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잘했다'는 평가가 많다. 설문조사에서도 ‘긍정’ 응답비율이 ‘부정’을 앞섰고, 이 영향으로 대통령 지지율도 상승했다.

이같은 반응의 배경은 명확하다. 대기업들의 통 큰 투자 영향이다. 문 대통령도 "방미 순방 때 함께해 준 덕분에 정상회담 성과가 좋았다"고 인정했다. 투자할 사업이었지만 예상보다 수치가 컸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극찬할 정도였다. 백신 문제도 숨통을 텄다. 대기업이 나선게 백악관을 움직였고, 이것이 문 대통령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대기업의 유례를 찾기 힘든 동시 과감한 투자 결정은 환호만 할 일은 아니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우리 기업에게는 막대한 부담이다. 족쇄가 될수 있고, 경영 위기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당장 국내 영향도 걱정된다. 이들 기업의 국내 투자 여력 감소 우려다. 이는 일자리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나타난다. 미국에서 일자리가 생기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덕분에'라고 재계를 칭찬한 문재인 정부는 그런 측면에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채 1년이 안 남은 기간, 이들 기업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터뜨린 과감한 결정이 ‘후회'로 연결되도록 해서는 안된다. 결단이 성공적인 투자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국내 영향도 마찬가지다. 내수 투자가 줄면 피해가 상당하다. 그동안 많은 낙수효과를 창출했다. 이것이 사라지면 수많은 중소벤처기업은 사업을 잃는다.

지금까지 분위기는 좋다. 지난주 IT조선 기자들이 [바이든 시대 韓 IT] 시리즈를 마치며 나눈 방담에서는 ‘기회'라는 단어가 많이 들렸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트럼프 행정부와 큰 차이가 없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된데다가 미국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호기라는 반응이다. ‘글로벌 백신 허브국 부상 기반 마련'(김연지 기자), ‘한국 반도체·배터리 기업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큰 그림'(이광영 기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계속 확보했을 때를 전제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기업에게만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 글로벌 경쟁사들도 너나할 것 없이 과감한 미국 투자로 바이든 행정부 눈길을 사로잡으려 한다.

결국 우리 기업의 투자 성패는 내부역량에 달렸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기업규제 3법 등 재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을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중소기업계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계는 어려움이 극심하다. ‘주 52시간' ‘최저임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중소기업에게는 뭐 하나 달가운 상황이 아니다. 중소기업계를 대표한 고위 임원은 "뭐 하나 좋아진게 없다. 현 정부들어 사업하기 정말 힘들어졌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에게 매우 뜻깊고 의미 있는 자리였다. 레임덕이 거론되며 계속 추락할뻔 했던 지지율이 반등했다. 기업들은 박수만 치지는 않는다. 이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덕분에'라는 말에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기업이 공감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도 ‘덕분에'라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김준배 취재본부장 j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