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득권에 발목 잡힌 플랫폼 경제

입력 2021.06.08 06:00

기득권이란 누군가 정당한 절차를 밟아 이미 차지한 권리를 뜻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부정적 의미로 굳어진 단어다. 권력이나 돈을 가진 특수한 계급을 지칭하며, 이들의 주장은 때론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욕심'으로 비치기도 한다. 다양한 분위에서 이런 현상이 발견되며, IT 업계 역시 사정이 마찬가지다

최근 유통, 교육, 의료 등 다양한 산업 분야는 IT 기술을 접목한 신사업 띄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보수적인 법률 분야도 '법(Legal)'과 '기술(Tech)'을 접목한 리걸테크라는 이름의 신분야가 성장 중이다. 하지만 국내 리걸테크 시장의 성장 속도는 국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디다. 과거에는 데이터 분야 규제가 발목을 잡았지만, 현재는 지금은 기존 업계를 대변하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반발 영향으로 한발짝 나아가기 조차 어려운 형국이다.

변협은 5월 법률서비스 플랫폼을 이용하는 변호사에 대해 경고하거나 중지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발표했다. 법률서비스 플랫폼을 포함해 온라인 공간에서 광고를 하거나 참여 또는 협조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로톡을 비롯한 변호사 홍보 플랫폼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로톡은 월 정액제 광고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변협 측은 해당 플랫폼이 변호사간 저가 수임경쟁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직업을 자유롭게 수행할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으로 맞불을 놨다.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의뢰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나쁠 것이 없다. 로톡은 변호사와 의뢰인 모두 무료 회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보다 저렴하게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법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 것이다.

밥그릇 사수 노력은 대한의사협회(의협) 사태에서도 볼 수 있다. 의협은 ‘강남언니'와 ‘바디톡' 등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을 불법 알선 애플리케이션으로 규정하며,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에 포함해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무사 업계는 4월 세무회계 플랫폼 ‘자비스앤빌런즈'를 경찰에 고소했다. 국세청 세금환급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수료를 받는 행위가 세무사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기득권 세력과 뉴ICT 산업 간 충돌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타다’ 플랫폼 사태가 단박에 떠오른다. 타다 베이직은 택시 업계의 반발로 결국 불법으로 규정됐다. 타다 택시는 달리지 못한다. 그동안 디디추싱(중국), 그랩(동남아), 리프트(미국) 등 해외 모빌리티 플랫폼이 수십조원 규모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한국에서 탄생한 모빌리티 유니콘은 전무하다.

산업의 플랫폼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인공지능(AI) 역시 마찬가지다. 흐르는 물을 거스르려 하기보단 어떻게 흐름에 편승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공존을 위한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정부나 국회는 민심을 잘 읽어야 한다. 당장의 이득을 위해 기득권 입맛에 맞는 정치를 하기보다는 미래와 ICT 산업 발전을 위한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입으로는 혁신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규제의 고삐를 쥐는 이중적인 모습은 앞으로 일어날 수많은 갈등만 부추기는 꼴이다. 국민을 위한 과감한 선택과 언행일치의 실행력이 필요하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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