼쪽부터) / 각사
DGB대구은행, BNK부산은행, 광주은행 본사(왼쪽부터) / 각사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지방은행들은 핀테크와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 추진에 따른 대비책이다.

전금법 개정안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핀테크 활성화를 골자로 추진하는 법안이다. 이에 따르면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를 통해 비금융회사가 계좌를 발급해 결제나 이체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에 종합지급결제업자 자격을 주고 선불전자지급수단 서비스 이용자에게 ▲30만원 이내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 ▲선불충전 예치금에 대한 리워드(포인트) 지급 등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두고 은행권은 금융서비스를 시행하니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하라는 입장이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핀테크 측은 예금·대출과 같은 은행 고유의 업무를 하지 않으니 동일 서비스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선다.

지방은행 노조 "전금법 개정안으로 인해 지방은행 존폐 위기"

부산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노조로 구성된 지방은행 노조 협의회는 지난 달, 성명서를 내고 빅테크 사업자의 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내용의 전금법 개정안 추진 중단을 호소했다.

노조는 개정안으로 인해 대규모 민간 자금이 빅테크 업체로 이동하면서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이 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역인구의 감소로 인한 수익감소, 주 고객층이 고령층이기에 점포수를 줄일 수 없는 한계점, 시중은행과의 경쟁 구도로 이미 지방은행은 위기에 놓였다"며 "여기에 시장을 잠식하는 핀테크 업체들로 인해 첨단 기술을 서비스에 도입해야 하는 과제마저 안고 있다. 적과의 동침을 선언하고 핀테크와 제휴를 확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핀테크와 제휴 확대 이어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도 과제

주요 지방은행들은 기술력을 갖춘 핀테크와 제휴를 확대해 핀테크 이용자가 자사 서비스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토스, 뱅크샐러드, 핀다 등 주요 핀테크가 대구은행, BNK경남·부산, 광주은행, 전북은행 등과 제휴를 통해 지방은행 상품 비교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방은행들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마이데이터 사업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마이데이터 2차 사업자 허가를 금융위원회에 신청했다. 경쟁상대인 시중은행이 마이데이터 사업을 획득해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도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신청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각종 기업과 기관에서 흩어진 금융 정보를 중앙에 모아 맞춤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지방은행은 마이데이터 사업마저 주도권을 내주면 핀테크와 시중은행과의 격차를 좁힐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진입이 위협적이고 견제해야 하는 부분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적으로 규정해 배척할 수만도 없는 것이 지방은행의 현실이다"라며 "핀테크와 제휴해 그들의 기술을 자사 서비스에 도입하며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현재 가장 효과적인 자구책이다"라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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