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콘텐츠 창작자들, 플랫폼·에이전시 원장부 공개 요구

입력 2021.06.09 06:00

웹툰·웹소설 등 웹 콘텐츠 창작자들이 플랫폼과 에이전시·출판사에 투명하고 상세한 정산 내역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콘텐츠 판매로 인한 수익 발생의 구체적 근거를 상세히 공유받지 못하고 있어, 정산에 불신이 누적된다고 지적했다.

웹툰·웹소설 콘텐츠 창작자로 구성된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가 창작자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자체 구성한 정산서 내용. /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8일 업계에 따르면 웹 콘텐츠 창작자들이 문화체육관광부가 권고한 표준계약서에 ‘원장부 공개 의무'를 추가하고 현장에서 표준계약서 사용을 ‘권고'가 아닌 ‘의무’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정확한 수익정산 내역을 공유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콘텐츠 창작자들은 콘텐츠 판매로 인한 수익을 플랫폼에서 직접 배분·공유받지 않는다. 대부분 에이전시, 출판사를 통해 플랫폼과 계약을 하는 구조다. 때문에 플랫폼과 직계약한 극소수 경우를 제외하면 에이전시·출판사로부터 플랫폼의 정산 내역을 간접 공유받는다. 이에 따라 수익 발생·정산에는 2개월쯤 시간이 소요된다. 예를 들어 3월에 작품을 런칭하면 2개월쯤 뒤엔 5월 이후 관련 정산 내역을 공유받는다.

문제는 플랫폼-에이전시·출판사-작가로 이어지는 정산 내역 공유 과정에서 구체적인 수익의 ‘근거'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다. 창작자들은 유료 수익이 발생한 정산서에서 코인(포인트) 결제 수익, 정액 요금제 수익, 광고 수익 등 정도 등이 구분되어 표시된 내역서를 공유받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주장한다.

플랫폼과 직계약한 소수의 창작자를 제외하곤, 코인(포인트) 결제가 원스토어/구글/iOS 인앱결제 중 어떤 결제로 발생했는지, 해외 유통으로 인한 수익은 얼마인지, 결제 취소에 따라 환불된 금액은 어느 정도인지, 플랫폼이 가져가는 구체적 수수료율은 얼마인지를 상세히 공유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웹툰·웹소설 콘텐츠 창작자들로 구성된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가 창작자들로부터 제보를 받아 자체 구성한 정산서 내용 /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플랫폼 vs 출판사·에이전시, 서로에게 책임 전가

창작자들은 플랫폼과 출판사·에이전시가 책임을 서로에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플랫폼 기업은 관련 내용을 출판사에 충분히 공유했다고 주장한다. 에이전시와 출판사가 이를 창작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누락했다며 플랫폼 기업의 책임은 없다고 선을 긋는다.

카카오페이지 측은 "자사와 계약한 CP는 파트너 사이트에서 매달 정산내역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며 "정산 내역에는 작품별 상세한 매출내역이 모두 나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저가 구매한 이용권이 어떤 OS 기반에서 구매됐는지와 이벤트 캐시로 본 내역까지 정산하는 등 상세 내역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에이전시·출판사들은 플랫폼으로부터 원장부를 공유받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웹소설 작가는 "출판사로부터 담당자조차 플랫폼 정산 사이트, 회계 사이트에 접속할 권한이 없다고 들었다"며 "많은 출판사가 고의든 실수든 ‘정산 병크', 즉 잘못된 금액을 입금하는 정산 오류를 빈번하게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반쪽짜리’ 출판유통통합 전산망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 오는 9월 운영을 목표로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추진한다. 도서 생산과 유통, 판매 전 과정을 전산화해 출판유통 정보를 하나로 통합·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창작자들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해당 안을 구축하는 출판유통선진화센터에 따르면 웹툰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웹소설도 일부만 집계될 계획으로 논의 중이다.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산업을 아우르는 별도의 통합유통전산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관계자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잘 운영해온 ‘영화관입장통합전산망'처럼, 우리도 업체 DB와 연동돼 실질적인 판매 정보를 취합, 한 눈에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며 "정산 근거가 되는 판매 정보를 산업 전체의 흐름 속에서 연동해 파악할 수 있을 때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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