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 제동 반도체 대란에 배터리도 발만 동동

입력 2021.06.08 06:00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에도 제동이 걸릴 위기다.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차 보다 많은 반도체 칩이 필요해서다. 전기차 전환 계획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길 경우 배터리 제조사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3위 전자제품 위탁생산 업체인 싱가포르의 ‘플렉스’는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가 앞으로 최소 1년은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날 영국 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도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이 2022년 중반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테슬라 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 전경 / 테슬라
EIU는 미국이나 중국 등 몇몇은 차량용 칩을 우선 생산토록 독려 중이지만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소비재 전자제품에서 차량용 칩으로 생산을 돌릴 경제적 유인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규모 투자 선언에도 공장 건립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반도체 칩 부족 문제 해결은 기존 공급자인 아시아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대만 TSMC는 완성차 업계의 걱정을 덜기 위해 올해 차량용 반도체 핵심부품 생산을 2020년 대비 60% 늘리고 있다. 하지만 대만 공장에서 화재와 정전, 가뭄 등 악재가 잇따라 겹치며 세계 반도체 수급을 긴장시켰다. 최근에는 하루 500명이 넘는 대만 코로나19 확진 여파로 가동 차질 우려도 나온다.

완성차 업체들은 탄소 저감을 위한 각국의 친환경차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단행 중이다. 미래차 전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R&D와 양산능력 향상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차량용 반도체가 최대 5배 더 들어간다. 내연기관차 보다 반도체 부족 여파가 커져 생산 차질 및 고객 인도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전기차 판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를 적기에 구매하려면 네덜란드 NXP, 일본 르네사스 등 글로벌 반도체업체에 정상가 대비 10% 내외 웃돈을 줘야 하는데, 대당 반도체 칩 사용량이 많은 전기차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 한 셈이다.

결국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록 발을 동동 굴리는 곳은 배터리 제조사다. 완성차 업체는 반도체 품귀에 따른 전기차 가격 상승분을 배터리 원가 부담을 낮춰 상쇄하려 한다. 테슬라, 폭스바겐, 현대차 등의 잇따른 배터리 내재화 선언도 이런 이유에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GM·포드와 각각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강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반도체 부족에 따른 전기차 전환 지연 불확실성을 덜 수 있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는 5월 20일 6조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월 GM과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미국 전기차 배터리 관련 제2합작공장에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전동화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배터리 제조사는 완성차 기업의 내재화 선언 후 더이상 공급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향후 성능과 안전성을 모두 잡아야 불확실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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