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지포스 30시리즈의 새로운 하이엔드 제품군인 ‘지포스 RTX 3080 Ti’, ‘3070 Ti’ 2종을 선보였다. 2일 저녁, 엠바고가 해제되면서 3080 Ti 제품들의 성능 테스트 결과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엔비디아가 비정상적인 그래픽카드 유통을 야기하는 암호화폐 채굴 시장의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하드웨어적인 채굴 성능 제한(LHR, Lite Hash Rate)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제품과 관련해 일부 인플루언서들이 "3080 Ti에 채굴 제한이 안 걸린 제품이 있다"라고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아닌, 제조사의 선택에 따라 채굴 제한이 걸린 제품과 그렇지 않은 일반 제품을 따로 선보일 수 있다는 것.

지포스 RTX 3080 ‘파운더스 에디션’ 제품 이미지 /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 ‘파운더스 에디션’ 제품 이미지 / 엔비디아
엔비디아는 이번 3080 Ti, 3070 Ti를 발표하기 얼마 전, 채굴 성능에 특화한 ‘CMP(Cryptocurrency Mining Processor, 암호화폐 마이닝 프로세서)’ 제품군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지난 3월 초 선보인 ‘RTX 3060’ 제품부터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채굴 제한 기능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지포스 30시리즈 전 라인업에 하드웨어적으로 채굴 효율을 낮춘 ‘LHR(Lite Hash Rate, 낮은 채굴 효율)’ 모델을 따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즉, 엔비디아가 직접 나서서 그래픽카드 가격의 고삐를 잡고, 그로 인해 일반 소비자들이 좀 더 수월하게 원하는 그래픽카드를 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포스’는 게이머들을 위한 그래픽카드다. 그래픽카드와 채굴 시장을 분리하겠다"라고 본인의 입으로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채굴에 제한을 둔 제품만 출시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3080 Ti, 3070 Ti에 채굴이 가능한 제품이 함께 출시된다면 엔비디아와 젠슨 황이 내세운 ‘채굴 제한 공약’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 코리아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엔비디아 내부에서도 이번 3080 Ti와 3070 Ti는 처음부터 LHR 기능이 적용된 제품만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제품 리뷰와 성능 테스트를 위한 드라이버는 다 우리가 제공한 것"이라며 "엔비디아 입장에서 3080 Ti는 채굴 기능이 풀린 제품은 없다"라고 못을 박았다.

그래픽카드 유통사의 한 관계자도 "그런 말을 들은 바 없다"라며 "드라이버를 해킹하거나, 하드웨어를 변조해서 채굴이 가능케 한다면 모를까, 정식으로 그런 제품이 나온다는 얘기를 제조사로부터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포스 RTX 3080 Ti는 빠르면 3일 저녁부터 일부 제조사 제품들이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함께 선보인 지포스 RTX 3070 Ti는 오는 10일 출시 예정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